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 - 박경진 서종어린이집 원장>

박경진 서종어린이집 원장

2학기가 시작되면서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기 싫대요”라는 학부모님의 말이 조금씩 들리고, 아침마다 울며 들어오는 아이들도 볼 수 있다. 그동안 잘 다니던 자녀가 그러하기 때문에 ‘혹시 어린이집에서 무슨 일이 있나?’라는 학부모님의 의문은 당연한 것일 수 있다.

아이들이 어린이집에 오기 싫어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보통 9월이 시작될 때에 어린이집에 가기 싫어하는 원인은 7,8월 여름휴가에 있다고 볼 수 있다. 3~6월 상반기 직장인들이 열심히 달려온 것처럼 아이들도 학기 중에 열심히 놀고 배우며 에너지를 소진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직장인처럼 아이들도 휴식하며 재충전해야 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야 9월부터 열심히 놀고 배울 에너지를 채울 수 있다.

아이들은 어른보다 피로 회복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긴 시간을 필요로 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여러 사정으로 충분한 휴식기를 갖지 못한 아이들이 종종 어린이집에 오기 싫다고 우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갑자기 어린이집을 가기 싫어할 경우 가장 먼저 파악해야 하는 것은 아이의 신체 컨디션이다. 휴식이 필요한 컨디션이라면 주말이라도 푹 쉬고 월요일에 등원할 수 있도록 돌봐주어야 할 것이다.

두 번째 원인은 3월의 적응기간에 있다. 어린이집 적응기를 담은 첫 칼럼을 기억하시는가? 적응기간을 제대로 잘 보내지 못한 영유아들 중 2학기에 뒤늦게 적응기를 다시 갖는 아이들이 있다. 특히, 처음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가 부모와 울지 않고 떨어지고 어린이집에서도 잘 적응해 기특해 한 경험이 있다면 뒤늦게 부모와 떨어지지 않으려고 실랑이할 확률이 높다.

호기심이 가득한 아이는 주변을 탐색하려는 욕구가 부모와 떨어지는 것보다 강했다가 주변을 모두 탐색하고 난 이후에야 뒤늦게 부모와 떨어지는 것을 인지한다. 또는 교사가 우는 아이들을 챙기는 모습을 보며 친구를 모방하는 행동을 보일 수도 있다.

3월 적응기를 잘 보낸 듯 보였지만 불완전하게 적응한 아이들은 당분간은 선생님의 따뜻한 관심과 사랑 속에서 재적응을 할 수 있도록 어린이집에 지원을 요청해야 한다. 또한, 가정에서도 학기 초 적응 시에 필요한 태도처럼 어린이집과 교사에 대해 긍정적으로 이야기하고 자녀와 약속한 등원과 하원시간을 잘 지켜주어야 한다.

신체 컨디션과 적응기의 문제가 아니라면 세 번째는 가정의 변화가 있을 수 있다. 아이들은 가정의 변화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자녀가 보는 앞에서 부부 싸움을 했거나 이사 등의 환경 변화 때문일 수 있다. 아이들이 불안할 때 찾는 것은 애착 대상인 부모 특히, 주양육자인 엄마일 수밖에 없다. 엄마 옆에 있어야 안정을 찾을 수 있는 아이는 엄마와 붙어 있으려는 모습을 보인다. 따라서 유난히 엄마를 찾으며 어린이집에 가지 않으려고 할 때에는 가정 내에 자녀가 불안을 느낄만한 요소는 없었는가에 대해 생각해 보고, 불안 요소를 없애 아이가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한다.

위의 세 가지의 경우가 아님에도 자녀가 어린이집 등원을 거부할 때에는 어린이집에서의 친구관계, 교사와 자녀와의 관계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어린이집에서 자녀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것은 없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친구와 문제가 있는 경우 교사에게 더욱 예민하고 민감하게 친구관계를 살펴봐 달라고 요구할 수 있고, 교사도 아이들 간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지원해주어야 할 것이다. 교사와의 관계문제는 교사의 보육철학과 부모의 양육철학이 일치하지 않을 때 거의 발생한다. 부모는 자녀를 어떻게 키우고자 하는지 충분히 교사와 상담할 필요가 있고, 가정과 교사와의 양육 방법의 차이를 줄여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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