최근희 서울시립대 도시행정학과 교수

요즘 언론에 종종 등장하는 뉴스가 지방소멸이다. 지방소멸이란 인구가 감소돼 지방에 있는 도시나 마을이 사라지는 현상을 일컫는다. 일본은 이미 지방소멸이 문제가 되기 시작한 지 30여 년이 넘었다. 우리나라도 그런 현상이 상당히 진행되고 있다. 양평이나 수도권에서는 실감하기 어렵지만, 피할 수 없는 운명처럼 조용히 다가오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우리나라의 일부 지자체 공무원들에게는 전입인구와 출산율을 높이는 업무가 지상 과제가 되고 있다. 유사점이 많은 일본의 문제는 우리나라에서도 진행될 것이 확실하므로 미리 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

지방소멸 정도를 측정하는 소멸위험지수가 있는데, 지역의 20∼39세 여성인구수를 65세 이상 고령자 인구수로 나눈 값이다. 이 지수가 1.0 미만이면 ‘소멸위험 주의지역’이고 0.5 미만이면 ‘소멸위험 진입지역’으로 분류된다. 놀랍게도 2018년 6월말 기준으로 양평이 가평, 연천, 강화군과 함께 경기도에서 소멸위험 진입지역이 되었음이 국가통계포털에서 확인되었다. 2013년에도 아니었는데, 불과 5년 만에 양평도 포함된 것이다.

양평의 인구증가세가 줄고 있다는 양평시민의소리 보도도 이를 뒷받침해 준다. 작년 말 양평 인구가 11만8377명으로 전년보다 707명이 늘어 증가치가 최근 12년간 최저였다. 양평군의 인구는 2015~2017년 3000명 내외의 증가세였으나, 2018년 972명으로 급감하고 2019년에도 707명으로 증가세가 꺾였다. 자연적 증가도 2019년 양평군의 사망자수는 994명, 출생아수는 534명으로 460명이나 줄었다. 이런 감소를 상쇄해줄 순인구유입(전입자수-전출자수)이 중요한데, 1180명에 그쳤다. 지평면과 개군면의 인구가 줄었다는 점도 놀랍다.

서울시립대에는 필자를 포함한 베이비붐 세대 교수가 많다. 식당이나 카페에서 이들을 만나면 은퇴 생활에 대한 토론이 벌어진다. 두 가지 의견이 나온다. 하나는 전원생활하는 것에 관한 이야기로 이미 여러 동료 및 은퇴한 선배 교수들이 양평을 포함해 농촌에 살고 있다. 저 멀리 강원도 고성 산골에서 출퇴근하는 이도 있다. 우리 세대는 대부분이 시골 출신이라 모두 시골 삶에 향수를 가진 연유가 크다. 필자는 전원주택의 천국인 양평을 고향으로 두었다는 이유로 부러움을 사기도 한다.

또 한 가지 의견은 서울을 떠나지 않겠다는 이들이다. 나이 들어 아프거나 하면 시골에서는 병원 다니기 힘들고 자식들과 멀리 살기도 싫어서 그냥 서울에 살겠다는 것이다.

동료교수 중에 흥미로운 의견을 내는 이가 있는데, “우리 베이비붐 세대가 귀촌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우리 세대가 죽으면 결국 소멸될 지역이 많을 것이다”라는 지적이다. 베이비붐 세대와 달리, 우리 자식세대는 거의 도시 아파트에서 태어나고 자란 세대라 시골 생활의 추억이 대부분 없다. 그들에게 시골생활은 낭만적이지만, 실제로는 불편함이 많아서 살고 싶지는 않다는 의견이 대다수라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 대도시 주변에 엄청나게 지어지는 전원주택들이 결국에는 다음 세대가 되면 다시 버려질 것이라는 우려도 한다. 이미 앞서 지방소멸을 경험한 일본의 사례를 보면 이 의견도 상당히 일리가 있어 보인다.

서울과 인접한 양평은 입지적 측면에서 다른 지방보다 매우 유리하기는 하다. 그럼에도 소멸 위험지역으로 변하게 된 것은 확실한 위기 경보가 울린 셈이다. 곧 17만의 도시가 될 것이라 방심하지 말고, 지도자들이 미리 미리 적극적인 대응책을 찾아야 한다. 특히 좋은 일자리 창출 없이는 백약이 무효가 될 것이다. 양평의 특성을 잘 살린 실효성 있는 대안을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 마련하고, 실천에 옮겨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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