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전 서울에 삽니다. 여러 이유로 전원생활을 해보고 싶어서 서울 근교 여러 곳을 다녀보고 있습니다. 양평도 중요 후보지 중에 하나입니다. 어디로 가야하나 해서 양평시민의소리도 읽고 있습니다. 우연히 상담코너를 보고 책을 추천받고 싶어 이렇게 문의드립니다. 어디서 살아야 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결정 장애가 있는 사람은 아닌데, 사는 문제다 보니 쉽게 결정하기 어렵네요. 부탁드립니다.

 

A. 제가 부동산도 잘 모르고 더불어 양평도 잘 모릅니다. 공인중개사를 소개시켜드려야 하는데 그것도 잘 몰라서요. 양평에 사니 무조건 이곳으로 오시라는 말 밖에는…. 그래도 책은 추천할 수 있습니다.

오늘 소개할 책은 우리가 전원생활에 기대하는 낭만도 혹은 어려움도 나와 있지 않습니다. 물론 좋은 집을 고르는 방법도, 투자 가치를 높이는 방법도 없습니다. 대신 공간이 우리의 마음을 어떻게 움직이는 지 알려주는 책입니다. 어떤 책이든 읽는 이의 마음에 따라 다르게 읽힙니다. 내가 살 집을 찾아가는 길로 이 책을 보게 되면 꽤 괜찮은 부동산 투자 책일 수도 있습니다. 물론 마음에 투자하는 책입니다. 이 책은 세라 W. 골드헤이건이 쓴, <공간 혁명>입니다. 부제는 ‘행복한 삶을 위한 공간 심리학’입니다.

골드헤이건은 하버드대학교 전 교수입니다. 그녀의 이력 중에 가장 특이한 것은 미국 신경건축학회 자문위원이라는 것입니다. 신경건축학회는 공간이 인간의 뇌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학회입니다. 신경과학자들은 뇌에 영향을 끼치는 여러 가지 환경에 대한 연구를 합니다. 그 중에 우리가 가장 많이 노출되는 것이 공간입니다. 이것은 동양 고전에도 나옵니다. ‘맹모삼천지교’입니다. 아들에게 적절한 교육 환경을 찾기 위해 맹자의 어머니는 세 번 이사를 합니다. 이 말 때문에 한국의 부동산 가격은 상위권 대학을 많이 보내는 곳일수록 높습니다.

미국에서도 명문 사립학교 근처의 부동산 가격은 높게 형성되어 있습니다. 골드헤이건은 아이들의 행동 연구를 했던 바커 교수의 조사를 소개합니다. “바커는 1947년, 캔자스 대학 동료들과 함께 미국 중서부 심리학 연구기지를 설립하고 30년 가까이 해당 지역 주민의 행동을 연구했다. (…) 이들은 아침에 집을 나선 아이들의 조회 시간과 수업 시간을 관찰하고 아이들이 식당, 놀이터, 교실, 음료수 가게를 거쳐 다시 집으로 돌아갈 때까지 따라다녔다. 바커가 밝혀낸 바에 따르면 놀랍게도 아이들의 행동 변화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 요소는 바로 아이들이 특정 시간에 머무른 장소와 그 장소의 형태였다.”

사람의 심리에 영향을 끼치는 것은 사람일 수도 있지만 ‘장소와 장소의 형태’ 였다는 그의 지적은 직관적으로 생각해도 이해가 됩니다. 어떤 집에 사는가, 벽지 색깔에서 가구의 모양까지 인테리어는 어떻게 되어야 하는가 등. 집과 집의 주변은 우리가 가장 많이 노출되어 있는 곳입니다. 집과 주변은 이제 ‘심리적 환경’이라고 부릅니다. 이곳에 계속 노출되게 되면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특정 경향의 성격을 띠거나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저자 골드헤이건은 몸의 치료에도 주거 환경이 끼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설명합니다. 중병에 걸리면 숲 근처로 이사 가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것은 마치 민간치료요법처럼 보이지만 이미 과학적으로 입증된 일입니다.

그녀는 우리가 가지고 있던 환경에 대한 상식을 최대한 많이 소개하고 한 가지씩 실제로 그런가에 대한 연구 결과를 보여줍니다. ‘사람들은 왜 휴가지로 자연친화적인 장소를 고를까?’ ‘시골에서 자란 아이들의 정서가 좋다는 것이 사실일까?’ ‘천장이 높은 곳에서 정말로 창의력에 좋을까?’ ‘왜 수업을 받았던 교실에서 시험을 보면 결과가 더 좋을까?’ 이 수많은 질문에 대해 답을 하기 위해 우리가 사는 모든 조건을 검토합니다.

도움이 좀 되셨나요? 보통 상식으로는 전원주택을 고르는 법은 빛과 물과 바람입니다. 하지만 이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 맘 편하자고 선택한 전원생활인데...’ 라는 것입니다. 정말 내 마음이 편한 공간을 찾는 방법, 조금 두껍긴 하지만 부동산을 보는 심리적 시각을 과학적으로 입증한 책, 세라 W. 골드헤이건이 쓴, <공간 혁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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