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우리 회사 사장님은 성격이 좋습니다. 회식도 점심 밖에 없고 직원에게 항상 웃는 얼굴로 대합니다. 문제는 부장님입니다. 사장실에서 큰 소리가 나면 바로 과장 밑으로 공포의 시간이 시작됩니다. 온갖 짜증과 화를 내기 때문입니다. 부장님의 존재자체가 우리에게는 스트레스입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화가 많은 사람 옆에서 일을 하는 건 불안한 일입니다. 일을 잘못해서 지적을 받는 것과 화를 내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이런 경우를 ‘갑질’이라고 부릅니다. 한국에서 탄생한 심리증상 중에 ‘화병’도 있습니다. 이미 외국의 사전까지 등록된 말입니다. 갑질과 화병은 마치 가해자와 피해자처럼 보입니다. 왜 이런 문제가 생길까요?

많은 사람들이 성장 환경이나 혹은 주변과의 관계, 개인적인 경험 등의 이유로 특정한 감정을 반복해서 보입니다. 예를 들어 갑질을 많이 당한 을은 병을 만나게 되었을 때 갑한테 받았던 상처 때문에 생긴 감정을 병에게 풀어냅니다. 사장(갑)의 갑질은 부장(을)에게 영향을 미치고, 부장은 사장에게 당했던 것에 2~3배의 감정으로 과장(병)을 대하게 됩니다. 심리학에서는 이것을 ‘감정전염’이라고 부릅니다. 질문하신 분의 상황에 적용시키면 이 모든 원인은 사장으로부터 시작됩니다.

반대의 상황도 있습니다. 통상의 대화나 큰 문제가 아닌데도 회사의 사원이 스스로 피해의식을 갖는 경우도 있습니다. 상사의 별 것 아닌 말을 증폭시켜 그를 가해자로 만들기도 합니다. 피해자 중심주의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피해자의 주장이 정당성을 얻는 사회분위기 때문에 요즘은 약자의 주장은 검토 없이 정당성을 얻기도 합니다. 직장 내 갑질 문제가 터졌을 때 감정전염(회사 분위기)과 자기애적 성향(과도한 피해의식)은 항상 논란의 거리가 됩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사실 이런 문제를 들었을 때 사람들은 증거나 근거를 꼼꼼히 따져보면서 입장을 정리하기 보다는 감정이입을 먼저 합니다. 보통 이 감정이입은 자신이 처해있는 상황이나 나이와 경험 등에 영향을 받아 ‘감정적’으로 결정합니다. 감정적인 인식으로 회사 생활을 보게 되면 논란에 휩쓸려서 제대로 된 대안을 찾기도 힘들고 심지어 왜곡된 감정으로 일을 망치기도 합니다. <인간 본성의 법칙>을 쓴 로버트 그린은 이렇게 말합니다.

“사람들과의 교류는 우리를 감정적 소용돌이에 빠뜨리는 주된 원인이다. 하지만 꼭 그래야 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우리가 남들을 끊임없이 심판한다는 사실이다. 그러면서 우리는 상대가 지금과는 다른 사람이기를 바란다. 우리는 남들을 바꾸고 싶어 한다. 상대가 특정한 방식으로, 흔히 ‘나’처럼, 생각하고 행동하기를 바란다. 하지만 그런 일은 가능하지가 않고 하늘 아래 똑같은 사람은 한 명도 없기 때문에 우리는 끊임없이 좌절하고 속상해한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개인마다 사정이 다르기에 좋은 방법인지 모르지만 로버트 그린이 추천하는 방법은 ‘관찰’입니다. 문제를 인식하고 원인을 파악하고 가볍게 생각하라는 말입니다. 그래야 대책이 생깁니다. 질문하신 분처럼 사장이 좋다고 말하면 부장 입장에서는 그 말처럼 듣기 싫은 말이 없을 것입니다. 사장의 심리도 별로 좋은 편은 아닙니다. 이중적이지요. 문제가 생기면 한 놈만 팬다는 식으로 행동을 하게 되었을 때 그 회사에서는 아무도 진급하고 싶은 사람이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부장이 되면 저런 꼴이나 당하지’라고 생각하면 근로의욕이 있을 리 만무합니다.

오늘 소개하는 책은 우리가 겪는 관계 갈등의 핵심을 내면으로부터 찾아가는 <인간의 본성>입니다. 이 책을 쓴 로버트 그린은 <권력의 법칙>으로 인간의 이중성을 드러내서 많은 공감을 받은 저자입니다. 그의 충고에 따르면 이중적인 사장과 화만 내는 부장은 우리에게 상수입니다. 왜냐하면 회사를 나가기 전까지 이들을 바꾸지도 못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바꿀 수 있거나 대책을 세워 행동할 수 있는 것은 ‘나’밖에 없습니다.

인간에게 내면의 충동과 동기는 행동을 유발합니다. 로버트 그린은 18가지 유형으로부터 법칙을 정리했습니다. ‘비이성적 행동’ ‘자기도취’ ‘강박적 행동’ ‘선망의 법칙’ 등. 물론 이 18가지를 잘 알고 있어도 우리는 스스로를 이 법칙에 적용받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상황에서 나는 이성적이고 상대방은 감정적이라고 여깁니다. 현실은 나도, 너도, 우리 모두 감정적이라는 것입니다. 책을 읽을 동안만이라도 솔직해보는 것도 좋은 일입니다. 질문을 이렇게 바꿔보면 어떨까요. “혹 나도 사장이나 부장처럼 되고 있지 않을까?” 퇴사하실 때까지 이 질문을 마음속에 품고 산다면 회장님이 나타나도 큰 문제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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