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서로 사는 곳을 말하는데도 약간의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서울 산다고 말하기도 하고 강남 산다고 말하기도 한다. 같은 서울인데 누군 서울이고 누군 강남일까? 같은 서울이어도 강북과 강남의 생활모습은 많은 차이가 있다. 전철역이나 도로, 주택, 문화공간 등에서 많은 격차가 난다. 그러다보니 사는 곳이 매우 민감한 개인정보로 다뤄지기도 한다. 사는 곳을 말하는 순간 내가 드러나는 것처럼.

일부 사람들은 남들과 구분 짓고 싶은 성향이 있는 것 같다. 자기들끼리, 비슷한 경제적 사회적 신분의 사람들끼리 모여살기 원한다. 정확히 말하면 자신의 수준과 다른 이들과 섞이기 싫어한다. 강남의 어느 아파트 담은 마치 성곽과 같다. 누구나 마음껏 다닐 수 있는 아파트가 아니다. 그 곳에 살고 있지 않는 사람들과 철저히 분리된 그들만의 공간에서 그들만의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일종의 단절과 폐쇄의 문화다.

이런 문화가 무서운 이유는 바로 차별과 배제를 깔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유행하는 아이들의 말에 그런 문제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바로 ‘빌거’나 ‘휴거’와 같은 혐오의 말이다. ‘빌거’는 ‘빌라에 사는 거지’, ‘휴거’는 ‘휴먼시아 브랜드의 주공아파트에 사는 거지’라고 한다. 누가 우리 아이들을 이렇게 만들었는가? 당연히 임대아파트 아이들의 통행을 막기 위해 담을 쌓고 있는 우리 어른들이다.

‘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을 말해줍니다’라는 어느 아파트 광고처럼 마치 사는 곳이 그 사람의 모든 걸 보여주는 것처럼 받아들이는 세상이 된 것 같다. 사는 곳으로 사람을 판단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무시하고 혐오하고 배제하는 사회는 이렇게 한마디 말에 드러난다. 이런 곳에서 함께 산다는 말은 거짓말일 뿐이다. 말 속에 담긴 천박한 자본주의의 민낯에 너무 마음 아프다.

-최형규 서종중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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