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저는 유투브에서 먹방을 자주 봅니다. 출퇴근 시간에 지하철에서도 보고 집에서도 가끔 멍 때리며 보기도 합니다. 그런데 먹방을 보는 사람들 대부분은 자기 취향을 드러내기 싫어합니다. 왠지 바보 같아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덕분에 살도 찌고 있습니다. 볼 때는 좋은데 보고 나서는 스트레스가 쌓이는 것도 같고… 이럴 때 볼만한 책 없을까요?

 

A. 너무 스트레스 안 받으셔도 됩니다. 누가 먹방 보는 것을 가지고 타박하면 딱 이렇게 잘라서 말하면 됩니다. ‘저는 미식가입니다’ 그래도 영 납득을 못하는 것 같으면 이 책을 읽고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세요. 훨씬 더 당당해질 수 있는 책입니다.

주영하가 쓴, <조선의 미식가들>입니다. 인간의 욕망을 잘 관리하는 것을 목표로 했던 유교사상이 지배했던 조선에서 식욕을 무조건 누르지 만은 않았습니다. 음식을 즐기는 방법에 대해 많은 선비들과 여성들이 글로써 자신의 뜻을 펼쳤습니다. 식욕을 하늘이 준 천성이라고 생각한 선비들과 여성들도 많았습니다. 이 중 15명의 미식가들을 모아놓은 책이 <조선의 미식가들>입니다.

물론 선비의 기개를 지킨 사람도 있습니다. “이덕무는 조선시대 지식인 중에서 가장 많은 ‘잔소리’를 글로 남겼다.…… 음식이 나오면 즉시 먹으라든지, 남의 집에 가서 식사를 할 때도 그 집의 형편을 염려하라든지, 집에 색다른 음식이 있거든 아무리 적어도 노소와 귀천을 따지지 말고 고루 나누어 먹으라든지 등등 먹는 일에서 지켜야 할 작은 예절을 꼼꼼하게 제시했다. …… 이덕무의 음식 예절에 관한 잔소리를 읽다 보면 당시 선비들의 식생활 풍경을 짐작할 수 있다.”

탐식에 대해서는 걱정했지만 식욕을 천성이라고 생각했던 조선의 선비들은 먹을 것을 논하는 데는 주저함이 없습니다. 여말선초 대표적인 유학자이며 정치가인 정몽주와 정도전의 스승은 목은 이색입니다. <목은시고>라는 책에는 증류식 소주, 차, 두부, 팥죽, 밤, 홍시, 수박 등의 음식으로 지은 100여편의 시가 실려 있습니다. 책에 요즘과 어울리는 시가 있어 소개합니다. 서쪽의 과일이라는 뜻을 가진 서과는 수박을 뜻합니다.

‘6월이라 여름이 이제 끝나가려 하니, 어느새 서과를 맛볼 수 있겠네. 아들이 근교를 유람하고, 늙은 아비는 집에 있었더니, (아들이 얻어 왔네) 하얀 속살은 얼음처럼 시원하고, 푸른 껍질은 빛나는 옥 같구려, 달고 시원한 물이 폐에 스며드니, 신세가 절로 맑고도 서늘하구나.’ - 이색, <목은시고> 중에서

이렇게 음식으로 100여 편의 시를 짓다니요. 요즘 같으면 목은 이색은 수요미식회 고정 출연자로 손색이 없을 것 같습니다. 황교익 맛 칼럼리스트 자리 정도 되지 않을까요?

식신 정준하를 대체할 인물도 있습니다. 홍길동전을 지은 허균입니다. 저자 주영하는 허균을 이렇게 부릅니다. “어릴 적부터 입맛이 남달랐던 허균은 막상 유배지에 와서 보니 “쌀겨조차 부족했고 밥상 위의 반찬이라곤 썩어 문드러진 뱀장어나 비린 생선에 쇠비름과 미나리뿐이었다. 그나마 하루에 간신히 두 끼를 먹다 보니 종일 배가 고팠다.” 결국 허균은 “여러 음식을 종류대로 나열해 기록하고 때때로 보면서 고기 한 점을 눈앞에 둔 셈” 치기 위해 글을 썼다. 그리고 글의 제목을 ‘푸줏간 앞에서 크게 입맛을 다시다’라는 뜻으로 ‘도문대작(屠門大嚼)’이라고 붙였다. …… 하지만 <도문대작>에서 허균은 선비의 자세를 잃지 않습니다. “세상의 현달한 자들이 음식 사치를 끝없이 벌이며 절제하지 못하고 있지만 부귀영화라는 것이 영원할 수 없다는 점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자”라는 저자의 의도를 분명히 합니다. 그래도 맛있는 것은 맛있는 것이겠지요. 그것을 못 참는 왕도 있었습니다.

조선임금 중 가장 오래 살았다는 영조는 고추장 덕후였습니다. “《승정원일기》에서 고추장과 관련된 이 단어들을 검색하면 영조 대에서만 22건이 검색된다. 이로 미루어 보아 영조야말로 조선 국왕들 중에서 가장 고추장을 즐겨 먹은 왕이 아니었을까 싶다.” 왕이 신하와 고추장 이야기를 하고 식탁에서 고추장 이야기를 얼마나 많이 했으면 22번이나 비서실 일지에 쓰여 있었을까요?

먹방은 탐식이 아니라 즐거움입니다. 지역과 시대를 뛰어넘는 인간의 천성이기도 합니다. 덤으로 이 책은 종가집 며느리로만 내려오는 요리비법에서 외국과의 교류 때문에 들어온 각종 음식 이야기와 조선 시대의 생활상도 볼 수 있습니다. 고려시대에 요거트와 치즈를 먹었다고 합니다. 궁금하신가요? 미식가가 되는 길은 쉽지 않습니다. 주영하의 책, <조선의 미식가들>에서 확인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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