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양평에 온 지 벌써 3년이 넘어가네요. 도시생활에 대한 염증이나 뭐 그런 건 아니었지만 좋은 공기 마시고 여유로운 삶을 살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꼭 그런 건 아니더군요. 먹고 살 걱정은 여전하고 도시보다 더 바쁜 날도 있으니. 다시 도시로 이사를 해야 할까요?

 

A. 저도 많이 살아보지는 않았지만 인생의 여유는 공간보다는 시간에 있는 것 같습니다. 일정 나이가 될 때까지는 여유를 찾기란 쉽지 않습니다. 또한 살기에는 아파트가 더 좋습니다. (반론이 있겠지만) 단독주택도 좋지만 계속 고치고 살아야 합니다. 작은 정원이나 텃밭이라도 돌볼 요량이면 종일 뭔가를 해야 합니다. ‘농사나 짓고’로 시작하는 말은 좀 아는 사람들이면 비웃음을 사기 딱 좋습니다. 시골생활은 ‘시간’을 먹고 삽니다. 여유가 없습니다. 공감합니다. 그렇다고 다시 도시로 가면 지금까지 보낸 시간이 서운해 할 것 같습니다. 오늘 소개한 책을 읽어 본 후 다시 한 번 생각해보시면 어떨까요?

이 책의 저자는 일본의 대형언론사 아사히신문 기자입니다. 일단 웃기는 글을 쓰는 데는 아주 뛰어난 재주를 가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더 웃긴 건 이 기자의 선택과 행동입니다. 아사히신문사 본사 기자로 일하던 이 남자는 부장에게 찾아갑니다. 그리고 요구합니다. “나 시골 1인 지국으로 보내줘!” 부장은 당황합니다. 기자라면 당연히 도쿄에서 이곳저곳 출입처를 찾아다니며 글을 쓰고 싶어할텐데 아무런 지원도 없는 시골에서 기자생활을 하겠다니. 부장은 당황한 표정으로 이유를 묻습니다. “얼터너티브 농부가 되려고!”

사실 이 말은 사전에도 없는 말입니다. ‘alternative rock’이란 말에서 훔쳐다 만든 말입니다. ‘대안적 록’이라는 말에서 ‘대안 농부’라는 새로운 개념을 세웁니다. 순전히 이 남자 입장에서 만든 말입니다. 얼터너티브 농부는 본업으로 글을 쓰고 부업으로 농사를 짓겠다는 아주 이기적인(?) 개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질문을 하신 분도 이 대목에서는 코웃음을 치리라 생각합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 그래도 이 남자, 아주 구체적입니다. 원칙을 세웁니다. 첫 번째 원칙은 하루 1시간 동안 벼농사를 짓겠다는 것입니다. 도시적인 효율이 보입니다. 최소한의 비용 혹은 투자로 먹고 살 수 있는 양의 쌀을 얻겠다는 야심찬 계획입니다.

두 번째 원칙도 있습니다. 스타일을 유지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주로 하와이 해변에서 입는 알로하셔츠를 입고 포르셰를 타고 다니기로 합니다. 속된 말로 간지를 지키겠다는 포효입니다. 글 쓰는 기자의 자부심을 지키며 농사를 짓겠다는 ‘슬기로운 시골 생활’입니다.

기자이며 저자인 이 남자의 이름은 곤도 고타로입니다. 그가 쓴 책은 <하루 한 시간이면 충분한 최소한의 밥벌이>입니다. 그도 고민녀처럼 세상일이 생각하는 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질문만으로는 잘 알 수 없지만 곤도 기자는 하나를 더 깨달은 것 같습니다. 세상은 혼자 살 수 없다는 것을요. 당장 농사지을 땅도 없는데 1년 치 밥벌이를 농사로 해결하겠다는 곤도는 결국 스승을 찾습니다. 땅도 구해주고 벼농사를 짓는 방법도 알려주는 진짜 삶의 스승입니다. 스승과 함께 찾아온 것도 있습니다. 태풍이지요.

‘도쿄에 살 적, 태풍 때 물에 쓸려가 죽은 농부의 뉴스를 자주 보았다. 왜 태풍이 오는 줄 알면서 굳이 논밭에 나가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런데 그건 이해하고 말고 할 문제가 아니었다. 자기가 농사를 지어보면 알 수 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보러 나가지 않을 수 없는 심정이 된다. “자네는 내일 태풍으로 큰비가 오면 절대 논에 나와선 안 돼.” 스승님이 내 걱정을 해주셨다. “자네가 쓸려 내려가면 이 늙은이가 대신 기사를 써줄 수는 없잖아. 다른 글쟁이를 찾아야 할 것 아닌가.” 그런가? 다른 기자로 바꾸면 된다는 건가? 매정한 스승님.’

몇 마디 말이지만 스승님이 가르치는 것은 농사만이 아니었습니다. 삶을 대하는 태도! 거스를 수 없는 운명이 닥쳤을 때 해결할 수 없다고 그 자리를 떠나면 안 된다는 말이지요. 청출어람이 청어람이라고 했던가요. 사실 스승보다는 제자 쪽이 삶을 대하는 태도가 더 훌륭한 것 같습니다. 우선 세상을 가볍게 봅니다. 그리고 모든 일에 웃으려고 합니다. 마냥 긍정을 이야기하는 태도와는 조금 다릅니다. 그것은 여유에서 나오는 웃음입니다.

제 생각이지만 여유는 스스로 세운 생활의 원칙에서 나오는 것 같습니다. 곤도 기자의 여유는 하루에 한 시간만 농사를 짓고 나머지는 글을 쓰는데 사용하겠다는 원칙에서 출발합니다. 원칙은 시간을 씨줄과 날줄로 엮어서 니트를 짜는 일과 비슷할지도 모릅니다. 농사와 글쓰기가 곤도의 인생을 채우고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인생이 계획표대로 이뤄지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계획을 지키려는 노력이 없다면 아무도 모를 어디쯤에 우리 일상이 굴러다니고 있을지 모릅니다. 이 일상이란 놈을 잘 주어서 탈탈 털어서 예쁘게 씻기면 언제든 여유 있는 모습으로 우리를 보고 웃을지도 모릅니다. ‘하루 한 시간 계획’을 다이어리에 적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물론 그게 ‘최소한의 밥벌이’까지 된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지만요. 그럼 우리에게도 곤도 같은 운이 있는지 책을 읽으며 확인해 보겠습니다. 오늘 추천하는 책은 <하루 한 시간이면 충분한 최소한의 밥벌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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