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상묵숙 김수현 등 숙생 10명
제38회 한국민족서예대전 수상
서울메트로미술관 전시 이어
연말까지 군청서 작품전시회
강상면의 먹 글방인 ‘강상묵숙’(江上墨塾) 청소년 숙생(塾生)들이 전국규모의 서예대전에서 대상을 포함해 10명이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입상자 대부분이 학교 밖 청소년이라는 사실보다는 서예를 시작한 지 6개월 남짓 만에 거둔 결과라는 게 더 놀랍다.
김수현(19)씨는 지난 23일 서울메트로미술관(경복궁역사)에서 열린 제38회 한국민족서예대전 시상식에서 학생부 대상을 수상했다. 입상자 10명 가운데 김씨를 포함한 7명은 강상묵숙의 재능기부로 운영되는 학교 밖 청소년 서예교실 ‘묵향으로 꾸는 꿈’에서 서예를 배우고 있다.
김씨는 “강상묵숙에서 공부하기 전까진 한문을 전혀 몰랐지만 매주 한자와 고전 읽기를 시작하면서 조금씩 터득하게 됐다”며 “흐트러지지 않는 집중력과 마음의 품성을 닦는 데 서예만큼 좋은 게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의 대상작은 고구려 을지문덕 장군이 수나라 우중문에게 보낸 한시 ‘여수장 우중문시’로, 고구려를 침공한 우중문에게 ‘이제 그만 만족함을 알고 돌아가라’고 충고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시는 표면적으로는 우중문의 지헤와 계책을 칭찬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상대방을 조롱하는 내용이다.
김씨 말고도 강상묵숙에서 서예를 배우는 이정은(17·은상), 김지유(9·강상초)·이준서(10·이상 동상), 김서윤(9·강상초)·김시은(11)·김은호(8)·심믿음(8)·이준수(12)·한준희(9·강상초·이상 특선) 등 9명이 고르게 입상했다.
이번 입상작품들은 서울메트로미술관 전시에 이어 오는 29일부터 연말까지 군청 본관 2층 로비에 전시된다.
서예교실 ‘묵향으로 꾸는 꿈’은 2019년 경기도 학교 밖 청소년 문화활동 지원 공모사업에 선정돼 지난 5월부터 강상묵숙(양평군 우수동아리) 숙생들의 재능기부로 운영하고 있다. 문화활동 대부분이 동적인 체험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묵향으로 꾸는 꿈’은 세대 간 소통과 치유를 병행하는 정적인 교감을 이끌어내는 데 주력하고 있다.
강상묵숙의 설립 숙사(塾師)는 서각(書刻) 명인인 상산(常山) 신재석(89) 선생이다. 자신이 가진 재주를 많은 이들과 나누자는 의미에서 2012년 3월 강상면 현대성우아파트 1단지 경로당에 문을 열었다. 현재는 손무호(75) 전 숙장(塾長)이 신재석 선생에 이어 2대 숙사를 맡고 있다.
신재석 선생은 “5월 개강 첫날부터 붓을 들어 열심히 획을 긋는 청소년들의 모습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보일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고, 우리 묵숙인들은 이를 늘그막의 보람으로 여기고 있다”며 “앞으로도 이런 좋은 프로그램이 계속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