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자사고 재지정을 놓고 논란이 많다. 자사고는 평준화 교육을 보완하고 고등학교의 다양성과 수월성을 높인다는 취지로 이명박 대통령 때 확대됐다. 자사고 논쟁에는 고교서열화와 하향평준화란 두 가지 주장이 극명하게 대립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주장을 펼치기 위해 유리한 단어를 선택하기 마련이다. 서열화나 하향평준화 역시 그렇다. 오늘은 하향평준화에 대해 생각해보자.

평준화정책은 학교 간 서열과 과도한 입시경쟁을 막기 위한 교육정책의 하나다. 1969년 서울시부터 시행돼 1971년에는 전국적으로 중학교 입시가 폐지됐고, 고등학교 평준화는 1974년부터 일부 지역에서 실시되기 시작했다. 입학시험 대신 추점이나 근거리 배정 방식으로 전환됐고, 이를 평준화라 부른다.

평준화(平準化)는 ‘수준이나 능력이 서로 차이 나지 않게 함’을 의미한다. 아마 서열화 된 학교 간 차이를 줄인다는 의미로 사용한 것 같다. 그러나 평준화는 선발의 과정보다는 결과의 용어이며, 학교를 평균화하고 획일화한다는 뜻으로 왜곡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다 보니 평준화와 하향평준화를 묶어서 말하는 사례가 자주 목격된다. 하향평준화란 ‘학교의 수준이나 질이 서로 차이나지 않게 저하됨’을 말한다.

하향평준화는 정체가 모호한 말이다. 우선 무엇이 하향인지 명확하지 않다. 혹시 학교의 수준이나 질을 성적이나 입시결과로만 판단한다면 억울한 일이다. 막연하게 입시(시험)가 없으면 공부를 게을리 할 것이고, 역량이 떨어질 거라는 편견을 버려야 한다.

중학교 평준화가 시행된 지 오래다. 하향평준화의 논리라면 우리나라 모든 중학교는 질적으로 떨어진 교육을 하고 있는 셈이다. 중‧고등학교 교육에 담긴 의무교육의 가치나 미래 역량을 키우는 공교육의 책무를 위해서도 오로지 성적만으로 학교를 판단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최형규 서종중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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