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의 자녀 관련 문제를 놓고 나라가 시끄럽다. 논란의 핵심은 불공정해 보이는 후보자 자녀의 대학진학과 장학금 지급 문제다. 필자도 대학에 있다 보니 오랫동안 입시나 장학금관련 업무에 참여해왔다. 특히 수시제도와 입학사정관제도의 도입에 관심도 많았고 기대도 컸었다. 이들 제도는 시험이라는 획일적인 방법으로 인재를 골라내기 보다는 다양한 재능과 잠재력을 키워온 인재 선발이라는 바람직한 목표가 있기에 그랬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물론 그동안 현장에서 여러 사례를 경험하면서 대대적인 수정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그나마 유지되어온 교육을 통한 계층이동 사다리에 큰 문제가 있음이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대학에 가려는 이유는 보다 나은 직장을 구해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부모 세대보다는 더 잘 살려는 이유 때문이다. 조국 법무장관 후보의 자녀 문제가 크게 불거진 이유는 불법여부를 떠나 평소 그의 언행과 달리 일부계층만이 접근 가능한 정보획득 기회를 만들어 자녀가 특별한 스펙을 가지고 좋은 대학에 진학한 것에 대한 분노 때문이다.

어느 해인가 정원 외 입시에 응모한 응시생들의 면접을 했다. 그 중에 양평소재 사립고교 재학생이 농어촌특별전형으로 지원을 했다.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니 공부는 잘하는 학생이기는 한데 자격이 문제가 있어 보였다. 이 학생은 서울에서 중학교를 다녔고, 고교 입학 직전에 양평으로 이사를 했다. 면접에서 확인하니 부모님들은 여전히 도시에 거주하고 있었다. 그래서 면접 후 대학 본부에 이 학생의 자격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보고를 했다. 그런데 답은 농어촌특례 자격 여부 검증은 우리 대학에서 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부에서 자격자로 통보받았으니 그대로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약삭빠른 학부모가 농어촌특례제도를 편법으로 활용한 사례로 보였다. 지금은 이 특례입학제도가 크게 강화되었다.

입학사정관제도가 도입되고 필자도 입학사정관을 맡았었다. 수시에 지원한 학생들의 학교생활기록부 등 각종서류가 저장된 컴퓨터를 열어 학교생활기록부를 상세하게 읽고 검토한 다음 면접을 하도록 되어 있었다. 지원 학생 대부분이 고교 3년 동안 과외활동이 엄청나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대부분 응시자의 스펙이 대단해 보였다. 수능시험준비에 찌들어있다는 고교생들이 언제 이렇게 다양한 과외 활동에 참여할 수 있을까 정말 궁금했다. 이 정도라면진짜 전인교육을 받은 학생들로 보아도 전혀 문제가 없어 보였다. 주변 교수들과 대화를 해 보았다. “그거 가짜이거나 과장일 겁니다”가 대다수의 반응이었다. 그들도 믿지 않는 것 같았다. 그러나 짧은 면접과정에서 검증이 매우 어렵다는 것이 문제였다.

필자는 수시입시제도의 도입 취지에는 전적으로 찬성을 한다. 하지만 그 종류가 3천여가지가 넘는다. 최근에도 국내 최고의 대학이 정원의 87%를 수시로 뽑았고 서울에 있는 유명대학들이 유행처럼 따라했다. 여기에서 필자도 솔직하게 고백한다. “대학교수도 수시입시에 대하여 잘 알지 못합니다.”

사실 입시관련 보직을 맡지 않는 이상 다양하고 매년 변하는 수시입시제도를 자세히 알기는 어려운 현실이 있다. 필자도 대학에서 보직을 맡으면서 각종 입시관련 회의에 참여했지만, 사실 회의를 주도하는 사람은 고2, 고3 자녀를 둔 보직교수들뿐이다. 이렇다 보니 입시학원이나 상담업체가 번성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었고, 학부모의 정신적·경제적 부담만 커진 것이다.

문제해결은 간단하다. 수시입시제도를 아주 쉽고 단순하게 만들면 된다. 빈틈을 찾아 편법을 저지르는 이들도 줄어들 것이다. 누가 보아도 정말 특별한 재능을 가진 소수의 인재만 걸러내는 그런 제도로만 만들었으면 한다.

옥스퍼드 사전을 처음 만든 영국의 시인인 사무엘 존슨의 격언이 생각난다. “교육의 숭고한 목적은 분별력을 키우는 것이다. 가짜에서 진실을 가려내어 이를 추구하는 것이다.” 부모의 뒷배로 만든 가짜스펙이 아이들이 미래에 어떤 역할을 할까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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