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대 양평군의회의 행정사무감사(이하 행감)가 지난 20일 막을 내렸다.

올해 행감을 지켜본 주민들의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한 주민은 “의원들이 준비를 많이 해 날카로운 질문을 자주 던졌다. 이에 비해 답변하는 공직자들의 태도는 참으로 실망스러웠다”고 말했다.

군청 공무원들도 이번 행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 공직자는 “의원들이 공부를 많이 한 것이 명확히 보였다. 그간 의회가 집행부 견제와 감시라는 역할을 제대로 못했는데, 이번 행감을 보면서 8대 군의회가 그런 역할을 제대로 해 공직사회가 긴장하도록 만들었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7일간 행감을 내내 지켜본 본지의 입장도 다르지 않다. 비록 일부 지적은 명확한 근거를 바탕으로 하지 않은 채 의원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기도 했지만 전대 군의회의 행감과는 사뭇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다음 행감을 더욱 잘 해달라는 취지로 몇 가지 당부를 하고 싶다.

첫째, 자료에 근거한 명확한 지적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집행부도 수긍하고 잘못된 지점에 대한 개선점도 명확히 세울 수 있다.

둘째, 문제 지적 시 반드시 담당자를 호출해 따져야 한다. 예를 들면 예비비 사용의 문제를 지적하면서 해당 업무 담당자에게 당시 정황을 묻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누구의 지시에 의해서, 정확히 어떤 사정으로 일을 그렇게 처리했는지 드러나지 않았다. 이런 한계는 행감 내내 지속됐다.

셋째, 단순 지적을 넘어 끝까지 파고들어야 한다. 그래야만 개선점을 찾아낼 수 있다. 정해진 기간에 한 가지 사안에만 매달릴 수 없다면 내년에는 모든 의원이 모여서 하는 현재의 방식을 벗어나 위원회별로 감사하는 방식도 고려해 봄직하다. 물론 현재 양평군의회는 위원회가 없지만 별도의 분과를 만드는 것은 가능하다.

행감을 마치고 의원들에게 소감을 물었다. 한 의원은 깊은 한숨을 내쉬면서 허무하다고 했다. 왜 그러냐고 했더니 “수많은 지적을 했는데, 과연 집행부가 이를 얼마나 깊이 받아들여 개선해 나갈지 모르겠다. 매년 행감을 하지만 지적에만 그치고 있어 답답하다”고 했다.

이 의원의 걱정과 우려에 깊이 공감한다. 지적이 아무리 옳고 정당해도 집행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무슨 소용인가. 이런 지적을 수용하게 하는 유일한 방법은 양평 시민사회의 몫이 아닐까 싶다. 군민의 군정참여를 보장하는 각종 위원회, 이장협의회, 주민자치위원회 등을 비롯한 각계 시민단체들과 업종별 협의회 등이 잘못된 행정을 명확히 따지고 개선을 요구해야 한다.

더 나아가서 군이 예산낭비를 하거나 불법적인 행위를 할 경우 법의 심판을 받도록 하는 것도 시민단체의 몫이다. 이번 행감에서도 예비비 사용, 기준 없는 언론홍보비 집행, 생태체험관 원상복구 등 법적인 처벌이 가능해 보이는 부분이 많았다.

문제를 지적하는 것만으로는 개선할 수 없다. 물론 고소‧고발 남발은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도 아니요 오히려 갈등을 심화시키는 측면도 있지만 강력한 재발방지책으로의 역할은 가능하다.

본지를 통해 각종 민원성 제보를 하는 주민과 단체들이 있지만 대부분의 주민들은 그냥 참고 넘긴다. 괜히 군청에 밉보여 관계가 틀어지기 싫어서다. 본인들의 생계와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에 용기를 내기가 더욱 힘들다.

군 집행부를 감시하는 주민역량이 더 커져야 한다.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고, 어이없는 행정으로 주민혈세를 낭비하는 사례를 없애야 한다. 집행부가 주민들을 두려워하고, 자신들의 행정집행에 철저를 기하도록 만드는 일, 결국 주민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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