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부진 논의 속 위험도로 1년 6개월 방치
뒤늦은 대책회의 하지만 사고 책임 누가 지나

조부모님을 모시고 살던 꽃다운 17살 청년이 돈을 벌기 위해 오토바이로 배달일을 하다 목숨을 잃었다. 돈벌이에만 관심 있는 기업과 무능·무책임했던 행정당국은 아무런 책임도 없다는 태도다. 위험 사각지대에 방치된 양평군민의 안전은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다.

지난달 22일 양평읍 롯데마트 앞 도로에서 롯데마트 진입을 위해 좌회전하던 탤런트 정원중씨의 승용차와 터미널 방향으로 진행하던 오토바이가 충돌하는 사고로 용문고 2학년에 재학중인 학생이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사망사고가 발생한 도로는 롯데마트 개점 전부터 신호등 설치 등의 필요성이 제기됐던 곳이다. 하지만 지난해 3월 개점한 후 1년 6개월이 넘도록 복잡한 교통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예견됐던 사고라는 지적이 일고 있는 이유다.

위험천만 좌회전 언제까지?…교통사고로 청년이 목숨을 잃은 지 일주일. 롯데마트 앞에서는 여전히 위험천만한 좌회전이 이뤄지고 있다.

군청, 경찰서, 롯데마트 모두 교통관련 위험성에 대해서는 인식하고 있었다.

군 관계자는 “사고가 발생한 롯데마트 앞 도로의 경우 현재 부정형 십자교차로가 만들어져있다. 롯데마트로 들어가는 좌회전, 우회전 차량과 메가마트방면 좌회전차량, 메가마트와 롯데마트 양 방면의 직진차량으로 인해 도로가 혼잡하고, 넓은 교차로로 인해 사고 위험이 높다”고 말했다.

롯데마트 개점초기 교통경찰이 이 부근에서 교통지도를 실시했고, 이후 롯데마트측이 원인자부담으로 신호기를 설치한다고 알려지기도 했다. 그런데 왜 아직도 신호기 설치 등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이 세워지지 않았는지 경찰서, 롯데마트의 입장을 들었다.

양평경찰서 담당자는 “롯데마트가 들어설 당시에 경찰에서 신호기를 달라고 공문을 보냈다. 그런데 롯데마트에서 이행을 안 한 것이다. 두 차례 공문을 보냈고, 형사들이 가서 (신호기를)달라고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롯데마트 때문에 유발이 되서 교차로 사용에 대한 조건이 생긴 만큼 원인자부담에 의해서 본인이 설치하는 것이 맞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경찰은 두 차례 공문을 보낸 시기, 공문의 내용 등은 언론에 공개하지 않았다. 정보공개포털(open.go.kr)을 통해 확인한 결과 두 차례의 공문 중 한 건은 사고가 발생한 후인 지난달 23일에 발송된 것으로 확인됐지만, 사고 이전에 발송했다는 공문의 여부는 확인할 수 없었다.

롯데마트 홍보팀 담당자는 “롯데마트에서 신호기 설치 이행을 안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며 경찰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사고가 나기 전 경찰서에서 신호등을 설치하는 것에 대한 물음이 와서 검토를 해보고 필요하면 하겠다는 이야기가 오간 것은 맞다. 공문 역시 신호등을 언제까지 설치하라는 내용이 아닌 신호등 설치를 권고하고, 이것에 대해 의견을 달라는 내용이었다”고 말했다.

공문에 대한 답변이 이뤄지지 않은 이유에 대해 묻자 “회신을 늦춘 것은 아니다. 내부 검토 중으로 공문에 대한 회신을 주기 전에 사고가 일어났다”고 답했다. 하지만 롯데마트 역시 공문이 접수된 시기를 확인해주지는 않았다.

롯데마트 개점 후 1년 6개월이 지났다. 이 기간 양평군민들은 위험에 그대로 노출됐고, 양평경찰서와 롯데마트 양측은 교통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적극적인 행정도 펼치지 않았다.

신호기 설치 등 보행자, 운전자의 안전을 위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경찰과 롯데마트 측은 원인자부담 신호등 설치가 법적으로 강제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라는 답변을 내놨다.

양평경찰서와 군청 담당자 모두 “법적으로 신호기 설치를 강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롯데마트 측에서도 “신호기 설치를 이행 하지 않았다는 것은 무조건 해야 한다는 말로 들린다. 하지만 준공 시 필수적인 부분이었거나 논의가 있었다면 당연히 설치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자체는 각종 개발사업의 시행에 따라 발생하는 교통량·교통흐름의 변화 및 교통안전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예측·평가하고 그와 관련된 각종 문제점을 최소화하기 위해 교통영향평가를 실시한다.

하지만 이 대상이 되는 도시교통정비지역은 인구 10만명 이상의 도시로, 양평의 경우 2013년 인구 10만을 넘어섰다. 즉, 롯데마트가 건축허가를 받을 2012년 당시는 교통영향평가의 대상이 아니었다.

문제는 법적인 절차와 책임소재만을 따지다 주민들이 사고의 위험에 노출됐다는 점이다. 법으로 강제할 수 없었다면 관계기관 간 협의를 통해 개선방안을 도출해야 했지만 그 누구도 적극적으로 조치를 취하지는 않았고, 방치된 도로에서 결국 사망사고까지 발생했다.

경찰서는 군청, 관계자들과의 논의를 통해 교차로에 대한 개선안을 논의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서 관계자는 “종합적인 검토를 진행 중이다. 조속한 시일 내에 신호기 설치를 비롯해 교차로에 대해서 전반적인 개선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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