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얼마 전에 백수가 됐습니다. 나라 걱정은 역시 백수(?)의 몫입니다. 저도 신문을 평소보다 열심히 읽고 있습니다. 그런데 큰 문제가 생겼습니다. 너무 다른 기사가 크게 두 종류가 있습니다. 하나는 우리나라가 망한다고 하고 다른 한 종류는 괜찮다고 합니다.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도 합니다. 도대체 어떤 뉴스가 맞을까요?

 

A. 질문이 너무 거대해서 한 회로 답변하기가 어렵습니다. 2회에 걸쳐 연재하는 것에 대해 독자들의 양해 부탁드립니다.

대한민국의 요즘은 어떤가요? 나라에 안부를 물어보기는 처음입니다. 어떤 말이 맞는지 모르지만 확실한 사실은 있습니다. 한 국가 두 국민들이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느라 여념이 없습니다. 서로 뉴스를 보는 채널도 다릅니다. 신문도 정해진 것만 봅니다. 같은 동네에 사는 게 맞나 싶을 정도입니다. 이 둘의 공통점도 있습니다. 나라를 망치는 게 서로의 탓이라고 말합니다. 평행선을 달리는 ‘한 국가 두 국민’들에게 필요한 건 제3의 규칙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오늘은 외국 노학자의 지혜를 빌려보기로 했습니다. 서울대학교 대출 1위 도서 <총, 균, 쇠>를 쓴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새 책, <대변동: 위기, 선택, 변화>입니다. 부제는 ‘무엇을 선택하고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입니다.

<대변동>에 담긴 연구는 문명 간의 비교가 아니라 국가 간의 비교입니다. 핀란드, 일본, 칠레, 인도네시아, 독일, 오스트레일리아, 미국입니다. 7개국의 모든 것을 책 한 권에 담을 수는 없습니다. 그가 분석한 지점은 이 7개의 국가가 어떻게 ‘위기’를 인식하고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떻게 미래를 만들어 갔는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의 분석틀은 여러 이유로 한국이 위기라고 생각하는 80%의 국민들에게 강한 시사점을 던집니다. 보통 이런 연구는 7개국의 경제지표 비교, 리더십, 정치체계 등을 지표로 삼습니다. 이 책이 우리에게 특별한 것은 각 나라가 위기를 극복해가는 과정을 비교할 때 보통과 다른 접근법을 사용했다는 점입니다. ‘심리학적 접근법’입니다. 군중심리, 집단심리, 민족감정 같은 접근법은 아닙니다. 한 개인이 위기가 닥쳤을 때 대응하는 방법을 12가지로 정리하고 그것에 기초해 국가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1)위기 상태의 인정 2)무엇인가 해야 한다는 개인적 책임의 수용 3)울타리 세우기, 해결해야 할 개인적 문제를 규정하기 위한 조건 4)다른 사람과 지원 단체의 물질적이고 정서적인 지원 5)문제해결 방법의 본보기로 삼을 만한 다른 사람의 사례 6)자아 강도 7)정직한 자기평가 8)과거에 경험한 위기 9)인내 10)유연한 성격 11)개인의 핵심 가치 12)개인적 제약으로부터 해방.’

첫 번째 요인인 위기 상태의 인정은 중요합니다. 피해자가 피해를 보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자존심의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말합니다. ‘자신이 위기에 빠졌다는 걸 인정해야 치료를 받기 위해 병원을 찾는다. 이를 인정하지 않으면 누구도 병원을 찾지 않을 것이고, 병원을 찾지 않으면 위기 해결을 위한 어떤 조치도 시작되지 않을 것이다. 물론 위기 상태를 인정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지만 “그래, 나한테 문제가 있어!”라고 인정할 때까지는 그 문제의 해결을 위한 진전이 있을 수 없다.’ 이 대목이 지금 우리 사회가 고민해야 할 부분이 입니다.

우리나라가 위기이다, 아니다 라는 큰 논쟁이 있습니다. 혹은 이 논쟁 자체가 큰 위기일지도 모릅니다. 예를 들면 경기하강 국면에 있는 경제의 활성화를 위해 재정 정책을 써야한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반대로 재정경제부에서는 정부의 빚이 GDP 대비 40%가 넘어가면 위기가 올 수 있다고 말합니다. 빈부의 격차가 커지고 성장률이 내려가는 시점에 정부에서 빚을 내서 적극적으로 돈을 풀어야 한다는 건 IMF의 제안입니다.

한국 정부의 신용도는 세계 상위 수준이고 아직 여력이 있으니 돈을 써서 경기부양을 하라고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진짜 위기가 온다는 말입니다. 우리는 1998년 금융위기의 경험 때문에 국가 부채가 늘어나는 것에 대한 알레르기성 반응을 보입니다. 국민들은 재정경제부의 입장에 동의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만약 이 입장에 국민적 합의 즉 위기에 대한 인식이 같아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재정 건전성을 지키면서 미중무역분쟁, 영국의 브렉시트 등 외부의 불안한 경제 환경 속에서 내수 경제가 상대적으로 작은 부분을 차지하는 한국에서는 경기 활성화를 위한 재원을 어떻게 마련하게 될까요? 기업 유보금은 계속 쌓여가고 정부는 돈을 풀지 않고 경기는 하강 국면으로 흐른다면 결국 돈을 쓸 주체는 가계 밖에 남지 않습니다. 가계는 재산을 처분해서 돈을 쓸 수 없기에 결국 빚을 지게 됩니다. 그럼 정부는 손안대고 코를 풀 수 있는 방법이 남습니다. 이자율을 내려주면 됩니다. 가계는 은행에서 집 담보로 돈을 빌리게 됩니다. 결국 가계 부채만 쌓이게 됩니다. 가계가 소비 여력이 없어지면서 결국 다시 경제는 하강국면이 되고 위기는 다시 오게 됩니다.

이렇듯 위기에 대한 인식은 다릅니다. 재정경제부의 재정건전성 유지 정책과 청와대의 경기활황을 위한 적극적인 재정정책은 완벽한 대척점에 서있습니다. 그 바탕에는 국가재정만 지킬 수 있다면 어떤 위기도 버틸 수 있다는 인식과 사회 양극화와 경기 불황으로 고통 받고 있는 국민들의 삶을 위기로 보는 인식이 부닥치고 있습니다. 지금의 한국처럼 국가 위기에 대한 인식의 차이가 크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요? 다른 나라들의 위기인식과 국민적 합의는 어떻게 일어나고 있을까요?

다음호에는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신간 <대변동 : 위기, 선택, 변화>에서 첫 번째 소개하는 나라 핀란드에서는 어떻게 일치된 위기 인식을 갖게 되었는지, 그 국민적 합의의 내용은 무엇이었고 국가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게 되었는지 한국이 배울 점이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 더 많은 책 소개를 보시려면 카카오스토리에서 ‘북티셰의 북클럽’을 검색하세요. 무슨 책을 봐야 할 지 고민이 들 때 booktissier@daum.net으로 질문해주세요. 15년 차 북큐레이터 북티셰가 여러분을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양평시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