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이 가고 새로운 한해가 시작되지만 언론개혁에 대한 국민적 열기는 식을 기미도 없다. 부패한 언론이 우리사회에 끼친 악영향과 폐해를 체감하는 시민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언론 종사자의 한사람으로서 얼굴 들고 다니기가 두렵고 부끄럽다.

언론은 공익적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 근본사명이다. 하지만 오늘날 제도와 현실은 언론사들이 무한경쟁을 통해 시장에서 살아남는 일반기업이기를 요구한다. 공공의 이익을 앞세우며 사익을 챙기라는 말이다. 비약하면 경찰서나 소방서 군청 직원들이 경쟁적으로 돈을 벌어서 치안이나 민원, 행정서비스도 하고 봉급타가라는 말과 크게 다르지 않다. 언론이 제 노릇을 하면서 건강하게 성장 할 수 있도록 제도와 정책을 마련하지 못하면 세상은 더 혼란스럽고 언론개혁의 목소리는 더 높아질 것이다.

우리나라 언론정책 변화를 살펴보면 신문을 정치적 도구로 활용하려고 강력한 통제와 탄압을 가하던 민권의 암흑기도 있었고, 언론의 자유가 확대돼 시민사회가 성장하던 시기가 반복되었다. 일제와 미군정시대엔 관제언론을 통해 국민을 억압했고, 4.19 직후엔 보도와 논평의 자유도 거의 무제한으로 용인해 무책임한 보도로 인한 부작용도 생겼다. 특히 군사정부 시기엔 언론의 자유를 크게 제약해 언론 통폐합으로 언론사와 언론인들이 수난의 시기를 겪기도 했다.

1987년 6·29 이후 신문사 설립이 자유화되면서 신문과 방송의 수가 빠른 속도로 증가해 언론 자유가 보장되는 듯 했지만 실제론 자본이 국가권력의 빈자리를 대신해 오히려 더욱 정교하고 밀착된 통제가 고착되기도 했다. 국민의정부 시기엔 언론사 세무조사, 신문고시 부활 등 정부주도의 언론개혁정책이 추진되었지만 자본과 결탁한 거대언론이 무한 권력으로 성장해 초법적 일탈이 일상화되었다.

한편 지역신문발전지원특별법을 제정해 지방자치제도 도입에 발맞춰 열악한 지역신문의 지원근거를 마련하기도 했다. 이 법을 통해 편집권 독립의 제도적 장치 마련이나 독자들의 보도 감시 시스템 구축 등 요건을 갖춘 지역신문사를 지원해왔다. 하지만 보수세력은 지역신문발전위원회를 축소시키고 독립성을 없애버리는 모략을 벌이고 있어 지역신문에 대한 가치를 알고나 있는지 의심스럽다.

언론의 자유와 독립성의 크기만큼 민주주의는 발전했고, 지방분권과 시민자치 역량은 해당지역 언론과 함께 성장했다. 하지만 작금의 사태는 자본가는 광고비로, 정부는 정책홍보비를 통해 언론을 길들이고 있다. 권력과 돈에 기생하며 사주와 개인의 영달을 위해 영혼을 팔고 곡필을 숙명처럼 받아들인 결과가 언론개혁이라는 국민저항에 부딪힌 것이다.

경기도가 최근 도민정책축제를 통해 지역언론의 현실을 파악하고 발전적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를 만들었다. 이 자리에서 나온 현직 기자들과 전문가들은 한 목소리로 언론인들이 스스로 공익적 가치를 실현하고 있는지 성찰하고, 지자체는 언론이 제 역할을 찾아 가도록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자체들은 언론홍보비 사용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 기사의 소비주체인 독자와 지역주민의 입장을 반영해 언론사를 지원하는 제도를 강구하라는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와는 별도로 지역언론 지원에 관한 연구용역을 진행하는 경기도의회 이영주의원은 “지방분권이 강조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언론주권자배당제도, 경기언론재단 설립, 경기공공뉴스포털 구축 등 지역언론에 실질적인 제도적 지원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합리적 지원모델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양평군도 마찬가지다. 지역언론을 대하는 태도에 있어 각자 도생하라며 방치하거나 미운 놈 떡 하나 더 주는 방식의 정책홍보비 지급은 더 이상 안 된다. 지역언론이 지방자치와 민권신장을 위한 필수재임은 이미 검증되었다. 따라서 양평군은 지역언론이 건강하게 성장하고 유지되도록 지원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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