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가정의 달이었다. 어린이날은 초청 풍선쇼와 버블쇼를 보며 즐겁게 보냈고, 어버이날은 카네이션을 만들고 작은 케이크를 만들어 가정에서 축하할 수 있도록 보내드렸다. 그리고 다가온 어색한 스승의 날, 이 날 교사들은 안절부절 못한다. 아이들 손마다 들려오는 선물에 얼굴이 붉어지고 가져온 선물을 거절하며 난감해한다. 이제 고작 2개월 가르쳐 준 교사에 대한 ‘감사’의 의미를 담지 않은 것은 아니겠지만 ‘앞으로의 10개월도 잘 부탁한다’는 의미가 담겼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교사들이 가장 뿌듯할 때는 졸업생이 찾아왔을 때, 그리고 한 해를 마무리하며 아이들에게 감사했다는 인사를 들을 때이다. 그러나 졸업 이후나 한해를 마무리하며 감사했다고 어떠한 형태로든 감사의 표시를 하시는 학부모님은 극히 드물다. 그렇기 때문에 스승의 날 들고 오는 선물의 의미는 더욱 명확해지는 것이다.

지금 영유아를 키우는 주변 친구들도 스승의 날 즈음에는 자주 문의한다.

“학교는 어차피 안 받으니깐 편한데 어린이집은 받는데도 있고 안 받는데도 있어서. 선물을 정말 하지 말라고 하는데 진짜 보내지 말아야 하는지 모르겠어. 우리 애만 안 보냈다가 피해보면 어떡해?”

“보내지 말라고 하면 보내지 말아야지~ 정말 보내지 말라고 하는 소리니깐 그 의미로 받아 들이면 될 것 같아~. 그리고 선물을 주고 안 주고에 따라 아이에게 하는 게 달라진다면 그 어린이집 보내지 말아야 하지 않겠니? 잘 지내다가 정말 감사하고 고마우면 수료할 때나 졸업할 때 감사의 표시를 해. 그게 편지든 카네이션이든 너의 따뜻한 말 한마디든. 그럼 교사들이 더 좋아할 거야.”

이전에 근무한 어린이집은 스승의 날을 포함해 학부모님께 선물을 받는 것이 일절 금지돼 있었다. 그런 규정을 만들고 정착되기까지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렸던 것 같다. 신입 원아 및 학부모 오리엔테이션마다, 매주 나가는 가정통신문에 지속적으로 안내해서 이뤄낸 결과였다.

이렇게 운영규정이 정착되고 난 이후부터는 스승의 날도 교사들이 편한 마음으로 출근할 수 있었다. 교실에서는 아이들과 진정한 스승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지난해 나를 가르쳐준 교사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이야기 나누며 완성도가 높지 않지만 카네이션을 접는다.

그리고 나를 가르쳐준 담임교사를 교실에 초대해 스승의 은혜 노래를 불러드리고 감사하고 사랑한다고 안아드리며 감사의 마음을 직접 전할 수 있었다. 활동을 진행하는 동안 준비하는 현재의 담임교사도 행복하고 아이들도 전년도 교사에 대한 좋은 추억을 회상할 수 있다. 교사는 이런 행사에 초대될 때 그동안의 노고가 인정받는 듯 해 정말 기쁘고 행복해진다.

감사의 마음을 표시할 때에는 온전히 감사의 마음만을 담은 것이어야 한다. 그게 절대로 선물일 필요는 없다.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을 성인이 어떻게 모델링 해주고 가르쳐 주느냐 하는 것이 아닐까. 그것이 고스란히 아이의 기억에 남게 되고 실천하게 되는 밑거름이 된다.

어린이집 교사는 아이들이 사회에 나와 가장 먼저 만나는 사람이고, 가장 먼저 잊히는 사람이다. 현재의 교사도 물론 감사하고 중요하지만 아이가 이만큼 성장할 수 있게 길러주고 가르쳐주고 이끌어준 이전의 교사들 또한 잊지 않도록 가르쳐야 한다. 교사들 또한 이름이나 얼굴로 기억되지 않더라도 아이들의 가슴속에 따뜻한 사랑으로 기억될 수 있는 사람이 돼야 한다. 그래야 감사의 인사를 받을 수 있는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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