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텔레비전을 보다 보면 유니세프나 유엔난민기구에서 하는 광고를 보게 됩니다. 아픈 아이들과 병든 엄마를 볼 때 마다 바로 돌립니다. 왜 그런 광고를 하 지 모르겠어요. 볼 때 마다 불편합니다. 아무리 좋은 일을 한다고 해도 모금을 위해서 아픈 아이들을 이용하는 건 아닌지 불쾌하기까지 합니다. 제가 문제일까요?

 

A. 저도 불편합니다. 아이들 팔에 꽂힌 주사 바늘만 봐도 가슴이 너무 아픕니다. 광고를 안했으면 합니다. 하지만 누군가 그들의 아픔을 보여주지 않으면 우리들은 아무 일 없는 듯 살게 됩니다. 먹는 것도 씻는 것도 자는 것도 쉽지 않은 사람들을 찍은 광고나 방송은 연민보다 불편함을 만듭니다. 이 불편함은 혐오를 일으키는 감정의 원인이 됩니다. 그래서 혐오의 대상이 된 난민들. 이 중 한 명의 소녀를 만나보겠습니다.

“카트만두에서 만난 소말리아에서 왔다는 한 소녀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소녀는 내전으로 엉망이 되어 버린 소말리아를 떠나기로 마음먹었다. 아버지가 어렵게 출국을 도와줄 사람을 알아봐 주었지만, 알고 보니 그는 난민의 열악한 상황을 이용해 자기 잇속을 챙기는 브로커였다. 두 자매를 인도로 보내 준다고 해서 그렇게 믿고 따랐는데, 정작 그들이 도착한 곳은 인도의 성매매촌이었다. 인신매매였다. 지옥 같던 성매매촌을 탈출해 네팔까지 올 수 있었던 이는 동생뿐. 언니는 탈출하다 붙잡혔는지 아니면 다른 곳으로 도망갔는지 알 길이 없다. 그 소녀는 천신만고 끝에 카트만두까지 왔지만, 삶 자체가 크게 나아진 건 없다고 했다.” - <내가 본 것을 당신도 보았더라면> 중에서

이 책의 저자는 한국 배우 ‘정우성’입니다. 그의 다른 직업은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입니다. 그의 선배는 헐리우드 배우 안젤리나 졸리입니다. 2014년부터 네팔, 남수단, 레바논, 이라크, 방글라데시, 지부티와 말레이시아까지 그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습니다. 그가 카트만두에서 만난 소말리아 소녀는 한국에 돌아와서도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는 기억으로 남았습니다. 그 기억들을 모아 이번에 나온 책이 있습니다. 오늘 추천하는 책은 정우성이 쓴 책, <내가 본 것을 당신도 보았더라면>입니다. 부제는 ‘정우성이 만난 난민 이야기’입니다.

제가 이 책을 읽으며 궁금했던 것은 정우성은 이들을 만날 때 불편하지 않았을까하는 점입니다. 정우성은 뭐가 다르기에 저런 일을 할 수 있을까? 그 답을 풀기위한 힌트를 얼마 전에 정우성이 출연한 방송에서 얻게 되었습니다. 난민 문제 해결을 위한 활동을 하며 적극적인 주장을 하는 정우성의 뉴스에는 많은 악플이 붙습니다. 그 악플을 보고 있냐는 질문에 그는 하나도 빼놓지 않고 보고 있다고 말합니다. 아마 세상에서 가장 불편한 것은 자신에 대한 비난을 읽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자신에 대한 비난을 피하지 않고 응시하는 정우성은 난민을 정면으로 바라볼 것 같습니다.

불편함이 없으면 혐오 감정이 생기지도 않습니다. 불편함에서 시작된 혐오와 냉소와 무관심 그리고 분노. 이런 감정들은 좋은 쪽에 속하지는 않습니다. 혼자 살 수 없는 인간에게 타인을 배제하고 공격하는 주요 원동력을 제공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난민에게 관심을 갖는 것이다. 난민 문제를 남의 나라 문제라고 생각하고 외면하지 않는 것, 내가 사는 곳의 이웃과 사회에 대한 관심을 국제 사회에까지 넓히는 것이야말로 내가 가장 강조하고 싶은 것이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살아가는 데 서로가 얼마나 강하게 연결이 되어 있는지, 또 연대와 이해가 얼마나 중요한지 자각하게 될 것이다.”

정우성의 자각은 나와 다른 사람들을 보면서 불편함을 느끼는 저에게 생각 거리를 하나 던져주었습니다. “나는 혼자 살 수 있는가?” “나는 혼자 살아 왔는가?” 우리가 불편함을 느낄수록 사람들은 주변에서 떠나가고 저는 결국 혼자 남아서 가장 불행한 사람이 됩니다. 시간이 된다면 정우성의 책을 읽어보세요. 자신도 모르게 사람들을 보며 느끼는 불편함을 정면으로 바라보지 않으면 결국 혼자 남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난민 문제 해결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가 난민을 보고 어떤 감정을 갖느냐하는 것입니다.

먹지도 못하고 씻지도 못하는 난민 수용소의 아이들을 볼 때 불쌍하다는 생각도 있지만 피하고 싶다는 마음도 생깁니다. 이런 불편한 감정들을 이용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정치인들은 난민 문제를 거론하며 국가의 위기를 말하면서 보수 색깔이 강한 정당을 키워내기도 했습니다. 유럽이나 미국에서 반난민 정서를 활용해서 극우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이 당선됩니다.

설마하시겠지만 우리는 얼마 전에 일본의 일방적인 대한국 수출규제 소식을 들었습니다. 일본 정부는 일제의 강제 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으로 한국의 반도체 산업에 타격을 주기 위해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일본 국민 중에 많은 사람들이 현재 반한 정서, 혐한 감정을 갖고 있습니다. 이런 불편한 감정을 강화시키고 자신의 표로 만들기 위해 아베 총리를 한국에 공식적인 무역 보복을 시작했습니다. 왜냐하면 올해 7월에 일본의 참의원 선거가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난민은 아니더라도 일본인들 중 일부의 혐오 대상이 되었습니다. 아무런 죄도 짓지 않고 심지어 일본군 성노예, 강제징용 등 역사적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아직 생존해 있는 이 땅에서... 책에서는 말합니다.

“난민을 만나며 한 가지 확인한 게 있다면, 그들 누구도 스스로 난민의 길을 선택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들은 어느 날 갑자기 스스로 원하지도 않았던 난민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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