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친 정원 첫 번째 이야기>

나는 씨 간장은 없지만 씨 간장을 연상시키는 로즈마리를 키우고 있다. 작은 아이 유치원 때 원예교실에 참여했다 심어 온 작은 포트의 로즈마리가 커서 대품이 되었다. 삼 년 전 겨우 내내 실내에서 멀쩡히 잘 크던 로즈마리를 밖에 내놨다 반나절 만에 꽃샘추위에 죽고 말았다. 다행히, 혹시나 해서 꺾꽂이를 한 로즈마리가 있었기에 망정이었지 작은 아이한테 미안할 뻔 했다.

로즈마리는 지중해 지역이 원산지라 우리나라에서는 겨울에 실내에 들여놓아야 하는 수고를 해야 한다. 그럼에도 나는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는다. 그럴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허브에 관한 지식이 없던 때 나는 향이 나는 식물을 잘라 신발장에 넣어두고는 했다. 중세 유럽의 궁정에서는 마룻바닥에 허브를 깔아두었다 한다. 바닥에 사는 벌레나 잡균 번식을 없애는 데 허브만한 게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로즈마리(Rosmarinus officinalis). 꿀풀과의 다년생 상록관목으로 지중해 연안이 원산지임.

모체 로즈마리는 성급한 내 성미 탓에 죽었지만 다행히 꺾꽂이를 한 로즈마리는 잘 자랐다. 텃밭에 허브를 심으면 벌레가 덜 꼬인다는 글을 본 적이 있기에 나는 텃밭 여기저기에 향이 나는 식물을 심곤 한다. 노지에서 자란 로즈마리는 다년생의 상록관목이라는 걸 여실히 보여주었다. 자연스럽게 휘묻이가 되어 작은 포기의 로즈마리도 여러 개 얻을 수 있었다.

몇 년 전부터 꺾꽂이 한 작은 로즈마리를 손바닥 키친정원에 심어 활용하고 있다. 주방문을 열고 나가면 바로 뜯을 수 있는 곳에 여러 종류의 허브를 심고 나의 키친 정원이라 명명한다.

고기 요리를 할 때나, 빵을 구울 때 로즈마리를 빠뜨리지 않는다. 특히, 수육을 할 때 가지째 툭 꺾어 넣으면 끝이다. 나의 로즈마리 예찬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빵을 구울 때 화학 첨가물이나 버터를 넣지 않기에 밀가루 냄새가 나기도 하는데 밀가루 냄새를 없애는 데도 로즈마리는 요긴하게 쓰인다. 반죽을 할 때 로즈마리 잎을 잘게 썰어 넣거나 위에 토핑을 해서 구우면 로즈마리 향이 온 집안에 퍼진다. 올리브 오일에 로즈마리 잎을 넣고 구운 빵을 찍어먹는 걸 온 식구가 좋아하기에 귀찮다는 생각이 안 든다.

로즈마리는 항산화성분도 많이 함유하고 있어 고기를 숯불에 구울 때 생기는 발암물질을 억제하기도 한다고 한다. 이러고 보니 내가 허브전도사가 된 기분이 든다. 바빌론의 함무라비 법전에 ‘환자를 죽음에 이르게 한 책임이 외과 의사한테 있다고 인정되면 수술한 외과의사의 손목을 절단한다’는 대목이 있다고 한다. 해서 의사들은 외과수술 대신 향기로운 식물로 대체 처방을 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을 것이다. 서양에서 유용식물을 실생활에 많이 이용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주장이 꽤 설득력 있게 들린다.

오늘도 로즈마리는 잘 자라고 있고, 일곱 살 때 로즈마리를 심어 온 아이는 커서 고 3 수험생이 되었다. 나는 아이가 쉬는 날 로즈마리가 들어간 단순한 빵을 구워 책상 위에 올려둘 것이다. 건강하게 커 준 것에 감사하며. 

활용 : 무반죽 포카치아(무반죽 저온발효)재료 강력분 밀가루 150g, 물 120g, 드라이이스트 1/2ts, 소금 1ts, 설탕 1/2ts, 다진 로즈마리 잎 조금토핑: 방울토마토, 로즈마리 잎 넉넉한 통에 토핑용 재료만 빼고 날 밀가루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뒤적뒤적한 뒤 두 배 이상 부풀면 냉장고에 넣어 하루 저녁 저온 발효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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