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열회 양평문화원 학예사

구열회 양평문화원 학예사

현재 양평문화원에서는 양평군청과 협력해 양강문화제 사업의 일환으로 양평 성황제의 재연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에 많은 분들께서 양평 성황제라는 범주뿐만 아니라 성황제 자체의 개념과 취지, 필요성 등에 질의가 있으실 것으로 생각합니다.

우선 성황신(城隍神) 신앙은 한 지역을 수호하는 일종의 수호신 개념입니다. 그런데 그 실제 믿음에는 편차가 있어서, 고대 중국에서도 지역의 수호를 기원하는 ‘추상적 존재’이기도 하고, 혹은 지역에 관련된 유명한 혹은 공적이 큰 인물을 그대로 신으로 모시는 ‘인격적 존재’이기도 합니다. 고려시대까지는 지역의 호족, 족속이 인격적 존재로서의 성황신을 모시며 무속과 결합해 지방에서의 자신의 위상을 강화하는 상황이었다면, 조선시대의 성황신, 특히 수령(군수)이 주도하는 읍치성황은 호족적-무속적 성격을 탈각하고, 국가 스스로가 제사의 주체가 되어 보다 탈인격적-추상적이면서도 지역의 수호와 안녕을 기원하는 단계로 한층 변화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보다 탈종교적이면서도 지역 전체의 안녕을 국가적 권위가 공적인 절차로 진행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성황제(城隍祭)는 성황신에게 지내는 제사로써, 기실은 성황제라는 제사가 존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지역의 안녕을 기원하는 성황신이기에 그에 부연된 여러 성격의 제사가 있으며, 오곡의 풍성과 지역의 안녕을 기원하는 풍운뇌우산천성황제(風雲雷雨山川城隍祭), 억울하게 죽거나 무연고로 죽은 이들의 영혼을 위로하기 위해 성황신에게 제사 지내는 여제(厲祭)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때문에 엄밀히는 ‘성황제’라는 하나의 형태로 고정된 제사는 없으나, 무엇보다도 군민의 의견과 희망을 우선으로 하여 풍운뇌우제와 여제의 절차, 성격 등을 참고하여 ‘성황제’라는 하나의 제사로 재구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왜 하필 성황제인가?’하는 질의에 대한 답변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원래 성황신이란 것은 무속과 연계를 맺기는 하였으나 그 자체가 온전히 무속에만 묶인 것이 아니라, 본래는 지역의 안녕을 비는 취지에서 지역이라는 범주에 근거한 지역의 ‘추상적 상징’이라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때문에 다양한 계층과 집단, 개인이 양평군이라는 한 지역 내에서 더불어 살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종교, 문화 등의 편차를 떠나 군민의 화합을 다지고 지역적 성격을 상기할 수 있는 문화적인 계기가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그중에서도 조선시대의 것을 참고하는 이유는, 국가가 지역의 상징인 성황신에 대한 제사를 주도함으로써 특정 호족이라는 특정 집단, 무속이라는 특정 신앙적 성격을 넘어서 공적 제례로서의 위상을 확립하였다는 점입니다. 또한 국왕 역시 강무 등으로 지역에 수고를 끼치는 것에 반대급부로 (양근의)성황신에게 치제를 하는 등, 성황신은 ‘지역’에 대한 사례와 배려를 받는 지역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처럼 조선시대의 제례를 참고로 하는 것은 중앙정부가 성황신을 지역의 상징이자 존중의 대상으로 구체화 한 시점이라는 것과, 보다 다양한 계층과 종교를 포옹할 수 있는 공적 행사의 성격에 근거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양평에는 양강섬, 양근성지 일대를 중심으로 한국전쟁 당시 많은 민간인들이 무고하게 희생된 아픈 역사가 남아있습니다. 이에 양평문화원에서는 성황제에 여제의 성격을 포괄함으로써, 무고한 영혼들에 대한 역사적 위령과 현대적 치유를 실행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는 심정으로 양평성황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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