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술과 함께하는 제2의 인생

천년 마법학교는 경기도문화재단에서 지난 19일 진행한 어르신 동아리 경연대회 ‘9988 톡톡쇼’에서 장려상을 수상했다.

믿을 수 없을 만큼 놀랍거나 경이로울 때 ‘마법 같다’고 표현한다. 늦깎이 마법학생이 된 어르신들의 얼굴은 어릴 적 개구쟁이 시절의 즐거움이 가득했다.

서글서글한 눈웃음을 가진 표창보씨가 유리병 마술을 선보였다. 유리병과 종이컵이 긴 원통 두 개 안으로 들어갔다 나왔는데 종이컵은 사라지고 유리병이 하나 더 생겼다. 그는 익살 가득한 표정으로 원통 안을 확인시켜준다. ‘아무 것도 없지?’ 하는 표정이다. 그는 다시 원통 두 개로 유리병 두 개를 가렸다가 뺀 후 책상 위에 다시 원통을 놓았다. 웬걸, 유리병이 4개로 늘어났다. 유리병 하나와 종이컵이 원통 안에 몇 번 들어갔다가 나오니 유리병 8개가 됐다.

“마술을 배우면서 제2의 인생을 살게 됐습니다.”

마술이 동호회원들에게 어떤 의미냐고 묻자 김대욱 단장은 밝은 미소를 보이며 대답했다. 그는 실버마술동화구연 교육을 통해 마술과 친해졌다. 교육이 끝난 후에도 마술에 대한 열정이 사그라들지 않아 한국 마술연맹 교육지부장인 김연희 강사와 함께 동아리를 만들었다.

동아리 이름은 ‘천년 마법학교’, 54세~78세 어르신 10명이 활동하는 동아리다. 김연희 강사는 교장, 동호회원들은 학생으로 불린다. 학생이라면 으레 학교에 가는 걸 좋아하지 않지만 이곳만은 예외로, 수업 출석률 100%를 자랑한다. 마법학교 마스코트라고 자신을 설명한 박금례씨는 “수업이 있는 금요일은 항상 기다려지는 날”이라고 수줍게 말했다.

지난 19일 진행한 어르신 동아리 경연대회 ‘9988 톡톡쇼’에서 마술을 선보이는 모습

늦깎이 열정만큼이나 뒷심도 좋다. 경기문화복지재단에서 2017 어르신 즐김터 공모사업에 선정됐고, 지난 1월에는 양평군종합사회복지관에서 우수 동아리로 인정해 ‘천년 마법학교’ 현판을 걸었다. 지난 19일 진행된 어르신 동아리 경연대회 ‘9988 톡톡쇼’에서 장려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경연대회 참가 소감을 묻자 모두 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기술을 잊어먹을까 엄청 걱정했어요!” 대회 연습을 하면서도 계속 까먹었다는 동호회원들의 말에 김 단장이 파안대소를 하며 덧붙였다. “새로운 기술을 배우면 다음 주에 까먹고, 또 까먹고 하다 보니 늘 새로워요!” 하지만 계속 연마하다 보면 머리보다 손이 먼저 기억하기도 한다. 김연희 강사는 “마술은 순발력과 수학적 사고를 필요로 한다. 끊임없이 생각하고 연구하면서 손을 움직이기 때문에 치매 예방에 좋다”고 말했다. 모두 ‘치매 예방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게 마술’이라며 맞장구를 쳤다.

천년 마법학교는 늦깎이 학생들에게 놀이터이자 행복을 주는 곳이다. 김현이씨는 “마술 공연 봉사를 통해 ‘배우고 베푸는 것’을 동호회원들과 함께 느낄 수 있다는 게 너무나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양평군내 각종 축제‧봉사에 꾸준히 참여하면서 순회공연도 해오고 있다. 얻은 즐거움을 베풀어 모두를 행복하게 만드는 마법을 부리는 이들은 이미 진정한 마법사가 된 듯하다.

천년 마법학교 입학은 양평군종합사회복지관에 방문‧전화(☎775-7741)로 가능하다. 입학비 10만원과 월 회비 1만원을 내면 남녀노소 누구나 입학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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