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준의 <이럴 땐 이런 책>

Q. 가을장마가 끝나니 날이 좋네요. 햇살이 좋으면 아이들과 자주 산책을 나갑니다. 길가의 풀벌레 소리가 여름보다 시끄럽지 않고 정겹습니다. 기분 좋게 걷기를 즐기면 아이들이 꼭 산통을 깹니다. ‘엄마 저 소리가 뭐야?’ 도시에 살다 왔으니 전 아무것도 모릅니다. 검색을 해서 찾기도 어렵고… 매번 모른다는 소리를 하기엔 자존심이 상하기도 합니다. 어째야 하죠?

A. 봄 산책은 꽃놀이라 불러도 좋습니다. 여름 산책은 피서쪽에 가깝습니다. 겨울엔 운동이겠죠? 가을산책은 사색에 가깝습니다. 좋은 사람들과 조용히 자연을 느끼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아이들의 질문은 사색을 깨는 망치 같습니다. 풀벌레 소리를 듣고 그 곤충의 이름을 댈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갑자기 청문회 자리가 된 듯합니다.

위기의 다른 말은 기회입니다. 아이들의 질문을 산책길 공부의 기회로 만들 수 있습니다. 이건 많은 책에도 나오는 아이들 학습비법입니다. ‘아이들의 질문은 질문으로 받는다.’ 어른은 답을 해주는 사람이 아니라 아이들이 생각하고 공부를 스스로 할 수 있게 계기를 마련해주는 것입니다.

그래도 뭔가 엄마, 아빠도 아는 게 있다면 더 멋진 산책을 할 수 있습니다. 오늘 소개하는 책은 자연에 가깝게 사는 이들을 위한 책이기도 합니다. 양평 주민 필독서일지도 모릅니다.

부제 먼저 소개하겠습니다. ‘우리 주변에 널린 자연의 신호와 단서들을 알아보는 법’입니다. 저자는 트리스탄 굴리입니다. 그는 탐험가입니다. 5개 대륙 원정대 대장을 합니다. 그는 지구의 변방에서 외딴 부족과 함께 자연을 산책합니다. 물론 집에 있을 때도 걷기를 멈추지 않습니다. 집주변을 관찰하고 신호를 수집합니다. 과학자들은 자연을 대상으로 관찰하고 실험하지만 그는 감각하고 정리합니다. 그의 표현에 따르면 ‘자연에 연결’됩니다. 자연과 네트워킹하기 위해서는 인간은 자연이 보내는 신호를 분석하고 읽을 수 있어야 합니다.

자연은 나무와 풀, 산과 강, 동물과 곤충 등이 색깔과 소리, 냄새와 바람 등의 신호를 보냅니다. 하지만 자연이 직접적인 피해를 주지 않는 이상 다 우리를 스쳐지나갑니다. 원래 인간은 자연이 주는 신호에 아주 민감하게 반응했습니다. 인류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인간은 원시부족으로 살 때 나무와 풀, 동물과 곤충의 정보를 약 1만 1천 가지를 알고 있었다고 합니다. 먹고 살아야하기 때문입니다.

농사를 짓고 가축을 키울 때도 자연이 보내주는 신호는 중요했습니다. 언제 비가 오는지 관찰을 통해 감지했어야 합니다. 언제 기온이 떨어지는 지 인간의 피부가 느끼는 것보다 정확한 정보를 알아야 농사에 도움을 받습니다. 호우가 쏟아지기 전에는 개구리가 시끄럽게 웁니다. 물론 녀석들은 짝짓기 전에도 크게 울어서 시끄럽게 합니다. 그래서 인도네시아 보르네오의 다약족은 폭우를 ‘개구리 짝짓기’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개구리가 호우주의보를 내린다면 귀뚜라미는 한파를 예보합니다.

개구리와 귀뚜라미는 세계의 오지를 탐험하기 위한 실용적인 정보 수집 대상입니다. 경험적으로 확인하고 과학적으로 입증된 지구 산책자 정보 시스템이 알려주는 자연 신호는 총 850가지나 있습니다. 나무 나이가 몇 살인지 추정하는 법, 해발 몇 미터인지 알려주는 나무들, 닭의 울음소리 18가지를 구분하는 법 등. 우리가 지나치는 것들을 헤아려볼 수 있습니다.

번개가 치면 어디로 피해야 할까요? 그것도 산속이라면? 이 책 <산책자를 위한 자연수업>의 탐험가, 트리스탄 굴리는 말합니다.

“참나무를 조심하라, 벼락을 끌어들인다. 물푸레나무를 피하라, 번개를 유혹한다. 산사나무 아래로 들어가라. 그러면 해가 없을 거다.”

경험에서 확인된 과학의 결과를 하나씩 읽다보면 어른들에게는 삶의 지혜와 관찰력을 높이고, 아이들에게는 과학 실력을 늘리는 책, <산책자를 위한 자연수업>입니다. 덤으로 안전한 생존법도 얻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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