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어머니 알바구합니다.’

인터넷 어느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다. ‘녹색 어머니회’는 아이들이 안전하게 등하교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주로 등하굣길 횡단보도에서 아이들이 안전하게 건널 수 있게 깃발을 들고 차량을 통제한다. 학교마다 다르지만 통일된 제복을 입기도 하고 녹색어머니회라는 마크가 선명한 조끼를 착용하기도 한다.

알바를 구한다는 글이 올라오는 것을 보니 봉사하는 학부모의 입장에서는 귀찮고 힘든 일이기도 한 모양이다. 녹색어머니회는 1년에 한번은 반드시 해야 하는 역할이라고 하니 부모입장에서 충분히 부담이 될 것이다. 맞벌이가 많은 현실을 감안한다면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런데 왜 봉사단체명에 ‘어머니’만 들어가 있는 것일까?

거리에 나와 깃발을 들고 있는 사람은 대개 여성이다. 남성(아버지)이 조끼를 입고 깃발을 들고 있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맞벌이의 비중이 50%를 넘은 지금, 여전히 육아는 여성의 몫으로만 남아있는 것 같다. 이름 자체가 성역할에 대한 고장관념을 강화하고 있기도 하다. 그래서 더욱 남성의 봉사 참여를 주저하게 만들고 남성이 참여하지 않는 현실을 정당화한다.

만약 ‘녹색 어머니회’를 부르는 명칭이 ‘녹색 봉사단’이나 ‘교통안전보호자회’ ‘등하교 안전지킴이’ 등으로 바뀐다면 남성의 참여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아이 양육의 책임은 여성만의 것이 아니라 남성도 동등하게 짊어져야 하는 일임을 명확히 하는 일이기도 하다.

50년이 넘은 조직이라 명칭을 바꾸는 게 쉽지 않을 수 있다. 게다가 부르는 명칭이 뭐 그리 중요하냐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새로운 명칭이 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변화시킬 수 있고, 그래서 좀 더 평등한 사회로 나아갈 마중물이 된다는 점은 분명하다.

-최형규 서종중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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