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시대나 변화의 주역은 존재하고 그들을 부르는 이름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한다. 이처럼 특정 세대를 이런 저런 이름으로 부르는 행태는 낯선 일이 아니다. 한국전쟁 이전의 세대를 칭하는 ‘전전세대’나 이승만 독재를 몰아낸 ‘4.19세대’, 근대화의 주역으로 불리는 ‘산업화세대’, 1990년대 이후의 ‘청년세대’ 등 학자나 시민들에 의해 다양한 세대 구분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 중에 ‘386세대’가 있다. 30대의 나이, 80년대 학번, 60년대에 태어난 사람을 뜻하는 조어로 전두환 독재정권에 맞서 싸웠던 민주화 투쟁의 주역을 의미하기도 한다. 1990년대 이후 청년들을 부르는 말로 왜 386이라는 용어가 만들어졌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다만 1990년대 주로 사용하던 386컴퓨터에서 차용한 것이 아닌가 짐작할 뿐이다. 지금은 나이가 들어 586세대로 불리기도 한다.

대한민국의 민주화의 주역을 상징하는 이 용어에는 한 가지 아쉬움이 있다. ‘3과 6’이 나이와 관련된 숫자임에 반해 ‘8’은 80년대 학번, 즉 독재에 맞서 싸운 80년대 대학생을 의미한다. 그 당시 대학생의 역할은 매우 컸고 이 용어도 그런 학생들만을 지칭하는 것으로 쓰이기도 한다. 그러나 독재에 항거한 민주화의 주역이 대학생만은 아니었고 일반적으로 386세대는 민주화를 열망한 당시 청년을 모두 칭하는 말이기도 하다.

그러나 당시 청년 중 대학생은 30%정도에 불과했다고 하니 학번을 의미하는 ‘8’은 당시 청년들을 포괄하지 못한다. 거리에 나온 청년은 대학생만이 아니었기에 이 말은 불편하고 한편으로 학벌과 권위적인 문화를 정당화하기도 한다. 대학 학번을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이는 순간 대학생이 아닌 사람들은 배제되고 편견의 시선만 남을 가능성이 높다.

- 최형규 서종중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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