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2~27일 48명… 농·축협 직원까지 동행

아프리카 돼지열병 발병이 확인돼 전국에 비상이 걸리고 돼지의 이동제한조치가 내려졌던 지난달 23~27일 양평군 일부 이장들이 부부 동반 베트남 여행을 다녀와 논란이 되고 있다. 여행을 주관한 A 이장은 “예약된 여행을 취소하기 힘들었다. 귀국 시 공항에서 철저히 방역했고, 여행지에서 돼지농가는 가지 않았다”고 했지만 부적절한 행사에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이번 여행을 주최한 곳은 읍면 단위 이장협의회다. A 이장협의회장에 따르면 소속 이장들은 매년 부부동반 해외여행을 간다. 여행지는 이장협의회에서 선정한다. 여행에는 지역농협과 축협 관계자들도 동행했다.

A 이장은 “22일 출국 당시에는 지금처럼 심각한 상황이 아니었는데 돌아오니 심각했다”며 “돼지열병에 대해 알긴 했지만 3~4개월 전 예약을 마친 상태라 취소 등이 어려운 면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A 이장의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 이미 지난달 17일 경기도 파주시 돼지농장에서 국내 최초로 돼지열병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후 18일에도 경기도 연천에서 발병했다.

출발 당일인 22일 사태가 심각하지 않았다는 말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제작한 돼지열병 관련 카드뉴스의 일부. 여행 자제국으로 베트남이 명기돼 있다.

더구나 이들의 여행지인 베트남은 올해 2월 돼지열병이 확인된 후 지난달 30일 전국으로 퍼져 돼지 500만 마리를 살처분한 곳이다. 정부에서도 베트남을 여행 자제 대표 국가로 지정했다.

양평군 돼지열병 방역 담당자는 “읍면사무소와 축산 업계 등에 해당 국가에 대한 여행 자제와 여행 시 반드시 신고해 달라는 공문을 돌렸다. 하지만 해당 단체의 여행 사실은 신고되지 않아 모르고 있었다”고 말했다.

A 이장은 “베트남을 다녀온 후 공항에서부터 방역은 철저히 했다. 동행자 중 소를 키우는 농가가 2명 있는데 공항에서 따로 불러 방역을 추가로 더 꼼꼼하게 실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축산업계 종사하는 한 주민은 “이런 시국에 이장들이 베트남을 다녀온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더구나 이를 말려야 할 농·축협 관계자들이 동행했다니 더 할 말이 없다”며 “돼지열병이 축산인만의 문제는 아닌 만큼 주민 모두가 경각심을 가져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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