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보도에서 빈번한 것이 사건 사고 소식이고, 그 중 상당수는 소중한 생명과 관련된 보도다. 모두 마음 아픈 내용이지만 특히 어려운 가정상황 때문에 일가족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동반자살’ 기사에는 좌절하고 만다. 자살(自殺 suicide)은 스스로 생명을 끊는 행위로 ‘자기 자신’을 의미하는 라틴어 sui 와 ‘죽이다’의 뜻인 cædo가 합쳐진 말이다.

자살에 대한 사회적 차원의 연구가 계속 진행 중이고 이에 대한 논쟁도 끊이지 않지만, 자살의 핵심은 죽음에 대한 스스로의 판단과 결정이다. 그런데 동반(同伴)이란 말은 누군가와 무엇을 함께 한다는 의미다.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라 둘 이상이 같이 모일 때 가능한 말이다. 결국 동반자살은 ‘누군가와 같이 목숨을 끊는 행위를 말한다. 과연 여럿이 같이 목숨을 끊는 행위를 자살이라고 할 수 있을까?

같이 죽음에 대해 논의하고 함께 하기로 결정하는 순간 자살이 될 수 없다. 어떤 면에서 죽음을 결정하는데 스스로 결정한 것이 아니라 타인의 일정한 역할이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동반자살‘이란 말은 조심해 사용해야 한다. 특히 ’일가족의 동반자살‘이라는 기사 제목은 매우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이런 표현은 일가족의 끔직한 결정을 무심코 자살과 같은 맥락에서 보게 되는 문제가 있다. 백번 양보해 동반이라는 말이 자살과 함께 쓰일 수 있다 하더라도 아이가 포함된 가족의 경우는 다르다. 아이의 앞날을 걱정해 아이를 죽이고 뒤이어 목숨을 끊는 부모의 극단적 선택은 매우 심각한 아동 학대이며 살인일 뿐이다. 말을 세심하게 들여다 봐야하는 이유는 이처럼 말 속에 엄청난 폭력과 왜곡을 숨기고 있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양평시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