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희 서울시립대 교수

예전 우리 주변은 모두가 민둥산이라 짐승이 살수 없었으나 지금은 산과 숲이 너무 울창하게 자라 야생동물 천국이 되었다. 전국의 산야가 거의 같은 상황이지만 자연생태계의 진정한 복원은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생태계가 왜곡되어 가고 있다. 특히 야생동물과 인간과의 갈등은 날로 심해지고 있는 것이 현재의 상황이다. 인간이 자연을 파괴하고 있고, 이 땅에 살던 상위 포식자들의 멸종이 그 원인이다.

우리나라 상위 포식동물은 호랑이, 곰, 표범, 늑대, 승냥이, 여우 등이었다. 호랑이를 제외하고는 1980년대까지도 극소수가 생존했었다. 지금은 숲속에서 이들을 찾아보기 힘든 전설 속의 짐승이 되었다. 이들이 멸종되고 산림은 울창해지니 멧돼지, 노루, 고라니 등이 너무 많아져서 농작물을 훼손하고, 서울, 부산 등 대도시에서 멧돼지가 자주 출몰하여 시민들의 안전이 위협받아 당국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1960년대 초 필자의 어릴 때 기억이다. 용문면 삼성리 외가에서 어머니와 함께 작은 산을 넘어 다문리 친척집을 향하고 있었다. 흑천가 산자락에 누워있던 여우가 우리 일행을 보고는 깜짝 놀라 풍성한 꼬리를 흔들며 도망치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그 뒤 그 곳을 지날 때마다 여우가 있나 유심히 살펴보았지만 다시 보지는 못했다. 현 아세아신학대학 앞에서 버스를 내려 남한강을 건너 강하면 집으로 갈 때였다. 남한강가 전수리 산길 모퉁이를 돌아가면서, 아버지는 이곳이 늑대가 출몰하던 곳이라고 말씀하셨다. 그곳을 밤에 지날 때마다 멸종된 늑대 출현을 두려워했던 기억도 있다.

현재 양평의 산과 들에는 엄청난 수의 멧돼지, 노루, 고라니가 산다. 몇 년 전에 초등학교 동창들과 함께 강하면과 강상면의 경계에 있는 백병산을 올랐었다. 그 산자락에 있는 묘들의 봉분이 처참할 정도로 파헤쳐져 있는 것을 보았는데, 모두 멧돼지가 그랬다고 했다.

산과 들이 아무리 푸르고 숲이 울창해도 생태계의 균형이 맞지 않으면 진정한 자연생태복원이라 할 수 없다. 이 자연생태계 균형을 깨어버린 것이 바로 우리 인간인 만큼, 우리가 균형을 되살려야 할 책무가 있지 않을까?

외국의 사례를 보자. 미국 옐로우스톤 국립공원에 100년 전에 멸종되었던 북미늑대를 방사했더니 망가진 생태계가 복원되는 기적이 일어났다고 한다. 1995년과 1996년 캐나다에서 도입한 31마리의 늑대를 이주시켰더니, 무한대로 늘어나 골칫덩어리였던 사슴과 들소의 수가 크게 줄어들어서 자연생태계가 저절로 복원되었다. 본래대로의 다양한 식생이 회복된 것은 물론, 현재는 늑대를 관람하는 관광상품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꽤 오래 전에 필자가 양평 군수님에게 용문산 일원에 늑대나 여우 복원사업을 하면 어떻겠는가를 제안했었다. 늑대나 여우같은 중소형 포식동물이 양평에 산다면, 생태도시로서의 상징성 제고는 물론, 관광산업 육성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 같아서였다.

우선 양평군과 중앙정부가 협의하여 연구를 하고, 포식동물을 방사하는 사업을 진행하면 될 것이다. 특히 용문산은 수도권에서 보기 드문 자연생태계의 보물이다. 이 산이 수용 가능한 동물은 상당한 규모가 될 수 있다. 이들 포식동물 방사가 성사된다면, 한강에 쏘가리 장어를 방류하는 사업과는 그 영향력이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커서, 국내외 언론의 큰 주목을 받을 것이다. 야생동물 탐방 프로그램을 만들면, 관광객 유치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고, 양평이 생태도시의 진정한 모델이라는 상징성도 얻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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