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세미원에서 경기도 지방정원 1호 등록 기념식이 열렸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아프리카 돼지열병 대응 긴급회의 때문에 불참하면서 기념식의 열기는 시작하기도 전에 한풀 꺾였다. 하지만 ‘주민축제’가 아닌 맥 빠진 기념식이 된 이유는 따로 있다.

두 시간으로 예정된 행사가 중반을 넘어서기도 전에 관람객들이 자리를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익숙한 문화공연이 이어지고 지루한 내빈 소개가 끝나자 더는 볼 것도, 즐길 것도, 축하할 것도 없었다. 그 곳에 ‘주민의 자리’는 없었기 때문이다.

부끄럽게도 그날 관람석을 가득 채운 사람들의 상당수는 자리에서 업무를 보고 있어야할 공무원들이었다. 군내 기관·단체장이 초청된 게 주민참여일까? 양평의 문화단체와 동아리 공연이 주민참여일까? 세미원이 지방정원으로 등록되는 과정이나, 지방정원으로 지정된 이후 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이나 주민이 참여할 수 있는 자리가 없었으니 주민들이 관심을 가졌을 리 만무하다.

정동균 군수는 기념사에서 “5년 내 두물머리 관광지와 연계해 국가정원으로 승격시키고 세계 10대 정원 관광지로 가꾸어 가도록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런 꿈을 이루려면 기념식이 왜 ‘주민축제’가 아닌 맥 빠진 행사가 됐는지부터 따져봐야 할 것이다. 관주도, 구태를 탈피하지 못하는 한 그런 장밋빛 꿈은 쉽게 오지 않는다.

 

저작권자 © 양평시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