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요즘 제 아이와 저는 경찰서에 불려 다닙니다. 학교 집단 폭력의 가해자로 고발이 되었습니다. 조사를 받고 있는데 억울한 게 많습니다. 그냥 툭 치고 지나간 거랑 친구들이 모여 거친 말을 한 것 정도인데 그런 걸로 경찰에 나가야 하다니…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피해 학생이라고 주장하는 친구도 너무한 것 같습니다. 학창 시절에 다들 그렇게 친구를 사귀고 하지 않나요? 아이는 더 억울해 합니다. 별거 아니라고 다독이기는 합니다만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어려운 일이네요. 우선 질문한 분의 말씀에 제가 공감하기 어렵습니다. 아마 거친 말은 욕설일 가능성이 높겠죠? 다친 곳도 없고 그냥 욕 조금 먹은 것을 가지고 경찰에 불려다니면 억울할 수도 있겠지만 다수가 한 학생을 대상으로 했다면 문제는 심각할 것 같습니다. 사실 관계는 제가 정확히 모르지만 질문 속에서 빠진 것 하나를 짚어볼까 합니다. 이것은 우리가 보통 “뭘 그런 것 가지고 그래”라고 말하는 영역에 속하는 일입니다. 이 대화는 “그냥 네가 참아야지 어떻게 하겠니.”로 끝이 납니다. 이 일에 대한 많은 사람의 인식은 ‘별 것 아닌 일’입니다. 하지만 요즘엔 많이 인정받는 일이기도 합니다.

이 인식의 바탕에 깔려 있는 것이 바로 ‘감정 폭력’입니다. 폭력이라고 하면 신체에 해를 가하는 것만을 뜻하지만 감정이 상처를 입는 것이 더 무섭습니다. 몇 명의 아이들의 폭언이 한 명에게 집중되는 상황에서 피해 아이는 감정폭력을 당한 것이 됩니다.

소개하는 책을 읽어보시고 지금의 상황을 다시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저자는 독일 의학 박사로서 연구원으로 일하다가 독일 여러 일간지에서 편집자로 활동했던 저널리스트이기도 한 베르너 바르텐스입니다. 그의 책 <감정 폭력>의 부제는 ‘세상에서 가장 과소평가되는 폭력 이야기’입니다. 그는 왜 감정 피해를 일으킨 행위를 왜 ‘폭력’이라고 부를까요?

책에는 아주 강한 어조로 피해자의 입장을 피력하고 있습니다. “하필 폭력이라고 표현할까? 이런 일은 살면서 누구나 겪는 일인데 이렇게 심각한 문제로 만들 필요가 있을까? 그러나 모두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오히려 ‘폭력’이라고 강하게 명명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이를 그냥 대수롭지 않은 일로 넘기다가, 그 상처가 쌓이고 쌓여 더 큰 문제로 발전할 수도 있다. 반대로 ‘정서적 폭력’이라는 꼬리표를 달아놓으면 수많은 사람이 “제가 지금 폭력에 시달리고 있어요! 누군가 저를 괴롭히고 있는데 왜 이런 폭력을 당했는지, 어떻게 맞서 싸워야 할지 모르겠어요. 도와주세요!”라고 외칠 수 있을 것이다.”

제가 질문에 공감하지 못한 이유도 이 책에 나와 있습니다. “정서적 폭력으로 인한 누군가의 고통을 피상적으로 경솔히 대한다면, 피해자는 엄청난 압박감을 느끼게 되며 이는 2차 가해로 번질 수 있다. 피해자가 모욕을 당해 감정적으로 상처를 입은 상태인데, 다른 사람들이 그 상처를 조롱하거나 이를 하찮게 여기는 경우다. 그러면서 위로를 한답시고 “그리 심한 일도 아닌데 왜 그래. 그렇게 예민하게 좀 굴지마”라고 말을 건넨다. 정말 역겨운 조언이다. 이런 판단은 제3자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만약 제가 질문을 인정하게 되면 저는 2차 가해자가 됩니다.

저자는 남을 거칠게 제압할 때 쓰는 주먹이나 발 또는 몽둥이 따위의 수단이나 힘이라는 뜻의 폭력에 추가해야 할 세 가지를 더합니다. ‘괴롭힘’, ‘모욕’, ‘무시’입니다. 이것도 폭력입니다. 조금은 심각하게 생각해보시고 아이와 함께 책을 같이 읽으면서 고민해보시면 어떨까요? 잘잘못을 떠나 누군가 감정적인 피해를 입었다면 그 행위에 참여한 사람과 방관한 사람 모두 감정 폭력자가 됩니다. 오늘 소개하는 책, 베르너 바르텐스의 <감정폭력>을 읽어보며 저도 반성을 꽤 많이 한 것 같습니다. 요즘은 특히 말 한마디, 행동 하나 조심조심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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