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여 꼭지의 글을 쓰다 보니 어느새 2년의 시간이 흘렀다. 오래전부터 우리가 평소 사용하는 말속에 담긴 의도나 가치를 찾아보고 싶었다. 그러나 능력과 의지부족으로 감히 엄두를 내지 못하다 양평시민의소리 지면을 통해 겨우 풀어갈 수 있었다. 매주 압박하는 원고 마감의 족쇄(?)가 있어 가능한 일이었다.
단어는 우리의 생각을 반영한다. 우리가 평소 특정 존재나 사회현상에 대해 어떤 관점과 가치를 갖고 바라보는가에 따라 말이 달라진다. 남성 중심의 가치관과 문화에서는 여성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담기기 쉽다. 물질만능주의 사회의 말은 사람보다 돈과 물질에 더 많은 가치를 부여하게 마련이다. 이처럼 말에는 우리 사회의 가치와 인식이 숨어있는데 주로 권력과 힘을 가진 존재들의 생각과 이익이 반영된다.
이렇게 특정 집단의 이해가 담긴 말이 통용되면서 차별과 불평등과 같은 사회문제는 더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말이 문제의 심각성을 가리고 진실을 왜곡하며 차별과 불평등을 정당화시키기 때문이다. 말은 사람들의 생각을 반영하지만, 거꾸로 사람들의 생각을 지배하기도 한다. 말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다.
물론 말보다 문제가 있는 사회 현상을 변화시키는 것이 더 본질적이며 중요하다. 그러나 말의 숨겨진 의미를 찾아내고 고치는 일은 이미 문제를 인식하고 변화를 요구하는 출발점이기도 하다. 사회변화는 대개 말의 변화부터 시작한다. 그래서 평소 사용하는 말에 차별과 편견, 혐오와 왜곡, 배제와 폭력이 담겨있는지 찾아보고 따지는 일은 작지만 의미 있는 일이다. 이런 소소한 관심과 균열이 우리 사회를 더 인간적이고 따뜻하며 포용적으로, 더 정의롭고 공정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연재하는 내내 툭 던지는 말 한마디가 얼마나 큰 힘을 갖고 있는지 새삼 실감할 수 있었고 많이 배울 수 있었다. 고마운 일이다. 특히 보잘 것 없고 때로는 불편한 글을 지면을 내어준 신문사와 부족한 글에 관심과 애정으로 읽어주신 독자께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