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인터뷰-갈사모협동조합

2019 경기마을공동체 ‘최고마을상’ 수상

본지는 신년인터뷰로 양평에서 활동하는 비영리 모임이나 단체를 소개해왔다. 2015년에는 양평에 청소년 쉼터의 씨를 뿌린 청소년카페 ‘날개’, 2018년은 서종을 아름다운 마을로 가꿔가는 ‘서종디자인운동본부’를 소개했다.

올해는 갈산공원을 생태공원으로 변모시키고 있는 ‘갈산공원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인 협동조합(이하 ‘갈사모’)’을 선정했다. 인터뷰는 지난 23일 양평읍사무소 2층 소회의실에서 회원 6명이 모인 가운데 진행했다.

 

자연을 즐기다 가꾸기에 나선 사람들

지금의 갈산공원 자리는 1973년 12월 팔당댐이 들어서기 전까지만 해도 강폭이 넓지 않아 아이들의 자연놀이터였다. 댐이 생기면서 물이 많아졌고, 이후 강변은 방치된 공간으로 변해갔다.

일곱 살부터 양평에서 살았다는 한광식(63) 감사는 “지금의 양평경찰서 앞쪽으로도 마을이 있었다. 고등학교 때까지도 버드나무 아래서 많이 놀았다. 강상 땅콩밭에서 서리도 하고(웃음), 삶의 추억이 깃든 곳”이라고 말했다. 한 감사는 “갈사모 활동을 시작해 청소도 하고 생태교육도 받으면서 갈산공원이 우리 모두의 정원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고, 생태가 그대로 지켜졌으면 바라게 됐다”고 말했다.

선정규(59) 이사는 “1995년 양평으로 이사했는데, 그즈음 갈산공원 자리에 둑을 쌓고 있었다. 벚꽃을 심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진짜 벚꽃길이 조성됐다. 집이 공원 근처라 아내와 함께 운동을 자주 나오는데 하천구간을 잘 가꾸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자주 나눴다”고 말했다.

이곳에 갈산공원(양평생활체육공원)이 조성된 것은 2004년이다. 갈산공원 내에 산책로, 어린이놀이터, 야외무대, 주차장 등을 조성하며 체육공원으로 정비하기 시작했고 축구장, 테니스장, 실내배드민턴장, 실내탁구장 등도 들어섰다. 이후 남한강 자전거길의 일부로 강변을 따라 산책로가 조성됐다.

김동운(59) 감사는 “아내와 갈산공원을 자주 산책하는데 ‘이렇게 좋은 정원을 가진 사람들이 대한민국에 얼마나 되겠냐. 우린 진짜 부자다’라는 말을 늘 해왔다. 간혹 지저분한 게 보이면 ‘누가(양평군)’ 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젠 ‘내가’ 하게 됐다”며 “산과 강이 맞물려 있고, 시내에 이런 만족할만한 자연자산이 있는 곳이 어디 있겠나. 이런 걸 못 살리면 자연환경 논할 자격이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공원은 주민의 것… ‘안 되면 되게 하라’

양평읍의 대표적인 휴식공간인 갈산공원은 뛰어난 경관에도 일상적인 관리의 어려움으로 주민 참여 없이는 운영이 어려운 곳이다. 한때는 여러 기관‧단체에서 구역을 정해 꽃을 심기도 했지만 일회성에 그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지난 2018년 갈산공원을 아름답게 조성하자는 취지로 양평읍에서 ‘전문가와 함께하는 명품공원사업’을 진행했다. 자연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참여했고, 갈산공원의 가치를 재발견하게 됐다. 사업이 끝날 때쯤 갈산공원을 관리하고 가꿔서 세계에서 알아주는 명품공원으로 만드는 활동을 지속하자는 의견이 나왔고, 자연스레 ‘갈산을 사랑하는 사람들’모임이 결성됐다.

그해 여름은 40℃ 넘는 폭염이 계속됐다. 회원들은 무더위 속에서 강변을 청소하는가 하면 산책로 배수로에 배다리를 만들어 설치했다. 갈산공원 강변 산책로에 위치한 배수로는 산책길이 끊기게 하는 장애물이었는데 갈사모가 양평읍에 배다리 설치를 제안하고, 양평군이 경비를 지원했다. 상수원 보호구역이라는 규제를 뚫고 민관이 합심해 만든 배다리 주변은 주민들이 즐겨 찾는 명소가 됐다.

그런데 배다리를 설치하고 보니 호우로 강수량이 증가하면 끊어지는 상황이 발생했다. 그 과정에서 배다리 주변이 파손됐고, 수리를 해야 하는 어려움이 발생했다. 고민하던 회원들은 일정 수량 이상으로 올라가면 배다리 가운데가 분리되도록 하자는데 의견을 모았다. 배다리 중간을 줄이 아닌 철사로 연결해 수량이 늘어나면 큰 압력이 발생해 분리되게 했다. 회원들의 예상은 적중했다. 지난 추석 호우로 수량이 증가했지만 배다리가 분리돼 파손돼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고민하고 함께 방안을 찾아낸 결과다.

 

◇배다리, 움집, 그네, 전망의자… 하나씩 맞춰지는 퍼즐들

‘갈산공원을 사랑하는 사람들’ 모임원들은 지속적인 활동을 위해 협동조합을 만들자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올해 1월 갈사모 협동조합을 창립했다. 조합원수는 12명에서 지속적으로 증가해 현재는 50명에 이른다.

갈사모는 월1회 강변에 모여 갈산공원과 강변산책로 관리 및 쓰레기청소 등에 대한 강변회의를 진행한다. 이 자리는 조합원뿐 아니라 갈산공원을 이용하는 주민들과 소통하는 자리기도 하다.

2년도 안 되는 짧은 기간 동안 갈산공원에는 눈에 띄는 많은 변화가 생겼다. 공원이 깨끗해진 것은 물론이고 배다리, 움집, 그네, 전망의자 등 쉬거나 뛰어 놀기에 좋은 구조물들이 생겼다. 또, 사진 찍기에도 좋은 ‘뷰포인트’가 생기면서 SNS에 공유되는 횟수도 늘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변화는 강변 산책로를 걷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주민들이 강변을 걷게 되면서 ‘갈산공원 정말 좋더라’는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고, 외부 방문객들도 많아졌다.

생태조사연구팀장을 맡아 거의 갈산공원에서 살고 있다는 이현우(58) 이사는 “갈산공원은 위기식물 2급종이 자생할 정도로 생태계가 다양하고 건강하다. 조사를 통해 자연적으로 보존해야 할 구역과 인위적으로 조성할 구역을 구분하고, 가시박 퇴치방법도 연구할 예정”이라며 “산책하는 주민들이 고생 많다는 인사말을 건네기도 하는데 그럴 때 힘이 난다”고 말했다.

 

갈사모는 버려진 쓰레기에 눈살을 찌푸리는 대신 청소집게와 쓰레기봉투를 집어든 사람들의 모임이다.

◇공원을 가꾸는 일… ‘누구나 함께할 수 있어요”

갈사모는 활동 2년차인 올해 4월 양평군의 공동체 지원사업에 응모해 ‘경기도 따복공동체 활동’ 모임으로 선정됐고, 양평군의 ‘전문가와 함께하는 명품공원’이 경기도 일자리정책마켓 공모사업에 선정돼 조합원들이 참여하게 됐다.

또, 2019 경기마을공동체 우수활동사례 발표회에서 ‘세상에서 하나뿐인 갈산공원’을 주제로 ‘최고마을상’을 수상했고, 행정안전부에서 주관하는 ‘2019년 공동체 우수사례 발표한마당’에 경기도 대표로 참가해 ‘우수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내년에는 2020년 시민주도형 경기도 마을정원 조성 공모사업에 ‘갈산 한뼘정원’사업이 선정돼 갈산공원 가꾸기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

오인옥(66) 이사장은 “버드나무길, 어린이와 피크닉 등 구역별로 특색을 갖춰 다른 곳에는 없는, 양평만의 공원을 만들고 싶다”며 “식물관리 인프라, 진입로 확보 등 필요한 게 많은데 각종 규제 때문에 어려움이 많다. 많은 주민들이 관심을 갖고 참여해 환경부나 국토부에 의견을 전달하는 길밖에 없다”고 말했다.

신교진 이사는 “갈산공원이나 자연생태에 관심 있는 주민으로 1구좌(5만원) 이상을 출자하면 누구나 조합원이 될 수 있다”며 “좀 더 많은 주민들이 참여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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