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진 서종어린이집 원장

10여년의 교사생활을 하며 꾸준히 공부를 했다. 공부를 할수록 교사로서 나의 행동과 마음가짐이 바뀌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교사로서 정점에 다다랐을 때에는 아이들과 함께하는 매 순간이 행복했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직업을 사랑하게 됐고, 교사로서 사명감과 직업 만족도가 높았다. 아이들은 어린이집에서 늘 즐거워했었다. 원장님은 아이들이 노느라고 어질러져 있는 우리 교실을 보며 정신없다고 했다. 그런데 그 어질러짐 안에 있는 질서가 신기하다고 했다.

아이들이 항상 나를 원했고 그 아이들이 머무는 공간에서 늘 즐거워했기에 나는 교사로서 내 교실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다. 자부심이 높아질수록 ‘내가 이런 교사가 되기 이전에 나를 만났던 아이들은 과연 행복했을까? 그 친구들에게 정말 미안하다’는 생각이 함께 떠오르게 되며 ‘이제 그 친구들을 만나면 잘 해 줄 수 있을 것 같은데, 진짜 아이들이 원하는 놀이가 무엇인지 이제 조금 알았는데’ 하는 괴로운 마음에 잠을 이루지 못했던 날들도 있었다.

학부모님들은 우리 아이를 위한 좋은 교사를 원한다. 학부모님들은 교사의 사생활을 존중하고 불만이 있어도 시시콜콜 이야기 하지 않으며 보육 이외의 잡무를 주지 않는다면 그 교사가 좋은 교사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업에 만족하지 못하고 불만이 생겨서 아이들을 보는 눈과 귀와 입을 닫는 교사들이 많다. 그런 교사를 나는 교사가 아닌 ‘직업으로서 보육을 하고 있는 직장인’이라고 표현한다.

내가 생각하는 아이들을 위한 좋은 교사는 끊임없이 고민하는 교사이다. 어떻게 해야 아이들이 즐겁고 행복한 지를 늘 고민하는 교사는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사람이고, 교사로서 사명감과 책임감이 있는 사람이다. 그들은 학부모님의 늦은 시간의 전화와 어린이집의 잡무로 인한 직무 스트레스를 ‘보육을 하는 직장인’보다는 덜 받는다. 그런 교사가 보육할 때 아이들은 누구보다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교사와 함께하길 나 역시도 늘 바란다.

작년 7월 서종어린이집에 부임했을 때 우리 어린이집은 교육의 황무지 같았다. 7세반 교실에서 학습지를 이용한 직접적인 한글수업이 이뤄지는 모습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던 기억이 있다. 아이들이 재미있게 놀며 호기심을 자극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탐구하며 배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마음이 조급했다. 모래놀이터를 보수하고 교구를 채우고 교사교육을 하며 진짜 재미있는 놀이를 통해 배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많은 교사들이 떠났다. 아픈 만큼 성숙한다고 했고 해가 뜨기 전이 가장 어둡다고 했으며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은 없다고 했다. 1년간의 아프고 힘든 과정을 거치면서 아이들을 우선으로 생각하고 아이들을 존중하며 사랑하는 교사들로 어린이집이 채워졌다.

얼마 전 7세반 아이들과 양수리 전통시장 체험활동을 나갔다가 초창기 교사를 하던 시절의 제자를 우연찮게 만나게 됐다. 외국에서 사는 제자는 2개월 정도 함께 지내고 다시 돌아가 간간히 어린이집카페에 소식을 전해준다. 그 제자는 정말 예의바르게 잘 커서 이제는 고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다. 그동안의 고민을 담아 그 제자에게 용기 내어 물었다.

“선생님이랑 함께 했던 일곱 살이 좋았니?”

“네, 좋았어요. 재미있었어요.”

원장으로서 어린이집 운영이 서툰 나를 보며 자존감이 많이 떨어졌던 그 날, 제자의 한마디는 나에게 작은 희망을 주었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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