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둔역-전투기념관-근현대사박물관 연계

양평군이 지평면 일원에 순환 관광지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경기도 지역균형발전 사업에 선정된 구둔역 관광지 개발사업과 양평 근현대사박물관 조성을 통해 기존에 설립된 전투기념관 등을 연계한 순환 관광지를 만들겠다는 내용이다.

본지는 군이 경기도에 제출한 구둔역 관광지 개발사업과 최근 열린 근현대사박물관 조성 연구용역 보고서를 각각 소개한다. 두 사업을 추진하는데 300억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이 예정된 만큼 사업의 효과와 주민의 의견을 모으는데 기본 자료를 제공하자는 취지다.

 

민간에서도 포기한 구둔역 관광지

동부권 관광산업 활성화 초석 될까

양평군은 지평면 일신리 구둔역사 일원에 구둔역 관광지 개발사업을 추진한다. 총사업비 100억원 중 도비 85억원을 지원받는 사업으로 지난달 19일 경기도 지역균형발전위원회 심의를 거쳐 최종 확정됐다.

등록문화재 제296호로 지정된 구둔역. 2012년 노선복선화사업으로 폐역사가 됐다.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구둔역은 서울과 경주를 오가는 중앙선 열차가 들르던 간이역으로 우리나라 등록문화재 제296호로 보존됐다. 청량리-원주간 중앙선 복선화 사업으로 철도 노선이 변경되면서 2012년 폐역사가 됐고, 이후 영화 건축학개론 촬영지 및 가수 아이유의 음반 사진 촬영지로 SNS 등에 유명세를 타며 관광객들이 찾는 명소로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군은 오는 2020년~2024년 코레일과 철도청 소유인 구둔역 일원 토지를 매입해 구둔역 일원 관광자원화 사업 ‘구둔 아트 스테이션’을 추진한다.

사업계획에 따르면 구둔역 일원에는 철도 역사박물관, 소규모 공연 및 창작공간으로 활용될 수 있는 뮤직센터, 영화공작소, 지평면 로컬푸드매장, 지평 막걸리 카페, 푸드트럭존, 카페테리아, 폐철도를 활용한 걷고 싶은 거리 등이 조성된다.

군은 용문산관광지와 연계한 1일 관광코스 및 지평주조, 지평의병기념관 추진 중에 있는 양평근현대사 박물관 등 지평면내 근대문화유산의 명소를 연계한 관광코스 마련을 통해 양평군 동부지역의 관광활성화를 도모할 계획이다.

군 담당자는 “기본구상을 통해 경기도에 사업계획서를 제출했지만 100%사업계획서 대로 진행된다고 할 수는 없다”며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주민공청회 등을 통해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기본계획을 수립해 사업을 시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구둔역은 2016년부터 올해 초까지 민간사업자가 위탁받아 복합문화공간으로 운영하다 관광객 감소로 지난 1월 문을 닫았다. 관광객이 계속해 감소하는 추세인 만큼 군이 사업을 추진해도 관광객이 유치될 지는 미지수다.

이 부분에 대해 군 담당자는 “민간차원에서는 전국적인 홍보 등이 어려웠을 것으로 본다. 구둔역을 보존하면서 주변 토지를 매입해 다양한 체험단지를 조성할 계획으로 민간사업자와는 차이가 있다”며 “또, 군에서 사업을 추진하는 만큼 구둔역 자체 수익 뿐 아니라 관광객을 유치함으로써 지역상권 활성화 등 양평군의 경제 활성화 효과까지 고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근현대사박물관 설립 타당성 부족

부실한 용역보고서… 재정확보 계획도 없어

양평군은 지난 20일 양평군립미술관 3층 회의실에서 ‘양평 근현대사박물관 조성 타당성 연구 용역’ 최종 보고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는 정동균 군수 및 관련 부서 공직자, 지평면장 및 지평면 기관단체 관계자 등 20여명이 참석했다.

지난 20일 군립미술관에서 열린 근현대사박물관 조성 타당성 용역보고회 모습.

한국응용통계연구원이 맡은 이번 용역보고서에는 근현대사박물관(이하 박물관) 조성의 당위성에 대해 “양평군은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중요한 지역으로 조명이 필요하나, 근현대 역사문화도시의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는 박물관이 없다. 최초의 항일 의병지, 경기도 내 3·1운동 최대 규모 전개, 한국전쟁 요충지로 지평리, 용문산 전투, 이후 민주화 운동으로 이어지는 중요한 지역을 재조명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가 제안한 박물관 조성 위치는 지평리 561번지 일원의 대지 6만9872㎡(연면적 4500㎡) 규모다. 이 외에도 송현리 102번지, 지평리 590번지 등도 후보지로 거론했다. 건물 규모를 연면적 4500㎡(지하 1층, 지상 2층)로 할 경우 박물관 조성비용은 197억원, 연간 운영경비는 17억원 규모로 산출했다.

보고서가 제안한 전시 및 운영프로그램을 살펴보면 근대사에서 화서학파와 의병운동, 양평의 3·1만세운동을, 현대사에서는 6·25전쟁 지평리·용문산 전투, 민주화운동 등이다. 주요 인물로는 화서 이항로, 김백선 장군, 몽양 여운형 선생, 김근태, 강영우 박사 등을 거론했다.

전시된 내용을 체험, 예술연계, 교과연계, 강좌 및 교육 프로그램으로 구분하고, 이를 어린이, 성인, 장애인, 외국인 등 대상에 맞게 개발해 운영할 것을 제안했다.

하지만 이 보고서에는 몇 가지 문제점이 보인다.

첫째, 보고서는 박물관 관람객 수요예측을 연간 24만명 규모로 산정했다. 외부 관람객의 관람료만으로 연간 2억8900만원의 수익을 올려 비용편익비(B/C Ratio)가 1.71에 달해 경제적 타당성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양평의 최대 규모이자 가장 많은 관람객이 찾는 군립미술관조차 연간 관람객 숫자가 14만명(2017년 기준)에 불과하고, 나머지 박물관·기념관의 경우 10만명을 넘기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근현대사를 다루는 박물관임을 감안하면 이 수요예측은 너무 과하다. 서울 효창공원내 위치한 백범 김구기념관의 2016년 관람객 수도 6만9000명 수준이었다.

두 번째 문제는 기존 몽양여운형생가기념관, 지평리전투기념관, 화서이항로생가 등의 기념관들의 전시·운영하는 프로그램과의 차별성이 있는냐는 문제다. 보고서가 제안한 대부분의 내용은 기존 기념관에서 운용하는 프로그램, 전시내용과 구별되는 내용이 보이지 않는다.

이런 박물관을 새로 만든다고 지평면의 관광객 확보가 가능하다는 판단은 근거가 미약해 보인다.

지평면 연계 관광지 예상도.

마지막으로 이 보고서는 재원확보 방안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했다. 보고서 달랑 한 페이지를 할애한 재원조달방안에는 ‘중기재정계획 수립 후 지방재정투자사업 심의를 거쳐야 한다’고 했을 뿐이다. 200억원에 달하는 예산을 알아서 확보하라는 말이다.

서부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된 동부권의 관광객 확보와 이를 통한 지역경제활성화는 중요한 사업이고, 이를 위해서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돼야 한다. 이미 예산이 확보된 구둔역의 경우, 민간에서 사업을 하다 포기한 것을 감안하면 결코 쉬운 사업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근현대사박물관은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를 포함하고 있다.

연계 관광지 개발은 단순히 시설들을 모아 둔다고 저절로 될 문제가 아님은 자명하다. 이에 대한 전문가의 정확한 진단과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군이 보여준 안일한 계획 수립 및 추진에 앞서 이와 관련한 전문가 진단 및 주민토론회 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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