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희 서울시립대 도시행정학과 교수

최근 서울시교육청이 ‘모든 일반고에 개방-연합형 종합캠퍼스 추진’이라는 제목으로 기자간담회를 열고 획기적인 고교 교육시스템을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즉 서울시내 일반계 고교를 전면 개방해 연합형 교육과정을 추진하고, 각 학생들이 듣고 싶은 강의를 마음대로 골라들어 자신의 미래를 스스로 설계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서울시교육청의 안은 신선하고 혁신적이라 매우 높게 평가하고 싶다. 우선 학교 간 울타리를 허물고 다양한 교과목 선택 기회를 학생들에게 준다는 측면에서 매우 바람직하고 필요한 제도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몇 가지 현실적 측면에서 새 교육과정의 실현이 녹록치 않을 것 같다.

첫째는 고교교육은 대학입시와 직결되어 있어 과연 학부모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까 하는 염려다. 대학들이 이러한 변화를 수용할 자세가 되어있는가라는 문제다. 대학들이 고교생 스스로 학업과정을 설계해 과정을 잘 마치고 대학교육에 임할 능력을 가진 졸업생으로 환영할지에 대한 의문이다. 나아가 교육부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요구되지만, 현 제도가 새로운 교육시스템을 뒷받침해줄 수 있는가도 의문스럽다.

둘째는 우리나라 고교의 교육 인프라 수준이 과연 비슷한가하는 걱정이 앞선다. 예를 들어, 교사의 수준차이도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과학교과목의 경우 실험과 실습이 필요한데, 실험·실습 장비를 잘 갖춘 학교와 그렇지 못한 학교 간의 학습환경 차이가 상당하다. 예체능도 마찬가지다. 양질의 예능 실기수업을 수강하려면 역시 최첨단 음악실이나 미술실이 필요하다. 이러한 현장의 차이를 반영하고 있는가의 문제도 점검해보아야 할 것이다.

셋째는 서울 강남구와 같이 특정 지역에는 좋은 대학 진학실적을 가진 고교가 여럿 있는데 이들 학교 수업에 타 지역 학생들의 수강신청이 집중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 경우 발생할 문제에 대한 대안이 마련될지 궁금하다. 특히 고교수가 적은 지역은 학교 간의 물리적 거리가 멀어 학생들의 이동수업이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

넷째는 인문계 고교생들에게만 시행하기에 차별의 문제가 제기될 가능성이 높다. 고교생이라면 누구나 어떤 학교를 다니든 동등한 수업권을 향유할 수 있어야 한다. 특성화고 학생들이 학점제를 선택할 수 없게 막는 것은 이해가 어렵다. 대학진학을 원하는 특성화고 학생들도 꽤 많이 있으므로 대학진학에 필요한 교과목을 수강할 기회도 주어져야 한다. 이와 반대의 경우로 인문계 고교생들도 직업 교육을 받을 기회를 제공할 필요도 분명히 있다.

외국의 사례를 보면, 미국의 고교생은 희망에 따라 다양한 교과목 선택을 할 수 있다. 원하는 학생들은 항공기·자동차 정비, 컴퓨터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등을 수강할 수 있다. 예술 과목도 세분화되어 원하는 과목을 마음껏 선택할 수 있다. 타 학교 학생도 해당 고교의 허락만 받는다면 어떤 수업이든 수강할 수 있다. 심지어 방학 때 집근처의 대학에서 수업을 들어도 학점으로 인정받는다. 어느 교실에서나 타교생을 만날 수 있고, 홈스쿨링 학생들도 학교수업을 듣는다. 한 마디로 학교의 벽이 허물어지고 있는 셈이다.

서울시교육청의 새로운 제도가 꼭 성공해서 전국으로 확산되기를 고대한다. 언젠가 양평에서도 고교 간 칸막이가 없어지고 학생들이 타교에서도 원하는 교과목을 마음껏 선택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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