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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하는 뇌

Q. 오늘도 제 지갑은 냉장고에, 차 열쇠는 화장실에 있네요. 예전에는 걱정도 됐는데 요즘에는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나니 웃음 밖에 안 나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지, 질문드려 봅니다. 사실 막막합니다.

 

A. (무섭겠지만) 우선 병원은 꼭 다녀오세요. 그리고 검사 결과 이상이 없다면 이 책을 읽어보시면 어떨까요? 대니얼 J. 레비틴이 쓴 <정리하는 뇌>입니다. 부제는 ‘디지털 시대, 정보와 선택 과부하로 뒤엉킨 머릿속과 일상을 정리하는 기술’입니다. 부제가 꽤 길죠? 하나씩 잘라 보겠습니다.

 

우선 ‘디지털 시대’입니다. 우리는 정보의 바다에 빠져서 허우적대고 있습니다. 2011년의 미국인은 1981년의 미국인보다 약 5배의 많은 양의 정보량을 하루 동안 처리한다고 합니다. 신문 175부를 하루 만에 읽는 것과 같은 양입니다. 우리도 매일 스마트폰을 통해 수백에서 수천 개의 정보를 보고 있습니다.

이것 뿐인가요. 쇼핑도 더 어려워졌습니다. 대형 마트에서 우리가 보는 제품이라고는 한 시간에 40~50개 정도입니다. 인터넷 쇼핑몰에 들어가면 어떨까요? 한 시간 동안 검색을 통해 우리가 찾아낸 상품은 200~300개를 더 보게 됩니다. 찾기엔 편리한 것처럼 보이는 검색 기능이 너무 많은 정보를 불러냅니다. 생수 한 통을 사려고 인터넷을 뒤져보면 가끔 뭐하는 짓인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이 상황을 가장 어려워하는 것은 우리의 뇌입니다. 정보를 담는 저장 공간이 충분해도 결정하는 뇌는 과부하 중입니다. 부제의 두 번째 부분인 ‘정보와 선택의 과부하’는 뇌에서 일어납니다. 그리고 이 결과로 우리의 뇌는 오류를 일으킵니다. 사양이 낮은 컴퓨터가 느려지거나 다운이 되듯 우리도 머리 속에 에러가 생깁니다. 신경과학자이며 인지심리학자인 대니얼 레비틴은 이 에러의 원인을 찾아갑니다.

“최근 연구에서 사람들에게 볼펜과 펠트펜 중 어느 것으로 쓸 것인가 같은 별다른 의미가 없는 결정들을 연이어 내리게 했더니, 그 이후의 결정에서는 충동조절능력이 떨어지고, 판단력도 저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의 뇌는 하루에 특정 개수만큼의 판단만 내릴 수 있게 구성되어 있어서 그 한계에 도달하면 중요도에 상관없이 더 이상 판단을 내릴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 신경과학의 최근 발견 가운데 가장 유용한 것 중 하나는 다음과 같다. “우리 뇌에서 판단을 담당하는 신경 네트워크는 어느 판단이 더 우선적인지 따지지 않는다.”

매일 우리가 포털 메인 화면을 보고 뭘 볼 것인지 결정하다가 정작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할 부분에 뇌를 쓸 수 없게 된다는 뜻입니다.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하는데 머리 속이 멍해질 때가 있습니다. 이 경우 우리의 뇌는 오전에 무슨 뉴스를 클릭할까하는 결정에 능력을 다 써버렸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기억도 비슷합니다.

뇌에 주어지는 각종 디지털 정보는 그렇지 않아도 불완전하고 왜곡이 많은 기억력에 더 많은 혼란을 가져옵니다. 쓸모없는 신호를 뇌 속 뉴런에 담아두다가 정작 기억해야 할 것은 기억하지 못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질문하신 분의 문제는 뇌의 기억력이나 혹은 노화가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너무 많은 정보를 접하고 있는 지금의 상황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저자 대니얼은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세 번째로 방법을 일러줍니다. ‘머릿속과 일상을 정리하는 기술’입니다. 방법을 말하기 전에 우선 알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인터넷은 자기 몸을 자기가 스스로 챙겨야 했던 무법천지의 서부시대와 비슷하다. 디지털 시대의 사기꾼, 거짓말쟁이, 엉터리 물건 판매원들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일은 인터넷 사용자 각자의 몫이다.” 즉 이 모든 문제의 해결은 결국 우리 스스로 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책임의식을 가지고 이제 뇌와 일상을 정리해서 지갑과 차 열쇠를 엉뚱하게 두지 않는 방법을 알아야 합니다. 바로 ‘정리’입니다. 뇌는 불완전하고 혼란스럽지만 우리의 행동은 정해져 있습니다. 행동 패턴을 조정해서 기억력의 부족한 부분을 메우는 것이 바로 정리입니다.

일단 작은 보관함 여러 개를 사보는 것은 어떨까요? 큰 부담이 아니라면 책에서 소개한 방법을 써보세요. 정리할 것은 차 열쇠와 지갑만이 아닙니다. 인간관계, 계획표, 아이들의 공부 방법까지. 일상에서 겪는 건망증과 결정 장애의 문제를 ‘정리’의 힘을 통해 해결해나갑니다. 정리 능력을 키워보세요. 사람은 타인에게 속을 때 가장 억울해 합니다. 하지만 우리 뇌가 우리를 속이고 있다는 것은 인정하지 못합니다. 이 분명한 사실을 인정할 때, 물건을 잃어버리지도 않고 심지어 공부도 잘하게 됩니다. 덤으로 돈도 따라온다고 하니. 이제 시간만 내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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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시민의소리  webmaster@ypsor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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