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법인 사유화 시도한 설립자·복피아에 경종

김종인 “거짓이 진실을 이길 수 없다”

“또 다른 은혜재단사태 막기 위해선 법 개정 필요”

사회복지법인 은혜재단(이하 재단) 김종인 이사장과 설립자 측의 2년 10개월의 기나긴 법정다툼에서 김종인 이사장이 최종 승소했다. 설립자의 복지법인 사유화에 맞서 싸운 은혜재단 일부 이사 및 직원들의 눈물겨운 투쟁의 결과다. 사회복지법인 사유화를 막기 위해서는 복지시설의 국가 직영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커지고 있다.

대법원 민사3부는 지난달 31일 설립자 측의 상고를 기각해 김종인 이사장의 승소를 최종 확정했다.

은혜재단 사태는 지난 2014년 8월 재단 설립자이사 이사장이었던 최재학씨와 그의 부인이 후원금 등의 횡령으로 실형을 받으면서 시작됐다.

1년 2개월 복역을 마친 최 설립자는 재단과 시설 운영에 실질적인 관여를 시작했고, 자신의 후임으로 이사장을 맡고 있던 김종인씨의 사퇴를 종용했다. 설립자와 오랜 친분관계에 있던 김 이사장과 일부 이사들은 설립자의 부당한 재단 운영 관여에 불만을 표했지만 결국 사퇴를 결정하고, 이사회 의결 등 정상적인 절차를 통해 물러서기로 했다.

하지만 설립자 측이 이들의 사퇴를 강제하면서 갈등이 촉발됐다. 설립자의 아들이자 재단 간사였던 최요한씨가 2017년 1월 18일 김 이사장 등과 아무런 상의도 없이 군청에 이들의 사직서를 제출해 버렸고, 사직서 제출이 잘못됐다는 김 이사장의 항의에도 군청 담당자들은 이 사직서를 인정하고, 곧바로 임시이사들을 파견했다. 기나긴 법정다툼의 시작이었다. 당시 군청 담당자들의 행정 처리에 대해 법원에서도 잘못된 행정이라고 명확히 지적했다.

법정다툼이 벌어지는 동안 재단의 이사장직은 설립자가 불러들인 최문경씨가 맡았다. 최씨는 이사회 의결도 거치지 않은 채 재단 산하 은혜의집 원장으로 취임한 뒤 설립자가 재단의 재산을 사유화 했다는 의혹이 있는 공사장 카페 건물을 설립자로부터 매입하면서 ‘법인매매’ 의혹이 일었다. 또한 최씨는 경기도청 복지 관련 부서장으로 근무했던 경력의 소유자라는 점에서 복피아(퇴직한 복지부서 공무원들이 복지시설에 재취업하는 관행) 의혹도 제기됐다.

설립자-양평군청-경기도 퇴직공무원이 얽히면서 재단은 장악됐다. 김 이사장 측이 설립자의 횡령금 확보를 위한 재산가처분신청 등은 모두 취하됐고, 설립자 측에 반대했던 직원들은 해임되거나 사직했다.

법원이 김종인 이사장 측의 손을 들어주면서 은혜재단 사태는 일단락됐다. 하지만 2년 10개월의 법정다툼에서 재단은 재산상 막대한 손실을 입었고, 시설에 거주하고 있는 장애인들은 불안에 떨어야만 했다. 특히, 설립자 부인인 박씨가 입소자의 장애수당 등을 가로챈 것이 드러나 재판에 넘겨지면서 해당 입소자 등은 큰 충격을 받기도 했다.

이 외에도 지난해 9월 최문경 이사장에 대한 직무집행정지가처분 소송에서 김종인 이사장 측이 승소해 재단에 복귀한 뒤에도 설립자 측 이사들이 이사회의에 불참하면서 정상적인 재단 운영을 방해했다. 이사회를 통한 결산이 이뤄지지 않아 올해 예산은 준예산으로 집행해야 했고, 직원들과 입소 장애인, 재단 측은 큰 불편을 겪어야 했다.

김 이사장은 재단 정상 운영을 위해 양평군에 임시이사 파견을 요청했지만, 군은 법원의 최종 판결 뒤 결정하겠다며 1년이 넘도록 묵인했다.

사태 발생 2년 10개월, 김종인 이사장 복귀 1년 2개월 만에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났지만 재단의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다.

실형을 받은 설립자는 7년 간 재단에 복귀할 수 없지만, 현재도 설립자의 자녀가 시설에서 근무를 하고 있다. 또한 설립자 측에 선 일부 이사들도 여전히 이사로 재직 중이다. 김종인 이사장 등의 임기가 끝난 뒤 이들의 재단 장악 시도가 이어질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재단 관계자는 “사회복지시설이 실제로는 설립자 가족의 사업체로 운영되고 있다. 가족이 직원으로, 이사로 재직하면서 대를 이어 재단을 장악한다. 현행 사회복지법 개정으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은혜재단은 언제라도 설립자 가족에게 사유화 될 가능성이 크다. 왜냐하면 양평군을 포함해 전국 대부분의 사회복지재단이 설립자 가족의 사유재산화 되어 있고, 이들로 구성된 지역 사회복지단체들은 설립자의 재단 복귀에 힘을 실어주기 때문이다. 양평군의 임시이사 파견도 이들 단체가 결정하는 구조라 법 개정 말고는 대안이 없다”고 사회복지계의 현 실태를 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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