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희 서울시립대 도시행정학과 교수

최근 언론에 종종 등장하는 말이 ‘일자리 창출(Job Creation)’이다. 우리나라 경제가 어려운 상황이다 보니 정부의 핵심과제가 일자리가 된 셈이다.

필자의 유학시절인 1980년대 후반, 제일 낯설었던 것이 미국의 선거문화였다. 당시 우리나라 선거에서는 대규모 청중동원 유세로 후보자들의 세과시가 흔했고, 각종 물리적 개발약속이 일반적 선거공약이었다. 미국 선거는 우리보다 훨씬 조용했다. 길거리에서 하는 피케팅과 후보자의 공중파 방송출연이 고작이었다. 놀랐던 것은 거의 모든 후보의 최우선 공약이 일자리 창출이었다는 점이었다.

후보자들은 “제가 시장(의원)이 되면 4년 임기 동안 몇 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방법까지 약속했다. 그 이유는 당시 미국의 경제상황이 심각한 불경기였기 때문이다. 실질금리는 마이너스였고, 평균실업률이 10∼12%나 됐다. 이렇다 보니 ‘먹고 살만한 일자리가 없다’라거나 ‘요새 이민 오는 사람들은 뭐해서 먹고사나?’ 등의 탄식이 자주 들렸다.

얼마 전 양평군청의 한 간부에게 들은 이야기다. 국내 최고의 자동차 회사인 H사가 하늘을 나는 자동차 연구소를 양평에 설립하려다가 아쉽게도 충청남도로 가버렸다 한다. ‘군청이 무슨 역할을 할 수 있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양평군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기회를 붙잡았어야 했다. 이 참에 군민 모두의 고정관념이 바뀌었으면 한다. ‘양평군에서 기업유치는 규제 때문에 어렵다, 안 된다’라고 쉽게 포기하기보다는 끊임없이 여론전을 포함한 모든 방법을 시도해야 한다.

최근에 각종 기업의 투자로 경제가 크게 발전하는 용인시에서 일어난 사건이 화제가 됐다. 네이버사가 5400억 원을 투입하여 용인시 기흥구에 설립 예정 중인 데이터센터를 취소했다. 이 센터에서 전자파가 발생해 주민 건강에 해롭다는 괴담을 믿는 일부 주민들의 강경한 반대에 막혀 사업을 포기한 것이다. 이에 여러 지방자치단체가 유치전에 나섰다 한다. 네이버사는 금년 말까지 새로 입지할 도시를 선정하기로 했다는데, 양평군도 이 대열에 동참하고 있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얼마 전에 필자는 서울의 한 위성도시에서 발주한 지역개발 연구용역을 수행했다. 이 도시 외곽에는 수십 만 평 규모의 레미콘 공장이 있었다. 민원이 많은 혐오시설이었으나 이 공장 바로 옆에 외곽순환도로가 지나가는 좋은 입지에 위치하고 있었다. 그래서 필자는 이 레미콘 공장 부지에 미국의 각종 인기영화 촬영 세트를 모아 관람객들이 직접 체험하는 유명 여가 시설인 미국 LA의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유치할 것을 중간보고에서 제안했다. 그 자리에 참석했던 시청의 고위간부가 이천시에서 무산된 레고랜드를 예로 들면서 수도권에서 불가능하다고 거절했다. 이 도시는 국제영화제를 개최하는 도시였기에 매우 아쉬웠다.

얼마 뒤, 미국을 방문한 경기도지사가 기자회견을 통해 유니버설 스튜디오사와 MOU를 맺고 경기도에 유니버설스튜디오를 건설한다는 발표를 했다. 지사가 귀국한 후 경기도는 7곳의 후보지를 발표했는데, 이 도시는 없었다. 이 사업은 2011년 경기도 화성시 남양읍 송산그린시티에 435만㎡ 규모로 아시아 최대 규모의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조성하는 사업으로 일본의 7배 규모였다. 토지사용에 문제가 생겨 사업이 취소됐고, 중국 베이징시로 가버렸다. 약 5억달러의 투자, 2만개의 일자리 창출과 1500만명의 방문객 유치 기회가 사라진 셈이다.

앞으로 네이버 데이터센터가 건립될 지역은 그 상징성은 물론 경제적 파급효과가 엄청날 것으로 기대된다. 데이터 센터는 환경오염 걱정이 없는 첨단정보통신 시설이니 자연보전권역지정의 이유인 환경오염문제는 우려할 필요가 없다. 수도권에서 제일 좋은 환경과 입지여건을 보유한 양평군도 이 센터 유치전에 꼭 참여해 성공하기를 고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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