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거의 사라진 줄 알았던 단어가 신문에 다시 등장해 깜짝 놀랐다. 바로 ‘원조교제’라는 말이다. 드라마나 영화를 소개하는 기사에 등장하기도 하고, 미국이나 일본 등 해외에서 벌어지는 청소년 대상 성매매 문제를 다루는 기사에서 종종 언급되기도 하는 것 같다. 1990년대까지 자주 쓰이다 많은 비판을 받고 없어진 말로 알았는데, 이렇게 다시 그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매우 불편하다.

원조교제는 단도직입적으로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하는 성범죄다. 사전을 찾아보면 ‘성인이 금전이나 기타 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로 미성년자를 성행위의 대상으로 삼는 행위’(고려대한국어대사전)라 나온다. 일본에서 유행하던 성관련 문제가 우리나라로 건너오면서 원조교제라는 말까지 함께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성매매를 ‘원조교제’라는 말로 표기한 것은 성매매의 추악한 본질을 숨기기 위한 꼼수라 할 수 있다. 원조(援助)라는 말은 물질적으로 도와준다는 의미이며, 교제(交際)는 서로 사귀고 가깝게 지낸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려움에 처한 청소년을 도와주면서 정을 나눈다는 긍정의 말로 거짓 포장한 것에 불과하다.

본질이 그렇지 않음에도 그런 잘못된 생각과 행동을 할 수 있게 말이 만들어져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긍정적인 말로 포장된 용어 때문에 성범죄의 반인권적 폭력성을 제대로 깨닫지 못한다면 문제의 해결은 불가능하다. 이제라도 범법자의 입장에서 만들어진 말이 마치 객관적인 것처럼 유통되지 못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경찰청에서도 ‘청소년 성매매’라는 말로 통일해 사용해 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제 거의 사라진 잘못된 용어가 다시 등장해 범죄의 심각함을 가리지 않도록 매의 눈으로 날카롭게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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