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프로그래머 원길호의 인생 제2막 농촌정착기 … 콩세알 귀농일기 ⑤ 

전날 조카가 6조 이앙기를 빌려서 가져다 놓았다. 그리고 논에 물을 빼놓았다. 그래야 모 심기가 좋다고 해서…. 그런데, 아버지께서 돌아다니시며 물고를 다 막아놓으셨다. 물이 없으면 모내기 못한다고 하시며….

역사적인 첫 모내기 

 

▲ 원길호 씨가 자신의 논에서 이앙기로 모내기를 하고 있다.

모심을 준비를 하니 매형이 일 도와주러 오셨다. 조카가 이앙기를 운전해 와서 모내기를 시작했다. 웃자라서 걱정했던 모는 다행히도 심는데 이상이 없다. 배운 대로 한 곳에 심기는 포기 수는 최대한 적게 하고, 모는 가능한 얕게 심으라고 주문을 하는데, 매형이 옆에서 딴죽을 걸고, 운전하는 조카는 귀담아 듣는 것 같지 않고…. 역시 뭐든지 직접 해야 한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써레질은 직접 못했으니, 이앙기는 한번 해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중간에 두 다랑이는 내가 직접 심었다. 그리 어렵지는 않고 나름 재미있다. 아침 8시에 시작한 모내기는 12시가 좀 넘어 끝났다. 다 심고 난 논을 보고 있자니 한고비 넘겼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남은 일은 직파. 그런데, 두 다랑이에 볍씨를 골고루 뿌려야 하는데 어떻게 뿌려야 할지 감이 잘 안 온다. 미루다가 4시가 넘어서 일단 볍씨를 들고 나갔다. 양이 적어 한 바가지 정도 밖에 안 된다. 집에 왕겨가 있어 반 정도 섞어서 한줌을 쥐니 적당해 보인다. 불안한 맘에 일단 뿌려봤는데 골고루 뿌려지지 않는다. 매형이 지나가다 보더니, ‘뿌리지 말고 걸어가면서 살살 떨구란다’. 말대로 했더니 그럭저럭 뿌려진다. 이게 잘 되어야 내년 농사가 편해지는데….

모내기 후 

 

▲ 모내기를 마친 다랭이 논의 모습

모내기를 한 후에 뿌리가 잘 내리도록 3일간 물 빼기를 해 줘야 한다고 배웠다. 그래서 아버지께 설명을 드리니 예전에는 논에 하루라도 물이 빠지면 큰일 나는 줄 알았다고 하신다. 3일이 지나면 물을 그득 채워야 하는데, 비소식이 들리더니 많지는 않지만 비가 내린다. 덕분에 금방 물을 채울 수 있었다. 

예전에는 모내기 후에 모가 심기지 않은 곳을 찾아서 이어 주고, 이앙기가 나간 곳과 이앙기가 심지 못하는 맨 가장자리에 모를 심었다. 그렇지만 품이 많이 들고 그거 심는다고 얼마나 더 수확할까 싶어 이앙기 나오는 곳이나 회전하면서 빼놓은 곳처럼 많이 빠진 곳만 대충 이어주고 끝냈다. 근데 이것 가지고 엄마한테 한동안 말을 들었다. ‘벼 이어줘야 하는 것 아니니?’ ‘어느 집은 가보니 다 이어줬던데….’ 등등.

우리 논에는 샘이 나오는 곳이 몇 군데 있어서 찬 물이 직접 벼에 닿지 못하도록 물꼬를 내 놓았다. 그런데 작년에 도지를 받아서 농사를 지으신 분이 관리를 하지 않아서 물꼬가 사라졌다. 찬물도 막고 가을에 청보리를 심을 생각이라 물 빠짐을 위해 물꼬를 다시 만드는 작업을 해야 한다. 시간 나는 대로 틈틈이 할 생각으로 맨 아래 논에 물꼬를 내기 시작했다. 

삽 한 자루 딸랑 들고 작업하는데 땀은 나고 익숙하지 않은 삽질은 물집만 생기게 하고 갈 길은 먼데 허리는 자꾸 쉬어서 하라고 신호를 보낸다. 엄마는 아들 고생 하는 거 보시기 안타까우신지 ‘농사일은 뼈골이 빠지는 일이여. 서울에서 편하게 돈 벌지 왜 농사를 져서 고생이냐?’

 

▲ 유기농법에서는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고 대신 우렁이를 넣는다. 우렁이는 모내기 1주일 안에 넣는 게 좋다.

제초제를 사용할 생각이 없기 때문에 대신에 우렁이나 오리를 넣어서 제초를 해야 한다. 그런데 오리는 논 주위를 모두 막아야 하고, 추수 후에 오리를 처분하는 것도 쉽지 않아서 우렁이를 넣기로 했다. 우렁이농장에서 하는 말이 모내기 1주일 안에 넣어야 하고, 모가 크면 바로 넣어도 된단다. 가격도 조카를 통해 알아본 곳보다 싸서(㎏당 4000원) 며칠 뒤에 조카 트럭을 끌고 찾아갔다. 

우렁이가 피(논에 나는 잡초)를 잘 안 먹어서 따로 뽑아줘야 한다고 들어서 물어봤더니, 우렁이는 피건 뭐건 물속에 풀 전체가 잠겨만 있으면 다 먹는다고 한다. 심지어 벼도 물에 푹 잠기면 먹어치우기 때문에, 직파한 논은 모가 물 밖으로 나온 후에 넣어야 한단다. 

원길호 씨의 ‘콩세알 귀농일기’ 블로그(http://3bean.tistory.com/)를 방문하시면 더욱 자세한 내용을 보실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양평시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