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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심한 환경보호가 요구된다
최근희 서울시립대 도시행정학과 교수

최근에 제주도 서귀포시 인근에 제2제주공항을 건설하는 문제로 찬반논란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제주시의 현 공항이 포화상태라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신공항을 건설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 하지만, 이 신공항 예정지에 제주에만 서식하는 비바리뱀 등 멸종위기 희귀 동식물이 다수 서식해 일부 시민들의 반대의 목소리가 높다. 제주의 보물인 오름 중의 하나인 대수산봉 등 10개의 오름도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다. 이미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수산굴조차 신공항 건설로 위험하다. 기존 제주공항을 확장하거나 제2공항을 건설하는 선택의 기로에 서있는 셈이다.

대부분의 선진국들에서 개발보다는 환경보호가 우선이다. 우리 눈높이에서 보면 맞지 않는 사례도 많다. 독일은 전 국토가 그린벨트이며, 골프장은 농약을 사용하지 못한다. 미국의 워싱턴주와 오레곤주도 도시권 외곽 지역에서는 녹지대 또는 농업만 가능하며, 도시형 개발은 거의 불가능하다. 시민들이 앞장서서 제안을 하고 투표를 통해 도입한 제도인 점이 특이하다.

우리는 환경을 보호하면 경제에 마이너스가 된다고 걱정하지만, 반대로 이들 지역은 경제상황이 훨씬 좋고 부유하다. 친환경산업인 첨단산업이 몰려들기 때문이다. 독일은 자타가 공인하는 유럽 최고 경제대국이며, 워싱턴주의 시애틀과 오레곤주의 포틀랜드시는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통신(ICT)산업 밀집지로 유명하다.

필자는 박사과정 중 수업을 듣는 마지막 학기에 산업 입지이론을 만든 저명한 학자인 로든 윙고(Wingo)라는 노교수님의 수업을 들었다. 그분은 환경 관련 사례에 유달리 관심이 많았다. 어느 날 그 교수님은 LA타임즈 기사의 복사물을 학생들에게 나눠주고 토론을 유도했다. LA국제공항 서쪽에 태평양을 접해있는 약 100m 높이의 작은 동산을 허물고 활주로를 태평양까지 확장하려는 계획에 관한 기사였다. LA국제공항은 지금도 이 언덕 넘어 살짝 내륙에 있어서 출발 비행기는 도심방향으로 이륙해야 하고 착륙 비행기는 그 반대방향으로 착륙해야 하므로 인구밀도가 높은 도심위로 이착륙을 해야 하는 위험한 공항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공항과 태평양 사이에 있는 장애물인 동산을 제거하려는 사업계획을 세웠으나 하필 그 동산에 환경영향평가에서 멸종위기종인 나비가 서식한다는 이유로 취소됐다는 기사였다. ‘아니, 그깟 미물인 나비가 무엇이기에 그 중요한 국제공항 확장조차 못하다니…’ 당시 필자는 도저히 이해하기가 어려웠었다.

30년 전 LA국제공항은 상당히 복잡했다. 현재도 공항의 물리적 공간은 변한 것이 거의 없다. 그동안 도시경제가 성장했으니 엄청나게 혼잡한 공항이 됐다. 이곳은 거의 매일 사람과 차량이 뒤엉켜서 공항 진출입에만 최소 30분 이상 걸리는 등, 얼핏 보면 거의 난장판같이 보일 정도다. 우리나라라면 공항확장 민원이 빗발쳤을 것이다.

캘리포니아에서 일정 규모 이상의 개발 사업은 엄격한 환경영향평가를 받는다. 개발 대상지에 보호종 동식물 서식이 발견되면, 이들을 대체 서식지로 이전할 수 있어야만 허가가 난다. 단, 서식지 이전 관련 모든 비용을 개발주체가 부담한다. 이전 조치가 불가능하다는 판정이 나면 이 사업은 중단해야 한다. 제주 신공항 개발 문제도 참고할 만한 사례이다.

양평에도 깊고 높은 용문산을 중심으로 산이 깊고 물이 많아 다양하고 진귀한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다. 양평에게는 소중한 보물이고 축복이다. 그러나 활용도 조사도, 보호도 미흡하다. 눈앞의 이익과 개발에 익숙하다보니 소중한 자연자원을 너무 함부로 다룬다. 이는 우리 후손들에게 죄를 짓는 일인지도 모른다.

양평군의 발전 모델은 엄격한 환경보전과 첨단기업 유치로 도시경쟁력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올라선 미국 시애틀시(마이크로소프트사 유치)와 포틀랜드시(인텔사 유치), 프랑스의 소피아 앙티폴리스 등이 될 수 있다. 네이버사의 데이터센터 유치 효과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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