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솔 청소년지도사

“이 마을 아이들은 모두 같은 머리를 하고 있다!”

‘요시노 이발관’이라는 영화 포스터에 적힌 카피라이팅이다. 이 영화의 배경인 한 마을에서는 모든 남자아이들이 전통과 관습에 따라 바가지머리를 하고 있다. 이발을 해야 할 때가 되면 요시노 이발관에 가서 이발을 한다. 이런 마을에 파란이 일어나는데 바로 전학 온 한 아이 때문이다. 잡지에서만 봤던 헤어스타일에 염색도 한 전학생은 ‘헤어스타일일의 자유는 헌법 13조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라며 바가지 머리를 거부한다. 이후 전학생과 마을 아이들은 자유와 변화를 주도하며 바가지머리를 하고 살아야 할 이유를 어른들에게 재차 묻는다. 이내 아이들은 각기 다른 헤어스타일을 하게 되고 마을의 구습을 변화시킨다.

“How dare”

이 어구는 그레타 툰베리 연설 중 가장 많이 사용된 ‘어떻게 감히’라는 말이다. 16세의 스웨덴 환경운동가 툰베리는 2018년 스웨덴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후 변화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였으며, 2019년 9월 세계정상들이 모여 있는 UN기후행동정상회의에서 “사람들이 고통 받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대멸종의 시작점에 서 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경제성장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감히 그럴 수 있습니까?” 라고 기후 위기를 경고하는 목소리를 냈고, 지금도 행동하고 있다.

위 두 이야기는 그저 멀리 있는 해외의 이야기로 끝나지 않는다. 우리나라 청소년들도 촛불 집회 등을 통해 민주주의를 경험했으며 청소년 자신의 의견을 당당히 이야기 하고 있다.

2020년, 드디어 만 18세 선거연령 하향으로 선거권이 청소년들에게 부여되었다. 청소년들도 엄연한 국민이자 사회구성원이다. 참정권 또한 노력해서 쟁취해야 하는 것이 아닌 자신을 표현하고 행동할 수 있는 당연한 권리라 생각한다. 18세 선거연령 하향, 참정권을 반대하는 목소리에는 ‘학생이 공부를 해야지’ ‘학생은 정신적, 신체적으로 미숙하다’는 구습이 담겨 있지 않나 싶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 있는 현안들을 보자면 어찌 청소년들과 관련이 없을까, 참정권은 청소년이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기 위해 그리고 행복을 추구하며 각자의 삶에 충실하게 살기 위해 꼭, 반드시 필요한 권리다.

감사하게도 우리 사회는 변화되고 있다. 이제는 청소년들의 정치 관심을 허용하고 있다. 청소년의 권리를 주장하고 그 주장을 밝혀주는 시선들이 있다. UN, EU 등에서는 청소년 참여를 주요과제로 선언하고 헌장을 공포하는 등 청소년을 우수한 역량을 가진 사회의 구성원, 인류발전의 동반자로 인식하는 것이 세계적 추세다. “아동은 자신에게 영향을 미치는 모든 문제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말 할 권리가 있다.”(UN아동권리협약 제 12조 제1항, 1989) 청소년은 평등하게 그리고 고유한 개인으로서 대우받아야 하며, 자신들에 관련된 사회와 문제에 영향을 미치도록 허용해야 한다.

사회가 변하고, 시대가 변하며, 세대가 변화되고 있다. 각자의 의견을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한다. 어릴 때부터 디지털환경에서 자란 요즘 세대, 곧 Z세대는 관심사 및 의견을 공유하고 콘텐츠를 생산하는데 익숙하여 소비자이자 생산자 역할을 함께 수행한다. Z세대의 특징은 서로 개성을 인정하기 때문에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것을 즐기고, 윈-윈을 좋아하며 굳이 주류가 아니어도 좁은(매니아층) 문화에도 열광한다. 또한 직접 체험하고 경험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나는 Z세대에 나타나는 현상이자 소비(표현)를 통해 드러내는 신념을 말하는 ‘미닝아웃’을 소개하고 싶다. 의미, 신념을 뜻하는 ‘미닝(meaning)’과 ‘벽장속에서 나오다’라는 뜻의 ‘커밍아웃’이 결합된 단어인 ‘미닝아웃’, 즉 자기만의 의미나 취향 또는 정치적, 사회적 신념 등을 소비(의견표현)를 통해 적극적으로 표출하는 현상을 뜻한다. 만 18세 이상 청소년들의 선거 참여가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할 인간의 권리를 서로 존중하고 인정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라며, 또한 이 현상이 우리의 권리를 증진시키는 선한 영향력으로 번져 나가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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