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농이 환경친화적임은 과학적 사실”

먹거리를 중심으로 한 유기농에 대해 국민의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세계유기농대회가 지난달 26일부터 5일까지 남양주와 양평에서 열렸다. 양평은 유기농업의 발원지인 두물머리를 끼고 있어 이번 유기농대회에서 특별히 조명을 받을 만했지만, 한 편에서는 유기농과 관계없이 4대강사업으로 인한 위기 지역으로 관심을 모았다. 지난달 30일 남양주에서 열린 ‘팔당유기농업과 상수원 수질보전’ 주제의 학술행사장에서도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4대강사업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고, 두물머리가 처한 상황에 대해 참석자들 대부분이 공감을 나타냈다. 특히 캐서린 디마테오 국제유기농업운동연맹(IFOAM) 회장 일행은 지난 1일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는 두물머리 현장을 몸소 방문, 유기농지를 사수하려는 팔당유기농민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팔당유기농업이 서울시민의 식수원을 오염시키는 주범인지, 아니면 친환경농업으로서의 가치가 있는지, 열띤 토론의 현장을 지상중계한다. <편집자주>

▲ 세계유기농대회 ‘유기농업과 수질보전 워크숍’이 국내외 전문가가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 지상중계 : 팔당유기농업과 상수원 수질보전 워크숍-

세계유기농대회가 한창이던 지난달 30일, 세계유기농대회의 학술행사 중 하나로 ‘팔당유기농업과 상수원 수질보전 워크숍’이 남양주시 제2청사에서 개최됐다. 이 행사 역시 남양주에서 열렸지만 팔당유기농을 다룬 만큼 양평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행사였다.

점심시간 직후부터 시작된 워크숍 현장에는 파란 눈의 외국인들이 눈에 띄었고 장내 뒤편에는 동시통역실이 설치되어 국제행사의 분위기를 내고 있었다. 행사에는 캐서린 디마테오 국제유기농업운동연맹(IFOAM) 회장이 직접 참석해 사람들로 하여금 이 워크숍이 가지는 위상을 실감케 했다.

학술행사임에도 행사는 감성적인 장면으로 시작됐다. 신대우 팔당생명살림 영농조합회장이 개회식 인사말을 하기 위에 연단에 올랐다가 감정에 북받쳐 눈물을 흘렸다. 신 회장은 여러 번 마음을 추스르고 인사말을 하려 했으나 끝내 말을 잇지 못하고 연단을 내려와 두물머리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서규섭씨가 대독했다. 그는 4대강사업으로 인해 남양주 조안면의 유기농지가 크게 훼손된 현실을 짚었고 세계유기농대회가 끝나면 두물머리에서 농민들이 쫓겨나게 될 현실을 개탄했다.

다음으로 캐서린 디마테오 회장 역시 무거운 표정으로 연단에 올랐지만 축사라기보다는 두물머리 유기농민에 대한 위로의 말을 전했다. “저는 농민들의 감정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 오늘 이 워크숍이 정부의 정책에 변화를 줄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이어진 김성훈 전 농림부 장관의 인사말은 정부와 경기도에 대한 비판과 분노가 주를 이뤘다. “저는 지난 3년간 이전에는 들어보지 못한 얘기를 계속 듣고 있습니다. 농약을 쓰는 일반농업이 아니라 유기농이 수질오염의 원인이라는 얘깁니다. 국감자리에서 이 정부의 환경부장관이 그렇게 얘기했고 이 정부의 농림부장관 또한 이러한 발언에 동의했습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이와 같은 주장을 담은 방송광고와 안내책자를 통해 이러한 주장을 홍보하고 있습니다. 당국은 두물머리 농민을 ‘땡깡’ 부리는 건달 취급하고 유기농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돈을 받아내려는 수작으로 매도하고 있습니다. 유럽에서는 강변에서 유기농이 권장되고 있습니다. 유기농은 물, 흙, 생물, 생태계, 하늘의 공기, 인간의 건강을 살리는 것입니다. 저는 독실한 신자가 아니지만 유기농을 환경파괴의 주범으로 매도한 이들은 천벌을 받을 것입니다.”

개회식이 끝나고 주제논문 발표시간부터는 디마테오 회장이 사회자로 직접 나섰다. 첫 발표자로 나선 앙드레 류 IFOAM 부회장은 “기존의 농법에서 사용하는 살충제와 비료에서 나오는 질산염이 강, 호수, 바다를 오염시키는 주요 오염원이며 공원과 정원에서도 살충제와 질산염이 기존 농업에서와 비슷한 수준으로 배출된다. 이에 비해 유기농업은 수질을 보존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팔당지역 유기농이 환경 친화적 농법의 모델이 될 수 있음에도 두물머리 유기농지가 곧 철거될 예정인 현재의 상황에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이어 얼스 니글리 유기농업연구소 FiBL 소장은 “기존의 관행농업에 비해 유기농에서는 수질 오염원의 하나인 질산염의 용탈이 줄어든다”고 얘기하며 “유기농은 이외에도 토지의 비옥도를 높이고 생물다양성에 기여하는 부수적인 이점이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또한, 그는 일부 유럽국가에서 유기농업을 시행하는 농민을 위해 지원금을 책정하고 있는 상황을 언급했다.

세 번째 발표자로 나선 서규섭 씨는 현장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농민의 입장에서 그간 팔당유기농의 역사와 현황, 두물머리 유기농의 특징, 4대강사업 개시 이후의 두물머리 유기농이 처한 상황 등을 설명했다. 이날 서 씨는 현재 경기도가 지난달 26일자로 두물머리 유기농민이 이달 5일까지 두물머리에서 자진 퇴거할 것을 요구하는 계고장을 보내왔음을 알렸다. 서 씨는 “팔당이 자랑할 수 있는 유기농이 앞으로도 지속되기를 바라며 많은 분들이 이에 동참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두물머리 대안연구단의 단장을 맡은 최동진 국토환경연구소 소장은 그간 진행된 두물머리 대안연구에 대해 설명했다. 최동진 소장은 대안연구단이 두물머리를 ▲유기농업 공동체 ▲치유생명공간 ▲수질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수변완충벨트의 3구역으로 구분해 이러한 공간에 맞는 교육프로그램과 하천관리 방식을 연구했음을 밝혔다.

주제발표가 마무리되고 토론이 이어졌다. 토론의 사회 역시 디마테오 회장이 직접 주관했다. 이번 워크숍의 주제는 유기농과 수질보전의 관계에 대한 과학적인 문제에 관한 것이었지만 토론에서는 이러한 것들을 다루기보다 정부의 4대강사업에 대한 비판과 두물머리 유기농이 처한 현실에 대한 논의가 주를 이뤘다. 이상헌 교수(한신대)는 “팔당상수원의 주오염원은 경안천의 오폐수이며 정부가 유기농이 수질을 오염시킨다고 주장하는 것은 과학적 사실을 왜곡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김연순 여성민우회 생협연합회 회장이 지정토론 중 감정에 북받쳐 눈물을 흘리고 있다.

김연순 여성민우회 생협연합회 회장은 “마지막까지 팔당 농민들과 함께 하겠다”는 발언과 함께 울음을 터트려 현재 두물머리 유기농이 처한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윤주이 「한국농어민신문사」 대표는 “정부가 4대강사업을 하며 농민들을 오염의 주범으로 몰아간 것은 철학이 있는 유기농민들의 자존심에 상처를 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홍철 환경정의 공간정의국장은 “유기농이 환경 파괴적이라는 주장은 억지논리이며 이 억지논리가 만들어진 이유는 4대강사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다. 하천오염의 원인으로 생활하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44%로 토지이용에 따른 하수의 비중 34%보다 더 높으며 팔당을 오염시키는 주된 오염원은 경안천이다. 경기도 환경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두물머리 인근의 수질은 다른 지역의 수질보다 더 좋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는 유기농이 오염물질을 그냥 배출하는 것이 아니라 수질정화능력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김 국장은 경기도가 지자체로서 지역주민들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4대강사업을 추진하는 것에도 비판을 가했다.

그는 “지역주민들의 생업을 몰아내고 4대강사업을 하면서 자전거도로를 건설하겠다는데 자전거도로는 도심에서 대안적인 교통체계로서 의미를 갖는 것으로, 4대강사업의 자전거도로는 단순히 레저용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주제발표에 이어 팔당농민 서규섭씨가 다시 지정토론자로 나서 토로에 가까운 심경을 밝혔다. 서 씨는 “유기농은 자연친화적인 농법이며 만약에 유기농보다 더 자연친화적인 농법이 있다면 그것을 하겠다”며 “이 정권 하에서는 투표의 중요성을 느끼고 있다”는 말로 발언을 마무리했다.

질의응답시간에는 맹주형 신부(4대강사업 저지를 위한 천주교연대 집행위원)가 디마테오 회장에게 왜 그의 두물머리 방문을 한국 내부의 정치문제에 개입하는 듯이 보고 있는지 따져 물었다. 이에 대한 디마테오 회장의 어조는 다소 비장했다.

“저는 언제나 유기농민의 편일 것입니다. 제가 팔당 유기농민들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저의 두물머리 방문일정은 내일(10월 1일)로 잡혀 있고 예정대로 방문하겠습니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의 현실에 대한 선언문을 논의할 예정입니다. 이 점도 알아주시기 바랍니다. 하지만 저와 국제유기농업운동연맹이 여러분들을 구할 수는 없습니다. 여러분들께서는 투쟁을 끝까지 밀고 나가기를 바라겠습니다. 저희는 이를 뒷받침하겠습니다. 거짓이 진실을 이길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여러분의 편입니다.”

디마테오 회장의 발언이 끝나자 청중은 박수로써 화답했고 이어 유영훈 팔당생명살림 회장의 정리발언이 있었다.

“오늘 이 자리는 유기농에 대해 과학적으로 짚어보는 자리인데 어제(9월 29일) 철거 계고장을 받아서인지 다소 흥분된 분위기였습니다. 이점은 약간 아쉽습니다. 오늘 디마테오 회장이 직접 이 워크숍의 좌장을 맡아주실 줄은 몰랐습니다. 이는 국제유기농업운동연맹이 의지를 표현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국제유기농업운동연맹이 팔당농민들을 위해 열의와 성의를 보여주신 점, 저희는 알고 있습니다. 이에 감사를 표합니다.”

네 시간에 걸친 길고 열띤 워크숍은 유 회장의 이 발언과 함께 폐회했다. 이따금씩 눈물을 흘리고 울분을 토로하던 분위기는 해소되고 유기농의 의미를 되새기는 것으로 행사는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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