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된 군민의 선택이 일하는 국회 만든다
‘말’뿐인 국회개혁… 제 밥그릇 챙기기만 바쁜 국회의원

특혜 없는 스웨덴 국회의원 선진사례 도입해야

지난해 4월 패스트트랙 충돌모습. 국회에 쇠지렛대와 망치가 등장했다. JTBC뉴스 갈무리

우리나라 국회의원의 정수는 300명이다. 국민 10만명 당 국회의원 수는 0.58명, 국회의원 1명이 국민 17만 2000명을 대표한다. 이는 OECD평균인 0.97명에 못 미치는 수준으로, 선거철이면 국회의원의 수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기도 하다.

하지만 국민 대다수는 국회의원 정수 확대를 반대하는 실정이다. 국회의원에 대한 불신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된다. 리얼미터가 지난해 발표한 국가사회기관 신뢰도에서 국회는 2.4%라는 낮은 신뢰도를 기록했다.

앞선 기획 보도에서 살펴봤듯이 20대 국회의원 중 범죄혐의에 따라 의원직을 상실한 의원은 14명이다. 그 외에도 부정채용청탁, 자녀 특혜논란 등 국회의원 관련 의혹이 쏟아지고 있다. 국회에 대한 불신을 가중시키는 요소들이다. 선거가 9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새롭게 구성될 21대 국회를 변화시킬 주체는 바로 국민이다. 국민이 제대로 된 후보를 뽑아야만 신뢰받는 국회를 만들 수 있다.

 

◇정치 선진국 스웨덴의 의회

한국의 국회, 국회의원들이 국민에게 외면 받는 반면, 스웨덴의 의회는 선진정치의 모범사례로 손꼽히고 있다.

스웨덴 의회는 394명의 의원으로 구성된다. 국민 10만명당 국회의원 수는 3.48명, 의원은 정당명부 비례대표제(고정선거구의석 310석, 조정의석 39석)로 선출된다. 2018년 9월 총선 투표율은 87.1%에 달했다.

현재 재적의원 중 여성의원은 165명(47.27%)으로 별도의 법제정 없이 각 정당이 자발적으로 여성공천비율을 높였다는 것이 특징이다. 연령대도 다양한데, 최연소 당선자는 에바 헤르만손(1996년생)이었고, 최고령 당선자는 잉그리드 나슬룬드(1934년생)이었다. 국제의회연맹 2018년 보고서에 따르면 스웨덴 의회는 45세 이하 의원비율이 48.14%, 40세 이하 34.10%, 30세 이하 12.32%에 달한다. 비례대표제를 통해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의회에 입성해 법안을 만들고, 4년 임기를 마친 국회의원들은 다시 본업으로 돌아간다. 의원들은 자기의 분야와 관련된, 경험에서 나오는 현실적인 법안을 만들 수 있다.

 

◇가장 열심히 공부하는 스웨덴 국회의원

스웨덴 의원들은 세계에서 가장 특권 없고 고된 노동에 시달리는 국회의원이라 불린다.

월 급여는 약 6900달러(한화 약 810만원), 스웨덴의 의원활동지원법 3조 조항에 따라 365일 일하는 것을 기준으로 일급을 계산해 주급을 받는다.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적용하고 있어 질병 등의 이유로 회기 중 결근하면 그만큼 세비를 삭감한다.

의원들은 4년 임기 동안 평균적으로 100여건의 법안을 발의하는데, 개인 보좌관이 없기 때문에 국회의원 본인이 모든 자료를 준비하고 분석해야 한다. 관용차가 제공되지 않는 만큼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의원, 걷고 버스를 타는 의원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의원들이 업무용으로 사용한 금액은 영수증을 모두 정리해 제출해야 한다. 이 영수증은 영구 보관되는데, 경비내역과 의정활동 관련 모든 정보를 누구나 열람할 수 있고, 복사도 가능하다. 정보가 완전히 공개되는 만큼 정치인들은 자기관리에 철저할 수밖에 없다. 의정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이유로 특수활동비나 업무추진비 등 국회의원의 지출내역을 공개하지 않고 있는 우리나라와 대비되는 모습이다.

스웨덴의 정치인에게 요구되는 청렴성을 보여주는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토블론 스캔들’이다. 1995년 당시 부총리였던 모나 살린은 업무용 신용카드로 ‘토블론 초콜릿’을 샀고, 법인카드로 초콜릿을 샀다는 사실 등 총 4회에 걸쳐 개인용품 34만원 어치를 구입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부총리직에서 사퇴했다. 월말 봉급 수령 후 변제를 했지만 국민여론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스웨덴은 매 국회의원 선거 때마다 자발적 불출마가 30%가 넘고, 100여명의 국회의원들이 4년 임기 후 본업으로 돌아간다. 스웨덴 국회의원은 어떠한 면책특권도 없지만 능력면에서는 세계 어떤 의회보다 높게 평가 받는다. 입법을 할 수 있다는 유일한 특권을 가진 의원들이 봉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의원직을 맡고 활동한다.

 

◇‘말’뿐인 국회개혁

국회가 개원하면 각 정당들은 앞다퉈 국회개혁방안을 제시하고, 특별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 보고서를 작성한다. 국회의원의 특권을 내려놓겠다는 취지다. 특권 없는 국회, 일하는 국회로의 변화를 추진하지만 정작 변한 것이 없다는 점이 의아하다.

지난해 11월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의원 세비를 전원 외부인사로 구성되는 독립적인 국회의원 보수산정위원회에서 결정하고, 국회의원의 보수 총액을 최저임금의 5배를 넘지 않도록 규제하는 내용의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국회개혁 필요성과 대안 모색 토론회를 통해 논의됐던 내용이다. 이 법안은 정의당 6명의 국회의원과 정동영·천정배·유성엽·손혜원 의원이 공동 발의했는데, 심 의원에 따르면 원내교섭단체인 민주당·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 3당 의원은 한명도 서명을 하지 않았다.

매 회기마다 나오는 국회개혁, 정작 제대로 논의되거나 처리된 적은 없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직접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레미스’

스웨덴 입법절차 개요

스웨덴도 정부와 의원 모두 법안 발안권을 가진다. 스웨덴의 입법절차는 법률안이 제출돼 공포되기까지의 과정으로 크게 ‘법률안발안-조사(SOU작성)-의견수렴(레미스절차)-법률안 심사-법률안 발의-의회심의-공포’ 단계로 구분된다.

스웨덴 입법과정의 가장 특징적인 제도는 스웨덴 민주주의 모델의 핵심이라고도 불리는 ‘국가조사보고서(SOUㆍStatens Offentilig Utredning)’다. SOU는 사회적 갈등을 일으킬 수 있는 퇴직연금제도, 반값등록금 등의 쟁점 사안에 있어 정부 마음대로 법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시민단체에 의견을 듣는 직접민주주의 시스템이다.

정부는 법안 작성 전에 특정 이슈에 대해 정부·정당·시민단체 등 전문가와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하는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조사를 위임한다. 특별위원회는 조사와 논의를 통해 문제에 대한 최종 보고서를 채택하는데, 이후 최소 3개월 이상 국민 의견을 수렴하는 ‘레미스(Remiss)’를 거친다. 조사위원회가 작성한 보고서를 정부가 만든 리스트에 있는 다양한 이해관계자 및 그룹 관련기관에 송부하는 절차로, 일반 국민 누구나 의견을 제출할 수 있고 보고서에 빠져있는 내용을 국민들이 참여해 수정할 수도 있다. 정부는 SOU와 레미스를 토대로 법안을 작성해 의회에 제출한다. 결론이 의회에 제출되면 입법심의회의 법제심사에 문제가 없는 한 큰 수정 없이 법안이 통과된다.

한 개의 정책법안이 통과되기까지 통상 2년 6개월이 소요되지만 이해 당사자들이 해결점을 찾을 수 있고 법안의 질도 높일 수 있다. 사회전반에 걸쳐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해 해결책을 만들고 의견을 내는 것이다.

SOU는 크고 작은 정책부터 개헌까지 다루는데, 1년에 50~150개에 이르는 SOU가 만들어진다. 당론에 의한 결정이나 정부의 의견을 따르는 여당을 탈피하고 국민들에게 입법과정의 신뢰를 높일 수 있는 방식이다.

 

◇모범 보여준 초선의원들

주민과의 소통은 선거철이면 많은 국회의원들이 약속하는 대목 중 하나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민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의원들이 어떻게 활동하고 있을까?

20대 국회는 특히 초선의원들의 활약이 눈에 띄었다. 주민들과 소통하고, 주민들의 의견을 법안으로 발의한 의원들을 소개한다.

토론회만 194회, 박주민 의원

지난달 20일 열린 안전한 통학로 만들기 토론회, 토론회 이후 ‘안전 은평 TF팀’을 구성해 실행 가능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박주민 의원은 본회의 출석율 100%, 131건의 법안을 대표발의 했고, 입법정책 토론회 194회 개최, 230회의 강연을 다녔다. 특히 주민들과의 소통이 눈에 띄는데, 유튜브·페이스북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자신의 의정활동을 알리고 주민과 소통할 뿐 아니라 매월 2회 주민과 직접 만나는 주민의 날을 총 64회 개최했다. 이외에도 자신의 지역구민들을 만나기 위한 의정보고회, 간담회도 진행해 주민들의 의견을 듣고 있다.

박 의원의 홈페이지(joomincenter.com)에서 그의 의정활동을 확인할 수 있다. 그가 진행한 입법·정책 토론회는 194회, ‘청년기본법안’을 발의하기 위해 청년들과 간담회를 진행하고, 세월호 피해자 지원법 개정을 위한 정책간담회, 국민참여예산제 제도화를 위한 전문가 간담회 등 법안을 발의하기 전 주민·전문가의 의견을 들었다. 주민의 대표로서 입법 활동을 하기 전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창구로서 역할을 한 것이다.

그는 직접민주주의 강화를 위한 법안을 상정하기도 했다. ▲국민들의 청원으로 국회의원을 소환해 파면하는 국민소환제 ▲국민이 직접 입법과정에 참여하는 국민입법청구제 ▲국민이 직접 예산사업을 제안하고 결정에 참여하는 국민참여예산제 ▲국민과 국회의원이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절차를 법제화하는 국회의원 면담법 등이다.

발의 후 길게는 2년 이상 국회에 계류돼 있는 법안이기도 하다. 박 의원은 임기 동안 이 법안들을 통과시키기 위해 ‘국민소환제 20대 국회 통과를 위한 입법 토론회’, 서명운동, 국민청원 등을 진행했다.

유치원 3법, 박용진 의원

지난 13일 우여곡절 끝에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2018년 10월 5일 처음 문제제기된 지 466일 만이다. 박용진 의원은 비리 사립유치원 명단을 공개하며 일약 스타로 떠올랐다. 단순한 문제제기로 끝낸 것이 아니라 사립유치원 회계 투명화 등의 내용을 담은 유치원 3법을 발의하면서 현실 정치로 가지고 들어왔다. 이후 법안의 가결까지 방송 및 인터뷰 250회 이상, 4번의 토론회와 간담회, 18번의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국회의원이 자신의 의정활동을 가장 쉽게 지역주민들에게 전할 수 있는 방법은 의정보고서를 발송하는 것이다. 자신이 의회에서 한 주요업적 등의 내용을 보고라는 형식을 빌어 홍보하는데, 매 선거철 자신에 대한 지지를 홍보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박용진 의원은 ‘월간 박용진’ 이라는 이름으로 매월 의정활동을 홈페이지 등에 게재하고, 20대 국회에만 17호의 의정보고서를 만들었다. 어떤 활동을 했는지 주민들이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자신의 의정활동을 홍보하며 주민을 만났다.

 

◇20대 국회, 정병국 의원은?

2018년 9월 양평에서 열린 양평군 용문산 포사격장 이전방안 모색을 위한 입법지원 토론회

정병국 의원은 20대 국회 들어 총 51건의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20대 국회가 식물국회라는 오명과 함께 법안을 처리하지 못하면서 이중 39건(76.47%)이 계류 중이며, 10건이 대안반영폐기(19.60%), 2건(3.92%)이 폐기됐다.

본회의 출석률은 78.47%, 상임위원회 출석률은 4차 산업혁명특별위원회 100%(4회), 외교통일위원회 89.09%(54회)였다. 2018년 5월까지 활동했던 기획재정위원회는 83.51%(76회)로 나타났다.

재산은 2016년 8억5513만5000원에서 2019년 6억60만원으로 줄었다. 20대 국회(2016년6월~2018년) 기간 총 2억7307만2242원의 정치자금을 지출했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항목은 문자발송 및 현수막 제작 등에 사용하는 홍보비 항목으로 총 6268만9462원(23%)을 사용했다. 같은 기간 간담회나 대중교통비로 사용한 금액은 없었다.

정 의원은 16~20대 국회의원으로 재직하면서 총 7건(17대 1건, 18대 5건, 19대 1건)의 의정보고서를 발표했다. 20대에는 의정편지 형식으로 홈페이지에 게재·발송했다.

주요 정책토론회로는 농어촌 긴급현안 정책간담회, 학교 미세먼지 대책 토론회 등 47건의 토론회 개최를 통해 입법과정에서 주민들을 만났다.

양평의 현안 관련한 토론회로는 용문산 포사격장 이전방안 모색을 위한 입법지원 토론회를 개최했고, 팔당 중복규제 개선을 위한 라운드테이블, 오염 총량제 규제 관련 한강유역청장 현안보고 등을 진행했다.

이외에 ‘릴레이 이‧통장 간담회’와 ‘찾아가는 현장 민원간담회’를 통해 주민들을 만나고 있다. 정 의원의 의정활동은 블로그와 페이스북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데, 언론에서 조명된 활동 외에 어떤 의정활동을 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창구가 적다는 점이 아쉬운 부분이다.

 

선거가 9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온전히 국민의 손으로 만들어질 21대 국회, 20대 국회와는 다른 21대 국회를 위해서는 국민의 대표로서 모범적인 국회활동을 할 수 있는 의원을 선택해야 한다.

새로운 국회의원들은 국회 개혁을 위한 방안, 올바른 입법 활동을 위한 입법제도를 입안할 것만이 아니라 통과시켜야한다. 스스로 세비를 결정하고, 국회 파행의 책임을 지지 않는 국회는 더 이상 없어야 할 것이다.

주민들의 직접참여를 위한 제도적 장치도 필요하다. 스웨덴의 레미즈처럼 주민의 의견을 들을 수 있는 제도, 일하는 국회를 위해 제동을 걸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후보를 공천하는 정당의 역할 또한 중요하다. 국회의원의 특권을 놓을 수 있는, 주민을 위해 일할 수 있는 각계각층의 후보를 국민들에게 보여줘야 한다. 다양한 연령, 폭넓은 경험을 가진 직업군에서 후보를 내는 것은 지지를 보내는 국민들에게 보답하기 위해 정당이 해나가야 할 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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