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이 많다. 심리적인 불안과 신체적인 어려움으로 힘든 학교생활을 하고, 학교 공부를 따라가지 못하거나 친구들과의 관계 때문에 학교 가기 싫어하는 아이들도 있다. 보통 이런 아이들의 문제를 거론하면서 자주 쓰는 말이 ‘학교 부적응’이다. 대체로 뭔가 문제가 있고 원만하게 학교생활을 하지 못하는 학생을 일컫는 부정적인 의미의 말이다.

사전을 찾아보면 부적응은 ‘일정한 조건이나 환경에 맞추지 못함’을 의미하며, 학교부적응은 ‘학교의 규범이나 질서 또는 생활에 적응하지 못함’을 말한다. 결국 이 말에 의하면 학생은 학교에 적응해야 하는 수동적 존재가 되고, 학교 부적응 문제의 원인은 온전히 학생의 몫으로 귀결된다. 부적응의 문제는 학교의 책임보다 아이들의 개인적인 노력이나 태도의 차원에서 멈춰버린다.

과연 학교는 이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학교는 학생을 맞이하고 가르쳐야 하는 교육적 책무성을 갖는다. 그래서 학교는 학생의 즐겁고 행복한 생활과 배움을 위해 많은 것을 준비하고, 교사 역시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 노력한다. 특히 현재 학생들의 가치관이나 태도는 예전과 많은 차이가 있고, 배움의 내용과 교육의 방향 역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학생의 학교생활에 대한 문제는 ‘학생이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측면만큼 ‘학교가 학생에 적응하지 못하는’ 면도 있다. 이제 학생은 당연히 학교가 정해놓은 틀에 맞춰 행동해야 한다는 전제는 재고돼야 한다.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을 탓하기 전에 학교가 과연 최선을 다해 ‘학생에 적응’하고자 노력했는지 돌아봐야 한다.

사회현상의 원인을 제대로 찾고 합리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떤 단어를 선택하는 가가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지금 ‘학교 부적응’이 아닌 ‘학생 부적응’의 시각이 유효할 수 있다.

- 최형규 서종중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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