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희 서울시립대 도시행정학과 교수

우리는 불도저로 파헤치는 개발 방식에 익숙해져서 소중한 자연을 함부로 망가뜨린다. 환경에 문제가 있어도 웬만한 개발은 거의 다 진행된다.

필자가 재직 중인 대학캠퍼스에는 아름다운 녹지 경관이 조성돼 인근 주민들에게 공원 역할을 한다. 이 캠퍼스 뒤편의 야트막한 산에는 멸종 위기종인 맹꽁이를 비롯해 딱따구리, 소쩍새, 꾀꼬리, 꿩 등이 살았다. 최근에 기숙사, 음악관 등이 들어서면서 산이 크게 훼손됐다. 이 산속에는 산책용 긴 나무데크가 설치돼 야생동식물의 서식지인 숲이 크게 망가졌다. 그래서인지 꿩과 다람쥐가 안 보이고, 정겨운 소쩍새 소리도 안 들린다.

하지만, 여름마다 맹꽁이 울음소리를 듣는 사치를 아직은 누리고 있다. 몇 년 전 산자락 맹꽁이 서식지에 건물이 들어선다는 소식에 많은 교수들이 반대했다. 다행히 비오톱(Biotop)조사에서 1등급(보전이 우선돼야 하는 생물 서식 토지)을 받아 개발이 취소되나 했는데 웬걸, 번듯한 건물이 들어섰다. 어이없게도 재조사를 해 낮은 비오톱 등급을 받아 개발이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그나마 반대 때문인지(?) 다행스럽게 건물 옆에 맹꽁이 서식용 작은 웅덩이를 만들었다. 여름에 근처를 산책하다 보면 맹꽁이 합창소리가 들린다. 지금 이 웅덩이는 캠퍼스를 방문하는 유치원생들에게 신기한 생태탐사 대상이 됐다.

양평에는 남‧북한강과 깊은 산이 많아 진귀한 동식물이 다수 서식한다. 특히 산 깊은 용문산 자락에는 수많은 보물들이 숨어있다고 확신한다. 이들이 훼손되기 전에 정밀한 실태조사와 보호조치가 시급하다. 용문산과 연결된 흑천에도 쉬리, 참게, 기름종개, 꺽지, 쏘가리 등 정겨운 이름의 물고기가 다수 산다. 아쉽게도 1974년 팔당댐이 들어서며 양평의 수생 생태계가 크게 변했음을 목격해왔다.

필자가 팔당댐이 건설된 직후 서울에서 버스로 양평을 오는데, 창밖의 팔당댐이 이상했다. 콘크리트 댐의 색깔이 시꺼멓게 보였다. 서해 바다에서 한강 상류로 회귀하던 참게들이 팔당댐을 넘어가려 콘크리트 벽에 어마어마하게 달라붙어 있었던 것이다. 수만 년 동안 유전자에 기록된 대로 한강 상류로 회귀하려는 게들에게 갑자기 나타난 이 거대한 인공시설은 그야말로 ‘넘사벽’이었다. 그렇게 그들은 양평과 한강에서 사라졌다. 은어는 물론, 동네 빨래터 작은 도랑까지 올라왔던 민물장어도 자취를 감췄다. 자연에 대한 인간의 간섭이 무서운 결과를 초래한 셈이다. 이미 200년 전 영국 계관시인 워즈워드가 설파했던 “자연은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을 결코 배반하는 일이 없다”는 격언이 무색한 자연파괴였던 셈이다.

어린 시절 여름철 용문 삼성리 흑천은 필자가 친구들과 물놀이하던 놀이터였다. 물속 바위 밑에는 참게가 많이 살았고, 운이 좋으면 밤낚시에서 뱀장어도 잡혔다. 가난한 어부였던 친구 아버지는 여름마다 얕은 여울에 브이(V)자 형태의 긴 돌담을 쌓고 강 한가운데 위치한 돌담 끝자락에 작은 그물망을 설치했다. 그 옆에 호롱불을 켜놓고 밤새 물살에 떠내려 오는 참게를 잡아 시장에 내다팔아 생계에 보탰다. 댐건설로 자연산 참게나 장어와 같이 귀한 식량자원과 관련된 내수면 어업이 양평에서 성장할 기회를 잃었다.

이미 많은 선진국들은 자연회복을 위해 강에 있는 댐을 없애고 있다. 미국만 해도 2018년에만 무려 99개의 댐을 헐어 없앴다. 우리야 형편상 팔당댐을 없애기는 어렵겠으나, 팔당댐과 지천 보(洑)에 제대로 된 어도(魚道)라도 설치해 생태계를 일부라도 회복시켜야 한다.

최근 양평군이 한강에 쏘가리 치어를 방류했다는 뉴스가 너무나 반갑다. 정말 잘한 일이다. 이런 귀한 어족자원 보호육성 관련 정부의 지원은 크게 확대돼야 한다. 한강뿐만 아니라, 흑천과 다른 한강 지천에서도 많은 어종의 치어 방류사업이 확대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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