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아이들이 스스로 찾아서 책을 읽는 방법은 없을까요? 아니면 저 손에서 핸드폰이라도 뺏는 방법은 없을까요? 속이 터집니다. 좋은 방법 있으면 알려주세요.

 

A. 책을 추천하는 사람으로서 제가 가장 많이 받는 질문입니다.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도 책을 읽어야 하는데 시간이 없다는 말을 합니다. 사실 아이들은 모방과 창조가 가장 활발하게 일어나는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이것에 비춰보면 부모의 경우 우선 두 가지를 돌아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첫째, ‘나는 하루에 스마트폰을 얼마나 자주 사용하고 있는가’, 둘째, ‘나는 아이들 앞에서 얼마나 많은 시간을 들여 책을 읽고 있는가’입니다. 아이들도 불평등하다고 느끼면 움직이지 않습니다. “엄마 아빠도 책 안 읽으면서 나만 책 보래!” 아무래도 부모님이 스마트폰을 끊고 아이들과 같이 책을 읽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초가 마련될 것 같습니다.

아이들도, 어른들도 책을 읽을 때 제일 힘들어하는 것은 읽어야 할 글의 양입니다. 원고지 1200매, A4로 150장 내외의 글을 끝까지 집중력 있게 읽기에 어른들은 시간이 없습니다. 특히 집중할 시간이 없습니다. 책은 보는 것이 아니라 읽는 것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글을 보는 세대에 속합니다. 스마트폰 때문입니다. 매일 보는 뉴스, 인기 검색어, 블로그 포스트 등등 스마트폰에서 보는 콘텐츠의 양은 상상 초월입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책만 들면 졸리고 오래보지 못하는 게 현실입니다. 더 당황스러운 건 책을 한 페이지만 봐도 방금 내가 뭘 읽었는지 까맣게 잊습니다. 나이탓을 하며 책은 이제 아닌가보다 하지만 실은 책을 읽기 어려운 이유가 스마트폰이라는 주장이 이곳저곳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그 주장이 집약돼 있는 책 한 권을 소개합니다.

오늘 소개하는 책은 매리언 울프가 쓴 <다시, 책으로>입니다. 부제는 ‘순간 접속 시대에 책을 읽는다는 것’입니다. 매리언 울프는 인지과학자입니다.

그녀는 하루 6~7시간 동안 스마트폰, PC, 게임기 등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는 청소년들의 뇌를 연구합니다. 그리고 충격적인 사실을 발견합니다.

“우리 뇌의 읽기 회로가 사라지고 있다.”

뇌에서 읽기 회로가 사라진다는 것은 깊이 읽고 사색하는 능력이 사라진다는 말입니다. 그녀는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혹 나의 뇌도 이렇게 바뀌어가고 있을까?”

그래서 헤르만 헤세의 소설 <유리알 유희>를 다시 꺼내듭니다. 그렇게 좋아했던 소설. 하지만 한 문장도 제대로 읽고 있지 못하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불필요하게 어려운 단어와 문장, 고집스럽고 딱딱한 문체. 책 자체가 독서의 방해물처럼 느껴졌습니다. (저도 가끔 이런 말을 합니다. ‘이 책은 번역이 문제야.’ 일종의 핑계지요.)

뇌과학자로서 이미 베스트셀러 <책읽는 뇌>를 썼던 울프는 자신의 뇌도 디지털 기기와 매체에 길들여졌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휙휙, 대충, 빨리! 보던 스마트폰에서 우리가 클릭하며 봤던 수많은 콘텐츠처럼 책을 읽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신문 기사가 조금이라도 어려워지거나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바로 다른 기사로 갈아타는 우리의 행동은 뇌에 새로운 습관을 만듭니다. 훑어보기에 익숙해진 뇌는 책읽기가 낯설어지는 것입니다. 울프는 포기하지 않습니다. <유리알 유희>를 다시 펴듭니다. 그리고 잃어버린 읽기 능력을 회복하기 위한 고통스러운 여정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곧 그 고통이 쾌감으로 변해가는 것을 느낍니다.

울프는 디지털 기기를 경험하는 아이들의 뇌가 어떻게 변해가는 지를 연구합니다. 디지털 기기를 통해 얻는 정보량은 아이들이 처리하기에는 너무 많습니다. 생각하고 고민하고 머리에 갈무리해 둘 시간이 필요한데 깊이 있는 논리를 만들기 어렵습니다. 이럴 때 정보는 지식이 되지 않습니다. 디지털 정보를 자주 보게 되면 우리 아이들 뇌는 하나의 법칙을 찾아가기 어려워집니다. 추상화하고 논리적으로 쫓아가는 깊이 있는 사고를 방해하는 것이 디지털 기기라고 지적합니다.

울프의 지적은 소설을 읽는 아이들의 뇌에서도 나타납니다. 디지털 기기로 읽은 아이들은 스토리 구성 능력이 책을 읽은 아이들보다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합니다. 화면 읽기를 하게 되면 아이들이 읽은 것을 어떻게 정리해야 할 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보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사회는 우리 모두의 실패가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생각하는 능력과 지식을 체득하는 방법을 잊어버린 사람들에게 세상 모든 문제는 그냥 한 줄 짜리 뉴스 제목일 뿐이겠지요. 그리고 우리 아이들은 무비판적으로 정보를 받아들입니다. 아이들은 즉흥적으로 화를 내거나 위축되는 감정적 존재로 밖에 남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 결과로 우리가 보게 되는 것은 기사에 달린 악플입니다. 기사의 내용과 방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화를 내는 어리석은 어른들처럼.

스마트폰을 뺏을 수 없지만 꼭 책읽기 시간을 확보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아이들 앞에서 먼저 우리가 책을 읽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유일한 방법일 것 같습니다. 울프가 <유리알 유희>를 다시 읽었던 것처럼 책 한 권을 제대로 읽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오늘 소개하는 책은 매리언 울프의 <다시, 책으로> 입니다.

 

더 많은 책 소개를 보시려면 카카오스토리에서 ‘북티셰의 북클럽’을 검색하세요. 무슨 책을 봐야 할 지 고민이 들 때 booktissier@daum.net으로 질문해주세요. 15년 차 북큐레이터 북티셰가 여러분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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