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준의 이럴 땐 이런 책

Q. 가끔 텔레비전을 틀면 교수나 학자들이 나와 고전읽기를 강조하는 것을 자주 봤습니다. 그것도 시간이 나야 볼 수 있는데… 살기 바빠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한 켠에 읽기는 읽어야 하는 데라는 아쉬움만 남아 있습니다. 제가 꼭 언젠가는 읽고 싶은 책 중에 <논어>가 있습니다. 인터넷 서점에서 ‘논어’로 검색하면 900권 가까운 책이 나와 있습니다. 논어 완역본에서 해설서 참 많기도 많습니다. 무슨 책을 읽으면 좋을까요?

 

A. <논어> 저도 완독은 못했습니다. 찔금 거린다고 해야 하나요. 요기 조금 조기 조금 누군가 책에 인용하면 조금! 제가 <논어>에 관한 책을 쓴 다면 아마 ‘조금 논어’ 정도 되지 않을까요?

오늘은 <논어>를 읽기 전에 봐야 될 책 한 권을 소개하겠습니다.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로 이미 에세이계의 까칠남으로 이름을 날린 김영민 서울대 교수가 쓴 논어 에세이 <우리가 간신히 희망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는 한국에서 유행하는 논어 번역과 주석에 이렇게 말합니다.

“만병통치약을 파는 고전 해설은 건강보조식품 광고에 실린 기나긴 효능 리스트를 닮았다. 진정한 민주주의, 자연친화적 세계관, 소외를 극복하는 공동체의 이상, 그리고 피로 회복, 변비, 탈모 치료에 이르기까지. 서점의 자기계발서 판매대에서만 고전을 만병통치약으로 포장해서 파는 것이 아니다. 정교한 지식을 추구해야 할 대학 또한 예외가 아니다. 사이비 만병통치약을 사고판다고 감옥에 가야 한다면, 오늘날 대학이 곧 감옥이다.”

역시 까칠하고 역시 강한 김영민 교수는 한치의 물러섬없이 논어 번역가들과 해설가들을 감옥으로 보냅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에세이를 쓰지만 직업과 공부는 다른 것을 했기 때문입니다.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하버드대에서 동아시아 사상사로 박사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동양정치사상사를 공부하는 그가 보기에 지금의 논어 공부 방법은 그리 좋아보이지는 않나 봅니다. 논어는 꼭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우선 질문을 던집니다.

“<논어>를 왜 읽는가?” 그는 고전의 지혜가 건강이나 노화에서 생태에서 사회 양극화까지 그 어느 것도 해결책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고 확언합니다. 그리고 말합니다. “고전 텍스트 읽음을 통해서 우리가 간신히 희망할 수 있는 것은, 텍스트를 읽을 줄 아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삶과 세계는 텍스트이다.” 말이 조금 어렵네요. 가나다라도 알고 논어도 다 번역되어 있는데 ‘텍스트를 읽을 줄 아는 사람’이 되라니. 이것은 공자가 공자의 시대에 같이 살던 사람들과 공자가 접한 현실을 어떻게 보고 어떻게 정리했는가를 보라는 말입니다.

<논어>에는 중국 춘추시대를 살던 사람들의 군상과 생각 그리고 현실이 담겨 있을 뿐이라는 것입니다. 당시에는 했던 생각을 2020년을 사는 우리들의 세상을 읽는데 사용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그는 말합니다. “삶에는 지름길이 없다. 자기가 가야 할 길은 가야 한다.” 계속 살아가기에 실패할 것이라는 것을 미리 알고 있다면 그냥 자기가 갈 길을 가는 것. 그것을 책임진다고 말합니다.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자는 분수를 지키라는 말이 아니라 어차피 실패할 인생에 대해 내가 책임진다는 자세를 말합니다. 초부정에서 나오는 낙관입니다. 그럼에도 이것은 현실에서 나타나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실패한 삶과 세상에 대해 좀 더 나은 실패를 말하는 공자로부터 우리는 논어 읽기를 다시 시작합니다. 좀 까칠하지만 우리를 공자가 살던 2600년전으로 데려가서 세상읽기를 알려주는 김영민 논어 에세이 <우리가 간신히 희망할 수 있는 것>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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