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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굿대와 에키놉스!화초정원 첫 번째 이야기

정원 책에서 만난 에키놉스는 나를 단번에 홀려버렸다. 푸른 공같은 꽃이 공중에 동동 떠있는 모습하며 도도하게 박힌 가시는 왠지 이국적이면서도 개성이 철철 흘러 넘쳤다. 꽃의 자태에 매료된 나는 습관적인 씨앗 충동구매에 열을 올렸다. 여러 해살이 식물이 대개가 그렇듯 에키놉스도 발아된 첫 해는 몸집을 불리느라 꽃을 피우지 않았다. 이태를 애지중지 키우다가 에키놉스가 우리나라의 산야에서 자라는 절굿대와 동일 식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 것도 모르고 나는 내가 뭐 대단히 클래식한 유럽의 귀한 식물을 키우는 줄 착각을 했다.

절굿대(에키놉스 : Echinops setifer) 개수리취, 둥둥방망이, 분취아재비, 분취라고도 부름. 100㎝안팎으로 7-9월 개화. 연한 잎은 나주의 전통떡 재료가 되기도 하고 절화로, 드라이플라워로도 인기가 좋음.

7월이 되니 하얀 탁구공만한 꽃대를 올리더니 8월초에 영롱한 푸른빛을 뿜기 시작했다. 하루하루 감탄을 하며 알게 된 게 또 하나 있는데 전라도 나주에서는 시집 간 딸이 친정에 오면 절굿대로 떡을 만들어 시집에 들려 보냈다는 것이다. 절굿대는 뜯기도 어려울뿐더러 양도 많이 나지 않아 이바지 떡이 아니더라도 귀한 대접을 받았을 것 같다. 떡에는 흔히 쑥이나 수리취나 모싯잎을 넣지 않던가. 가시가 독해서 감히 옆에 가서 만져볼 엄두가 나지 않는 절굿대로 어떻게 떡을 만들 생각을 했을까 싶다. 우리 조상들은 나물로 먹을 수 없는 것을 떡으로 만들어 먹긴 했다. 수리취가 그 예인데 수리취는 뻣뻣하고 질겨서 나물로는 효용가치가 떨어지기에 푹 삶아 떡을 했다. 서양에서는 밉살맞은 사람의 정원에 에키놉스나 에린지움 씨를 몰래 뿌리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그만큼 가시가 독해서 사람을 곤혹스럽게 만들기 때문일 것이다. 에키놉스 주변에 있는 풀을 뽑다가 가시에 찔려 기겁을 했던 기억이 있는 나로서는 떡을 만들 수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아무리 연한 잎이라도 엉겅퀴만큼 가시가 독한데 왜 굳이 절굿대로 떡을 만들었지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만큼 만들기 어렵기에 귀한 대접을 받는 떡을 해서 보냄으로 딸자식의 고된 시집살이 노고를 덜어주고픈 부모의 바람을 담았던 건 아닌가 싶기도 하고.

화초정원에 어울리는 멋진 식물을 찾았다 싶었는데 우리의 꽃이고 거기다 떡으로 만들어먹기도 한다니 올해 대단한 횡재수를 만난 기분이다. 개화기간도 길고 지칭개처럼 진딧물이 엉겨 붙거나 에린지움처럼 쇠파리가 꼬이지 않으니 꼭 길러볼 화초로 목록에 이름을 올려본다.

하물며 절굿대 씨앗을 받자고 얼마나 조바심을 냈던가. 11월 초에 채종이 끝났으니, 한해식물의 채종과정과는 비교도 안 되는 진드근한 근성이 요구된다. 한 줌이나 받았으니 후년에는 시원한 푸른빛으로 실컷 눈 호강을 할 것이고, 이웃에게 나눔을 하며 갖은 생색을 다 낼 것이다. 나이 들어 정원에 재미를 붙인 내가 그나마 잘하는 게 생겼는데 내 진가를 알아주는 친구한데 잘난 척해도 밉상은 아니겠지 싶다.

수리취떡을 해 먹자고 저온 발아도 마다하지 않고 수리취를 키우는 내 극성에 걸맞은 계획을 세웠는데 절굿대 떡을 못 해 먹을 건 뭐란 말인가. 누가 알겠는가. 절굿대 떡을 해서 동네방네 돌릴 좋은 일이 생길 그 날이 올지. 해서 결국 내 원대한 삶의 화두는 잘 먹고 잘 사는 걸로 판명이 나고 말았다. 내가 아는 이들 모두가 그러했으면 하고 소망한다.

나름, 답답하고 힘겨울 때 정원에서 호시탐탐 위안과 평온을 찾으려고 애쓰는 나를 안타까워하지는 말지어다. 찬란한 여름과 가을을 선사해 준 절굿대여! 씨앗으로 시작해 영롱한 꽃을 피우는 너를 보며 나는 기운을 차릴 수 있었고 눈부신 날이 많았음을 실토한다. 

양평시민의소리  webmaster@ypsor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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