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특성화고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입니다. 취업을 위해 학생들을 현장 실습에 내보낼 때 마다 마음이 아프네요. 아이들에게 해줘야 할 이야기에 대해서도 고민이 많습니다. 좋은 책 있을까요?

 

A. 오늘 소개할 책은 특성화고 학생들이 실습장에서 겪는 일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작가는 <글쓰기의 최전선>과 <쓰기의 말들>을 쓴 ‘은유’입니다. 우리에게 글쓰기 선생님으로 알려져 있지만 글쓰기 선생님 이전에 르포 작가입니다. 지금도 『한겨레』와 『시사인』에 소외받고 무관심의 영역에서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은유 작가의 신작인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도 르포라고 볼 수 있습니다. 선생님이 걱정한 부분을 은유는 실제 사건을 취재해 문제점을 기록해갑니다.

책에 나오는 슬프지만 불편한 이야기는 실화입니다. 장시간 노동과 사내 폭력으로 현장실습생 김동준 군은 스스로 목숨을 끊습니다. 작가는 김동준 학생의 영혼에 빙의된 듯 그의 마음을 따라 사연을 적어나갑니다.

“드디어 저는 고3이 되었고, 그해 가을에 CJ그룹 입사가 결정됐습니다. 프로게이머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잘 맞는 기업이라서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CJ 진천공장에서 보낸 겨울. 차라리 죽었으면 편했을 걸, 나는 왜 시발, 살아 있어서 술을 억지로 마셔야 하죠?… 내가 뭘 잘못해서 엎드려뻗치고, 신발로 머리 밟히고 까이고 당해야 하나요.”

꿈을 이루기 위해 들어간 직장 생활은 김 군에게는 지옥과도 같습니다. “진짜 나약한 소리지만 회사 다니기가 이렇게 싫어질 줄 몰랐어요.” 김 군의 마음은 작가 은유의 마음으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김 군이 보낸 문자, “선생님…, 저 무서워요…”

‘1월 20일 0시 9분, 동준 군은 담임교사에게 문자를 보냈다. 같은 날 9시 13분, 담임교사는 “걱정하지 마. 네 뒤에 샘이 있잖아”라고 답장을 보냈지만 7시 47분경 투신한 동준 군은 문자를 확인하지 못했다.’

르포 작가 은유는 고통을 기록하는 것을 멈추지 않습니다. 아이의 어머니 강석정씨를 만납니다. 그녀는 믿을 수도 없고 믿기지도 않는 사건이 자신의 아들에게만 일어난 일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구의역 김 군 사건도 있고, CJ조연출 이한빛 씨도, 전주 콜센터 학생도 스스로 목숨을 끊었어. 이제 막 사회생활 시작한 열아홉, 스무 살 그 어린 아이들을 회사에서 어떻게 이렇게 취급을 하냐 이거예요. 다 아이들 부모도 삼촌이고 형뻘인 어른들인데. 구의역 현장에 갔다 오기도 했어요. 내 자식은 아니지만 남의 자식이라도 아픈 게 똑같아요.”

제가 이 책을 읽으며 가장 참기 힘들었던 부분입니다. 그것은 어머니의 담담한 말에 섞인 울음이었습니다. 2016년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은 1만3092명이었습니다. 하루 평균 36명, 40분마다 1명이 자살을 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마음이 허약해서 혹은 바보 같아서 라고 손가락질 합니다. 남은 가족 생각을 못하는 무책임한 사람들이라고 합니다. 정말 그래서일까요? 김 군은 마음이 약해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까요? 심리상담만으로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는 사람들을 살려낼 수 있을까요?

책의 2부는 김동준처럼 첫 노동을 하러 나간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한 명의 김동준인 이민호 군. 그는 제주의 한 생수 제조업체에서 현장실습을 하다가 압착기기에 눌리는 사고를 당해 목숨을 잃습니다.

개인의 마음은 환경과 인간관계 그리고 그가 하는 일과 노동조건에 영향을 받습니다. 억지로 권하는 술과 담배, 발로 짓밟는 폭력… 이런 곳에서 마음을 굳건히 가져야 한다는 말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문제는 이런 문화도 폭력도 없애야 하는 것 아닐까요?

현장실습을 가는 아이들에게 이 책을 읽으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괜한 두려움만 키우는 일이라고 누군가는 반대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여러모로 김동준군 과 그의 친구들 그리고 부모님과 선생님의 말은 아이들에게 더 많은 메시지를 던집니다.

김동준 군의 죽음으로 얼마 전 법이 만들어졌습니다. <직장인 괴롭힘 금지법>. 이 법에 의하면 김동준 군이 받은 차별과 학대는 모두 불법행위가 됩니다. 김동준 군의 죽음은 헛되지 않았고 우리의 공감대는 아이들이 회사를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 법을 만드는 기초가 됐습니다. 비록 6년이라는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책이 부담스럽다면 아이들에게 <직장인 괴롭힘 금지법>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회사에서 왕따를 하거나 때리거나 술을 억지로 먹이고 담배를 강요하면 불법행위라는 것을… 그리고 그렇게 하는 사람과 회사는 처벌의 대상이 된다는 것을… 오늘 소개하는 책은 2019년 버전 <전태일 평전>, 르포 작가 은유가 쓴,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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