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진 서종어린이집

전통사회에서 어머니는 가정 살림, 자녀의 양육과 교육 부분을 주로 담당하고 아버지는 가정 경제를 책임지는 역할을 하였다. 현대사회에서도 여전히 아버지가 가정 경제의 상당 부분을 책임지고 있고 어머니는 가정의 살림과 자녀의 양육을 책임지고 있다. 그러나 영유아기 자녀를 둔 맞벌이 가정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는 무상보육, 돌봄서비스 지원 확대, 근로자에 대한 출산휴가제도, 육아휴직제도, 영유아기 자녀를 둔 근로자의 단축 근무제도 등도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자녀의 양육은 부모의 공동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아버지가 자녀를 양육함에 있어서 어머니와 양육의 방식이나 형태는 다를 수 있지만 자녀 발달에 어머니보다 아버지가 더 적게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는 없다(Parke, 1996). 오히려 아버지 양육참여가 자녀에게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결과들을 보면, 아버지는 어머니와는 다른 관점에서 자녀의 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존재이며, 아버지가 자녀 양육에 참여할 때 유아의 여러 측면이 더 잘 발달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Gilbert, Hanson & Davis, 1982).

유아의 지적․사회적 발달 환경으로서의 아버지의 역할과 적극적 참여가 아동의 유리한 양육조건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실증적 연구를 통해 밝혀지고 있으나 여전히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아버지의 수는 많지 않다(최경순·정현희, 1992; Crockert, Eggebeen, & Hawkins, 1993, 재인용).

요즘 자녀를 둔 친구들의 불만 사항을 들어보면 ‘같이 일을 하는데 애는 나 혼자만 봐’이다. 남편은 회식으로 늦거나 집에 와서는 TV만 보거나 아이와 놀아준다고 해도 아이에게 스마트폰만 준다던지 자녀의 양육에 전혀 관심 없거나 귀찮아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다. 나도 힘드니깐 모르는 척 그냥 둘 수도 있지만 엄마로서 차마 그냥 볼 수 없다는 게 친구들의 말이다.

이제는 시대가 변해서 다정하고 가정적인 아빠가 많다고도 하지만 아직은 현실성 있게 다가오기에는 먼 이야기이기도 하다. 최근 ‘82년생 김지영’ 영화를 보며 불편하기도 했고 답답하기도 했다. 하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우리 주변에 하나 걸러 하나씩 볼 수 있는 가정의 모습이기도 하다.

어린이집에서도 아버지가 적극적으로 양육에 참여하는 것을 구분하는 것이 가능하다. 아버지가 하원 시 데리러 왔을 때 아동이 발을 동동 구르고 손을 흔들며 반가움을 표시하거나 달려가 안기며 친근감을 표시하는 모습을 보인다. 아버지도 자녀와 대화하는 것에 어색함이 없고 오늘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 나누며 대화가 이어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아버지와 손을 잡고 가는 뒷모습도 경쾌하고 밝아 보인다.

아버지가 양육에 참여하지 않거나 적극적이지 않은 경우는 엄마가 오지 않았다고 울거나 아버지를 보아도 반가움을 표시하지 않고 쭈뼛 쭈뼛 망설이다가 아버지를 따라가는 모습을 보인다. 아버지는 자녀에게 적극적으로 대화를 시도하지 않으며 대화를 하더라도 무뚝뚝한 모습이다. 아동도 아버지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려고 하지 않는다.

과연 우리 가정은 어떤 모습인가에 대해 돌아볼 필요가 있다. 현대사회에서 아버지가 양육에 참여하지 않는 가정들이 왜 아직도 흔하게 나타나는가를 생각해보면 현재 아버지들의 원가정 모습을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현대의 아버지들이 양육에 관심이 없고 가정의 경제적 책임을 수행하는 역할에 집중하는 모습은 전통사회의 우리 아버지들의 모습과 닮아 있다. 이제는 원가정에서 배웠던 전통사회의 아버지의 모습을 털어버리고 자녀 양육의 공동 책임자로서의 아버지의 양육 참여 모습을 보일 때라고 생각한다. 아버지의 바람직한 양육 참여는 자녀의 바른 성장과 발달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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