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호에 이어서>

이번 호에서는 <대변동: 위기, 선택, 변화>에서 소개하는 일곱 개 국가의 위기 극복 사례 중 핀란드의 현대사를 통해 한국의 현재 문제를 들여다보겠습니다.

이 책에 소개된 핀란드의 역사 또한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좌우 진영 간의 대립으로 인한 내전은 1918년에 벌어집니다. 독일에서 훈련 받은 백군과 공산주의 깃발을 든 적군의 대립은 러시아 혁명 이후 내전과 비슷합니다.

자본주의 쪽에 영향을 받은 국민과 소련의 공산주의 쪽에 영향을 받은 국민은 서로 간의 전쟁으로 수 만명을 죽입니다. 적군 8000명이 백군에게 사살되고, 적군수용소에 갇힌 백군 2만명은 기아와 질병으로 죽어갑니다. 이 내전은 1994년 르완다 대학살 이전까지 20세기 가장 피로 얼룩진 내전 중에 하나입니다. 결국 백군이 승리했습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남한이 북한을 이긴 결과입니다.

그런데 핀란드는 한국과 달랐습니다. 서로의 가족을 죽인 좌우파의 대립은 한국에서는 절대 잊히지 않는 상처를 남겼습니다. 그런데 핀란드는 좌우 내전이 끝난 지 10년도 지나지 않은 1928년에 좌파 총리를 선거로 뽑습니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내전이 끝나면 군부가 정권을 잡습니다. 그리고 군부독재가 20~30년씩 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핀란드는 내전 이후 군부를 정치에서 배제했습니다. 그리고 내전의 승자와 패자가 대우가 똑같아야 한다는 ‘평등주의 원칙’을 공유합니다.

그런데 우리 국민들은 한국전쟁 이후 좌우파를 서로 용서하고 통합하는 것까지는 불가능했습니다. 누구는 한국의 이런 상황을 한반도의 주변 정세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자본주의 진영의 미국과 일본, 사회주의 진영의 소련과 중국은 한반도에게 다른 선택을 하게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핀란드도 외세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약 100년 간 혁명 전 러시아의 속국이었고, 그 전에는 스웨덴의 속국으로 수백 년을 살았습니다.

그리고 1939년 소련은 핀란드를 침공합니다. 1944년까지 2차 세계대전 시기와 겹치며 다른 국가의 지원도 거의 받지 못한 채 소련과 두 차례에 걸쳐 전쟁을 합니다. 탱크와 장갑차를 포함한 소련의 2개 사단이 핀란드에 침공합니다. 목숨을 건 싸움에서 10만명이 넘는 군인과 민간인이 죽은 ‘겨울전쟁’과 ‘계속전쟁’에서 소련의 군인은 50만명이 넘게 목숨을 잃습니다. 스탈린은 핀란드를 완전 정복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톡톡히 깨닫습니다.

그 이후 핀란드는 외줄타기 외교 정책을 통해 즉, 소련의 무한 신뢰를 받으며 동시에 자본주의를 성장시켰습니다. 수많은 서방의 언론은 국가적 자존심도 없이 소련에게 충성을 바치며 서구 유럽과 교역량을 늘려가며, 전 세계 GDP 10위 안에 드는 대국으로 성장시킨 것을 비겁한 전략 ‘핀란드화’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래도 이들은 전쟁 이후에 자주독립국으로서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온갖 ‘비겁한 행동’을 합니다.

핀란드는 국가 위기 극복을 위해 좌우파의 대립을 극복하고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며 실용적으로 평화를 보장받습니다. 약소국의 비애나 민족적 자존감의 과잉도 없습니다. 오직 자주독립국가와 평화 보장을 위해 소련에 비굴한 모습을 보입니다. 그런데 국민들은 정치인들의 비겁한 외교에 무한 신뢰를 보입니다.

남북 대치 위기를 대하는 우리의 모습은 어때야 할까요? 군사적 긴장감을 높이기 위해 훈련을 하거나 미국과 중국의 대립에 갇힌 한반도는 독립적인 군사력을 갖춰야 할까요? 미국과 중국에 눈치를 보며 북한을 달래야 하는 어려운 시기에 우리의 선택은 무엇이어야 할까요?

한국을 비춰보는 새로운 거울, 핀란드의 국가 위기관리 전략을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책, <대변동 : 위기, 선택, 변화>에서 배워보겠습니다. 그리고 일본, 칠레, 인도네시아, 독일, 오스트레일리아, 미국. 나머지 6개국에서도 책을 통해 한국을 위한 힌트를 얻어 보세요. 조금 오래 걸리겠지만… (이 책은 600페이지 분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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