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시민’이란 어떤 사람을 말하는 것일까? 한마디로 단정하기 참 어려운 말이다. 거칠게 정리하면 소규모의 자영업자나 상인, 평범한 봉급생활자나 자유직에 종사하는 중산층을 의미한다. 사실 이 말은 유럽의 쁘띠 부르주아의 개념과 거의 같다. 쁘띠 부르주아는 부르주아(자본가 계급)와 프롤레타리아(노동자 계급)의 중간에 위치하는 사람들을 부르는 말이다.

프랑스 말인 쁘띠(petit)는 작은, 낮은, 시시한, 가벼운 등의 의미로, 돈 많은 자본가라 하기에는 빈약한 자본가인 셈이다. 시민의 개념의 만들어지던 근대 유럽에서 소시민은 자본가와 노동자의 중간 위치를 나타내는 단어로 의미가 있었는지 모르지만 지금은 적절하지 않다. 오늘날은 부자이건 가난뱅이건 고위층이건 간에 모든 국민이 공적 시민이기 때문이다.

시민은 사회의 주인으로 당당하게 공공의 일에 참여하고 결정하고 실천하는 사람을 뜻한다. 그게 평범한 시민의 삶이다. 이런 면에서 소시민은 오해의 소지를 갖고 있다. ‘소시민적 삶’이란 말처럼 소시민은 공적 참여보다는 평범하게 자신의 가정을 보살피며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의 삶을 말하는 것 같다. 문제는 이런 소시민의 삶이 시민의 소소한 행복과 연결되는 순간 공적 시민으로서의 권리와 참여, 공적 책임은 약화될 수 있다.

공동체에서 시민으로 산다는 사실은 나만의 삶이 아니라 함께 공적가치를 추구하는 삶이 전제돼야 한다. 그래서 소시민이 칭찬받고 마치 아름다운 삶의 모습인 것처럼 묘사하는 현실이 매우 부담스럽다. 평범한 시민의 삶이면 될 것을 자칫 소시민이라는 용어 때문에 시민의 권리와 의무가 훼손되지 않을까 두려운 마음이다. 어찌 시민을 작은 시민, 큰 시민으로 구분할 수 있겠는가.

-최형규 서종중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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